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보다 더 많은 사람 구한 과학자, 파스퇴르! [제 659 호/2007-09-26]
 

역사적 인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는 투표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나폴레옹을 제쳐 놓고 파스퇴르(1822~1895)를 뽑았다. 그들에게는 유럽 전체를 누빈 나폴레옹도 영웅이지만,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파스퇴르가 더욱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이다.

1880년대 ‘세균 사냥꾼’으로 불리는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의 등장으로 인류의 전염병과의 싸움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파스퇴르는 탄저균을, 코흐는 결핵균과 콜레라균을 발견하고. 특정 세균이 특정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학은 종종 우연한 사건으로 발견된다. 당시 유럽은 탄저병과 콜레라가 돌던 시절이었다. 파스퇴르의 실험 보조원은 실험용 닭에게 콜레라균을 주입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며칠 후에 주사했다. 신기하게 닭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콜레라균에 저항력을 갖게 되었다. 이 현상을 놓고 파스퇴르는 며칠 동안 약해진 균이 닭에게 병을 일으키지 못했고, 오히려 닭이 항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추정했다.

그는 우연한 발견을 놓치지 않고 연구해 병균의 독소를 약하게 한 액체를 만들고, 그것을 예방 주사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백신이다. 후에 광견병 백신도 만들어져 지구에서 광견병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추방시켰다. 그의 나이 62세 때이다.

파스퇴르는 의사가 아니면서 의사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한 과학자다. 파스퇴르가 사망한 1895년까지 약 2만 명의 환자가 백신 치료를 받았는데, 그 중 사망한 사람은 고작 100명 이하였다. 이후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 연구가 계속 쏟아져 현재 세균은 항생제라는 ‘창’으로, 바이러스는 백신이라는 ‘방패’로 막아내고 있다.

파스퇴르는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세균학자다. 1822년 프랑스 동부의 쥐라산맥에 있는 ‘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무두장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소년시절의 파스퇴르는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다.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장래 미술학과 대학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소년 시절 그는 부모나 친구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 주된 관심사였다. 소년시절에 그린 부모의 파스텔화가 지금도 남아 있다.

그의 학문적 열정이 일깨워진 것은 당시 최고 학교였던 고등사범학교 시절이다. 거기서 당대의 대화학자 뒤마의 강의를 듣고 감격해 화학 연구에 몰두하기에 이른다. 물론 파스퇴르는 화학보다도 미생물학 업적으로 더 유명하지만 그것은 파스퇴르의 미생물학적 업적이 너무 뛰어나서일 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파스퇴르의 첫 연구는 주석산 결정을 분리하는 화학연구다. 그 결과 24살의 젊은 나이에 당시 과학자들이 풀지 못하던 주석산의 정체를 밝혔다. 그리고 1854년 릴대학 교수로 있을 무렵 ‘포도주가 너무 빨리 산성화돼 와인의 맛이 변질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한 알코올 제조업자의 부탁을 받고, 발효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다.

그는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통과 일으키지 않는 통을 현미경으로 조사해 발효를 일으키는 주체가 효모임을 발견했다. 또 효모와 함께 다른 세균이 사는데 이들이 와인 맛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들 세균을 없애기 위해 파스퇴르가 고안한 방법이 유명한 ‘저온 살균법’이다. 60~65℃에서 저온 살균 처리하면 다른 세균이 죽어 맥주나 포도주가 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는 프랑스의 양조업자들의 위기를 해결해 줬다.

그 때부터 파스퇴르는 미생물학에 몰두했다. 1860년부터 그는 ‘생물은 축축한 진흙에 햇빛이 비칠 때 우연히 발생한다’는 ‘자연 발생설’과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다. 파스퇴르는 미생물은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용액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의 학설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이를 증명한 ‘백조 목 플라스크의 실험’은 아주 유명하다. 그는 백조의 목처럼 S자 모양의 길고 가는 곡선의 플라스크를 만들어 그 안에 고깃국을 넣었다. 용액을 끓인 뒤 구부러진 목 부분에 물을 채워 외부로부터 생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더니 오래돼도 고깃국이 상하지 않았다. ‘자연 발생설’이 잘못된 이론임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파스퇴르의 인생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주석산에 관한 최초의 논문을 쓴 1848년에는 어머니가 죽었고, 5명의 딸 중 3명을 잃었다. 소르본대 화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1868년 그는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의 고통을 겪게 됐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연구에 전념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탄저병 백신 접종 연구는 모두 이 후에 이루어진 일이다.

파스퇴르는 애국자로서의 명성도 높다. 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독일)이 전쟁을 시작했다.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기갑부대를 동원해 파리를 포위해 승리하자 양국 간에 휴전 협정이 조인되고, 프랑스는 독일에 배상금을 지불했다. 당시 파스퇴르는 미생물학 업적으로 프로이센의 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상태였다. 그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그러나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학위를 돌려준다. 그리고 프랑스 맥주가 독일 맥주보다 더 맛있게 하도록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프랑스 국민은 조국을 위해 힘을 다한 파스퇴르에게 감사하여 그를 위해 파스퇴르 연구소를 세웠다. 1888년에 세워진 파스퇴르 연구소는 오늘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생물 연구소다. 그는 이곳에서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다가 72세의 일기로 조용히 숨을 거뒀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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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배변문화에도 지대한 공을 세우신 분이시죠..

마노아 2007-09-26 17:54   좋아요 0 | URL
한때 그 이름을 많이 애용하기도 했었지요^^;;;

비로그인 2007-09-2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파스퇴르의 업적 및 일대기를 간략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문득,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독일보다 더 뛰어난 맥주를 만들겠다고 노력했던 그의 의지대로,
프랑스 맥주의 맛이 과연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9-27 17:53   좋아요 0 | URL
프랑스 와인도 아니고 '맥주'라니, 어감상 굉장히 어색해요. 정말 어떤 맛일까요?
국산 맥주 맛도 잘 모르지만 궁금합니다^^;;;

비로그인 2007-09-28 09:08   좋아요 0 | URL
혹시....향수맛이 난다거나 하면...저는 거품 물고 쓰러질겁니다. =_=

마노아 2007-09-28 10:18   좋아요 0 | URL
으캬캬캬, 엘신님다운 상상입니다^^
이거 진짜 궁금해집니다. 먹어본 사람이 누구 있을까요?

비로그인 2007-10-01 14:04   좋아요 0 | URL
나중에 꼭 같이 가서 먹어봅시다~ (어느 세월에~ ㅋㅋ)

마노아 2007-10-01 14:13   좋아요 0 | URL
캬캬, 거기까지 가면 우리 와인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ㅎㅎㅎ

비로그인 2007-10-02 01:25   좋아요 0 | URL
아, 그럼, 꼬냑 지방에 가서 원산지 꼬냑을 꼭 마셔보고 싶습니다. ^^
식후에 마시는 그 미지근한 꼬냑을요~

마노아 2007-10-02 09:39   좋아요 0 | URL
오홋, 미지근한 꼬냑이 더 맛있는 건가요? 전 꼬냑이라는 이름을 만화책에서만 보았거든요.
저도 같이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비로그인 2007-10-02 15:58   좋아요 0 | URL
네. 꼬냑은 자신의 손바닥 체온으로 덮여 마시는 미지근한 포도주입니다.
시중에선, 양주집에서 팔지만요.

마노아 2007-10-02 23:34   좋아요 0 | URL
꼬냑은 혹시 화이트 와인인가요? 저번에 모차르트 전시회를 갔을 때 테이스팅한 게 꼬냑이었던 것 같아요. 전 레드 와인을 마셨지만 같이 간 친구가요^^;;;

비로그인 2007-10-03 02:03   좋아요 0 | URL
그....꼬냑은...위스키입니다만. =_= (긁적)
위스키는 크게 증류수로 만든 것과, 포도로 만든 것이 있어서, 저는 단지 재료 기준으로..;;
음...와인이나 꼬냑이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기준에선 물론 '포도주'가 맞긴 합니다만..
알코올 도수에서 엄청난 차이가..^^;
위스키이기 때문에 보통 35~40도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말해놓고 보니 꼬냑도 '외국산'이니까 '양주'가 맞으니까 거기서 파는게 맞긴 한데..
크앙-!! 왜 이렇게 횡설수설이냐!!! ㅜ_ㅜ

마노아 2007-10-03 09:55   좋아요 0 | URL
커헉, 꼬냑은 위스키였어요?
음, 무식이 탈탈 드러나는 순간..ㅡ.ㅡ;;;
엉엉, 몰라몰라몰라, 하여간 그때 본 화이트 와인은 향이 참 좋았는데,
꼬냑은 아니군요. 위스키 미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