아버지의 바다 - 향기로운 포토 에세이 1
김연용 사진과 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장님이 되신 아버지.  삼년 간의 혼란스러운 잠복기를 거치고, 아버지는 어부로 다시 태어나셨다.

그 아버지를 돌봐드리고자, 학업도 중단하고 서울 생활도 모두 정리한 채 고향 선재도로 내려간 지은이 김연용씨.

고향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아버지가 잡아오시는 고기를 내다 팔고, 간간히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를 운영한다는 그이.

사진마다, 적어놓은 싯귀마다 아버지를 향한 애달픈 마음과 사랑과 존경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 한 번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평생을 사신 아버지는, 당신의 몸이 불편해지고 나서도 그 손에 휴식을 주지 않았다.

십리 길을 매일 왕복하며 고기를 잡으며 자신에게 놓여준 새 길을 묵묵히 걸으시는 아버지.

고기를 많이 잡은 날은 한껏 미소를 짓고, 뭔가 만들기 위해서 연장을 찾을 때에도 성한 눈의 자식들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것은 피곤할까 좀 더 쉬게 하고픈 아버지의 따뜻한 부정.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서로를 보듬으며 사는 이들에겐 욕심이란 것이 눈에 띄질 않는다.  그저 평화롭고 따스할 뿐.

바닷가를 지키는 날쌘 개 세마리. 아버지와 함께 바다를 달리며 고기잡잉 열을 올리는 강아지 '바다'

야성의 본성을 꺾이지 않은 채 바다에 취해 달리는 바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도 확 트이게 만든다.

젊은 혈기가 끓었을 터인데, 넓다는 세상 포기하고, 작은 섬으로 돌아간 아들. 가족들을 돌보며 그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 가는 아름다운 젊은이. 그의 꿈은 결코 멈추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바다는 더없이 넓고 온 세상을 품어안을 듯 넉넉한데, 그 아버지 금년 7월에 세상 바다와 결별의 인사를 나누니, 이제 하늘 바다 위에서 편히 쉬실 터이지.  그곳에선 육신의 눈 따위 필요 없을 터이지.  아버지의 그 시간 올곧이 지켜주었으니, 남은 가족들 한일랑 없을 터이지.  그래야 할 터인데...

아름다운 바다와,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 책 속에서 지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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