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지 7 - 도망가는 당태종 김정산 삼한지 7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번 편의 부제를 붙이라고 한다면 "헤어날 수 없는 늪, 고구려"라고 하겠다.

양제의 수나라를 쫑내고 당나라를 실질적으로 세운 주역, 당 태종!  양제를 맘껏 비웃었던 그였지만, 양제의 잘못을 고대로 따라가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바로 요동정벌에 뜻을 둔 것이다.

빌미는 연개소문이 주군을 시해하고 정권을 잡았다는 것인데, 그 자신 형제를 죽이고 아버지를 밀어내다시피 해서 정권을 잡은 전철을 보건대, 감히 남의 집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할 입장이 아니었지만, 그가 누군가.  그 잘난 중원의 대 천자가 아니시던가.  자신이 거병을 하는 '대의'를 조서에 담았는데,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조서 자체는 명문장이었다.(쿨럭!)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안다.  그의 거병이 문장에 적힌 대로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한 쓸데 없는 자존심이었다는 것을, 수양제가 수백만 대군을 일으키고도 실패한 원정을 자신이 30만 대군으로 능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  그간 패배를 모르고 살아왔던 그의 전적이 그 허영심에 부채질을 하였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려줄 위징도 이미 없었으니, 당 태종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발을 디밀고 만 것이다.  수 양제처럼.

한편, 요동에 전운이 감도니 백제와 신라도 자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백제 의자왕이 즉위한 직후 40여 성을 빼앗긴 신라로서는 국운이 기울고 있는 이때 일종의 정치적 쇼가 필요했다.  이때 나서준 것이 김유신!  그는 백성들을 철저히 훈련시켜 자력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병사로 키워냈다.  제 나라를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의지들이 모여서 각각의 백성들을 훌륭한 병사들로 탈바꿈 시켜놨으니... 이것이 곧 신라의 힘이고 훗날 통일의 원동력이 된 것이리라.  로마가 용병을 쓸 때부터 거대 제국 로마가 무너지기 시작한 예를 들어서도 알 일이다.

태평성대로 무뎌지고 배에 기름이 차버린 백제를 보자니, 꼭 조선이 떠올랐다.  건국 후 200년 동안 외침이 없자 무기고의 창칼엔 녹이 슬고, 막상 임진왜란이란 왕대박 전쟁이 터지자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그 모습.  평화가 안이함을 불렀고, 게으름이 패망을 불러들였다.  앞서 얘기했던 로마의 끝마무리처럼...

정변으로 황제가 된 당태종 이세민.  역시 정변을 일으킨 연개소문을 곱게 보지 않았다.  자신의 정변은 '대의'고 그의 정변은 천인공노할 '쿠데타'로 몰아버리는 그의 인식이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었었다. 

항복하는 고구려 장군들, 하나같이 패전의 원인은 막리지 연개소문에게 있다고 둘러대니, 아마 승리했더라면 제 공이 가장 크다고 했을 위인들이다.

안시성에서 내세운 배수진은, 이세민의 치부를 까발려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만든 것.  이세민을 형제 죽인 무도한 놈이라고 욕을 하고 나니, 그와 싸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성주 양만춘이 정말 똑똑한 인물이다.  조선의 영조가 선왕이었던 경종 형님을 죽였다는 독살설에서 벗어나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제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것처럼, 이세민으로서는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으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물론, 자신이 자초한 것이다. 누가 고구려 건드리라고 시켰던가!)

그래도 이세민은 확실히 수양제와 달랐다.  그는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요동정벌의 실패를 인정하고 돌아가는 길, 비단 백필을 선물로 내민 것은 마지막 남은 허세 한자락이었으니, 그 정도는 애교라고 할 수 있겠다.

짐작했던 것보다 안시성 싸움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았는데, 여하튼 그들이 요동을 지켜준 것은 값진 승리임을 부정할 수 없겠다.

신라 선덕 여왕은 여임금으로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모두 여자 임금이 보위에 있는 탓이라고 입방아를 찧어대니 그 스트레스가 오죽했을까.  그러니 그 입들을 막아보고자 황룡사라는 거대 사찰을 지었던 것.  그러나 그런 것은 모두 미봉책일 뿐이었다.  신라의 골품제가 성골 임금만을 요구했으니, 뒤를 이은 것은 승만 공주 진덕여왕.  그녀 역시 50이 넘어서 임금이 되었는데, 당나라의 반응이 재밌었다.  선덕여왕 때와 달리 재빨리 그녀의 임금됨을 인정해주는 외교정책!  요동정벌 실패의 쓰라린 교훈이 당나라의 외교방침을 바꾼 것이리라.  곁에 있는 동맹국, 괜시리 성질 건드리지 말자!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이제 전체 분량의 2/3 정도 읽은 셈이다.  남은 이야기에서 삼한 통일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싶다.  김춘추가 진짜 주인공으로 나설 차례고, 김유신이 그 뒤를 받쳐줄 때가 왔다.  계백의 이야기도 더 들어야 할 것이고, 고구려와 백제의 쓰라린 패망도 보아야 할 테지.   보채지 않고 따라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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