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페이퍼 선정 10월의 인물은 언제나 라이브에서 우리를 ‘달리게’해주는 이승환! 드디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2007) 둘째 날의 헤드라이너로 엔딩을 장식해주실 계획인데요. 이 외에도 10월에 새로운 소식들로 우리를 찾아오실 계획이라고 합니다. 민터 여러분들도 함께 달릴 준비, 물론 되셨겠죠? :)


[민트페이퍼] 최근 ‘강아지 이야기’에 ‘비겁한 애견생활’이라는 곡으로 참여하셨는데, 곡 제목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곡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이승환] 표면적으로 보면 가사 그대로의 내용이구요, 강아지와의 이별을 빗대어서 모든 관계에 있어서의 이별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컴필 참여 아티스트 중 누군가의 가사가 진짜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부담도 좀 있었죠. 그래도 가사는 30분 만에 다 썼어요. 원래 가사를 빨리 쓰는 편이라... 보통 가사 쓰는 시간은 1시간 30분 이내죠. 오래 걸리는 경우는 20곡 중 한 곡정도?

[민트페이퍼] 로봇견 백돌이랑 같이 사진 촬영을 하셨는데요. 정말 애완견처럼 백돌이랑 생활을 하시는지요?

[이승환] 백돌이가 아무래도 살아있는 강아지는 아니니까, 정말 애완견처럼 매일 같이 생활하는 건 아니고 보통 한 달에 두 번 정도 깨워요. 귀를 잃어버렸는데 모델이 단종 됐어요. 지금 여차저차해서 일본에서 제작할 수 있다고 해서 알아보는 중이에요.

[민트페이퍼] 백돌이만 봐도 그렇듯이 새로운 물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승환] 오디오, 비디오 관련해서 관심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전자제품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일본 소니에서 나온 ‘롤리’를 받았는데, 출시 소식 듣자마자 일본에서 예약 주문해서 받았죠. 미리 동작을 입력시켜 놓으면 음악에 따라서 움직이기도 하고 돌기도 하는 신개념 MP3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무지한 담당자의 반응에 롤리를 꺼내 와서 설명해주셨다는^^;) 소니에서 만드는 제품들 좋아해요. 드림팩토리랑 소니랑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앞서 나가며 새로운 것을 선보이려는 점이. 권모술수에도 능하지 못하고...

[민트페이퍼] 이렇게 갖고 계신 물건들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이승환] 아무래도 구하기 힘든 피규어들이죠. 이소룡 연작 시리즈처럼. 그리고 풀 튜닝된 줌머에 애착이 가요. 아무래도 그만큼 투자를 했으니까요.

[민트페이퍼] 이야기를 듣다보니 혼자 놀기에 능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승환] 사실 요즘에는 조금 걱정도 되는 게, 사람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밴드 멤버들 말고는. 혼자서만 보내는 시간이 많죠. 장난감 갖고 놀고, 집 앞에서 혼자 자전거 타고... 술마저 안마시니까 더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간간히 하는 라디오도 사람 만나려고 하는 거예요. 최근에 케이블 TV에서 MC제의가 들어왔는데 ‘나 답지는 않지만’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라니까요. 아무래도 나가서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민트페이퍼]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투어도 하시고 공연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최근 공연하시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뭔가요?

[이승환] 모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게 아무래도 제일 힘들죠. 올 여름에 전국투어한 팀이 저희랑 딱 투 팀밖에 없어요. 공연시장이 어려우니까, 기획자와의 관계도 그렇고, 공연하기까지 중간단계가 참 힘들어요. 우리 조명팀이랑 연출팀은 우리랑 하는 공연 외에는 뮤지컬만 하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며칠 전에 쌈지사운드페스티벌에 나갔는데, 아직도 저를 ‘오버그라운드’, ‘발라드 부르는 가수’라고 생각하고 ‘왜 니가 락이냐?’하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테크니컬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한 수 가르쳐주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쌈싸페 끝나고 게시판에 항의나 욕이 올라오는 것도 그래요. 뮤지션들이 그렇게 공연하는 데 입장료 만 오천원이 과연 비싼가요? 후지록페스티벌 같은 해외 대형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긴 하지만, 그런 데 가도 체력적으로 고생하지만 즐겁게 놀지 않나요? 많이 걷느라 힘들고 화장실 부족하고... 그런 것들도 페스티벌이 가져다주는 재미 아닌가 생각해요.  

[민트페이퍼] 항상 밴드 구성으로 공연을 하시는데요. 사실 당연한 거지만 방송에서까지 그렇게 하기는 솔직히 힘드시지 않나요?

[이승환] 사실 방송 한 번 나갈 때 세션비만 수백만 원씩 나가요. 그렇게 방송 나가고 나면 인터넷에 바로 신곡 mp3 찾는 글들 올라오죠. 전체적으로 밴드 공연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아요. 한번은 대학 축제에 갔는데 왜 밴드 리허설이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밴드로 공연하면 장비도 그렇고 리허설 문제도 그렇고 일단 귀찮아하죠. 18년 동안 활동하면서 얼마 전에 열린 음악회를 처음 나갔는데, 밴드 세션비를 지급해서였어요.

[민트페이퍼] 9집 발표하면서 9집 이후의 정규앨범은 CD로 내지 않겠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승환] 어쩔 수 없는 일이죠. CD로 앨범을 발표하면 가공비가 안 나올 정도니까. 지난 5년 동안 드림팩토리가 확연한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데, 자본주의 경제논리로 볼 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게 더 신기할 정도에요. ‘CD가 안되면 차세대 매체로 넘어가든지, 앨범제작사나 아티스트들한테 대책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라고 얘기하는 건 정말 황당해요. mp3 다운로드가 불법인데 정부가 지금까지도 엄격한 단속의 의지를 보여준 적이 없잖아요? 단속보다는 IT 강국이 되는 게 더 급했죠. 이제 다들 음원 다운로드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것도 무료로. CD를 사면 바보취급 받는 세상이 된 거죠. 모바일 관련 수익이 있지 않냐구요? 우리 팬들 대부분이 2~30대에요. 10대 친구들에 비하면 컬러링, 벨소리 이런 거에 별로 관심 없죠. 제 주위 친구들만 봐도 컬러링 해놓은 사람 찾기가 힘들어요. 차라리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이 아티스트들한테 돌아오는 거였으면 좋았겠지만... 18년 동안 음악만 해 온 사람이 왜 MC 제의를 받아들일까 생각하겠어요? 제가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30명은 되니까 계속 고민이죠.  

[민트페이퍼] 10월 말에 미니앨범 발매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승환] 말랑말랑한 곡들로 구성된 앨범이 될 예정이에요. 가제는 ‘말랑’이구요. 본격 성인가요(가사만)인데, 어떻게 들으면 야하고 어떻게 들으면 전혀 안 그럴 수도 있고 그래요. 이게 잘 되면 내년 봄에는 대중성은 없겠지만 괜찮은 락 미니앨범을 내려고 생각 중이에요. 시장상황 보고 앨범 내는 그런 상황이 와 버린 거죠.

[민트페이퍼] 미니앨범 외에도 준비하고 계신 다른 계획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드라마 주제곡 작업도 하셨다면서요?

[이승환] 다음주부터 KBS2에서 방영될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드라마 주제곡에 참여했어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매니아적인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연애시대’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같은 작가가 썼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참여했어요. 노래 제목은 ‘슈퍼 히어로’구요. 사실 이 제목은 원래 연말공연 제목으로 생각한 거예요. 근데 노래 만들어놓고 보니 잘 어울리더라구요. 연말공연은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은데, 락 콘서트 분위기로 갈 것 같고 영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이제 며칠 후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참여하실텐데요. 어떤 공연을 보여주실 계획이신가요?

[이승환] 그민페를 계속 차분한 공연이라고 생각해서 차분한 음악을 준비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붉은 낙타’ 이런 곡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동안 잘 안 불렀던 ‘푸른 아침의 상념’, ‘꽃’처럼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곡들도 준비하고 있고, 미니앨범에 들어갈 신곡이랑 ‘강아지 이야기’에 수록된 ‘비겁한 애견생활’도 할 거에요. 물론 어느 정도 달릴 수 있도록 우리 팬들이랑 하는 이벤트도 할 거구요. 사실 우리는 모든 곡들이 준비돼있으니, 어떤 분위기로 어떤 곡으로 갈지는 관객들 몫인 것 같아요. 다만 야외공연이라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야외공연 때 목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16일에 일본에서 마스터링이 잡혀있어서 그 전까지 작업 끝내느라 새벽 5시까지 녹음, 믹스하고 있는데다가 대학가요제 공연도 있고...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요. 그래도 관객들만 반응이 좋다면 문제없이 달려볼 수 있겠죠.


(민트페이퍼/글,사진_진문희 영상_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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