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 3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몹시 기대에 차서 보았는데, 정작 보기 시작하니 1편과 2편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스파이더맨이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잠시 경악. 아마도 2편에서 알았나 보다ㅠ.ㅠ



앞부분의 로맨틱한 이 씬에서 저 거미줄을 보고 놀랐지 뭔가. 우연인가? 정체를 안 건가? 하고 말이다. ^^
저때 등장한 거미줄은 거의 강철이더만, 영화 전편에서 활약하는 거미줄보다 오히려 튼튼해 보였다지.;;

'스파이더맨'의 정체라는 것도 '우연'에 의한 탄생이었듯이, 매번 대적하는 적들도 '우연'의 남발로 생겨버린다.  해리 아버지의 실험 실패도 그랬고, 샌드맨이 그랬고, '우연히' 유성으로 떨어진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가 그랬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선 그러한 적들보다 카피에서 말했듯이 스파이더맨 자신이 진정한 적이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큰 힘을 가졌고,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으며, 악당을 발 아래 무너뜨리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낼 때의 쾌감은 다른 그 어떤 감정들보다 더 짜릿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스파이더맨은 수줍은 학생 피터 파커와는 전혀 딴판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피터는 그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미모의 여성을 구하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팬서비스' 차원의 키스를 하는 순간, 수줍고 겸손한 스파이더맨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그 키스의 모습이 사랑하는 여자친구 메리 제인과의 추억에 거의 판박이인 키스였을 때, 그녀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받은 것인데, 무심하게도 피터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브로드웨이에 진출을 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것이 아닌데, 피터의 칭찬과 격려 혹은 위로는 너무나 겉핥기 식이어서 메리 제인의 불안하고 힘겨운 마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삼촌의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메리 제인이 위로를 해주려고 찾아왔을 때 피터는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해버린다.  그는 이미 복수를 생각하고 있었고, 거기에 양심의 가책과 사리 분별은 배제되어 있었다.  스파이더맨조차도 도움은 필요하다는 메리 제인의 충고는 그에게 딱 필요한 말이었지만 피터는 아직 깨닫지 못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가치'와 '판단'에 관한 명제가 많이 제시된다.  피터가 삼촌의 복수를 원하는 마음이 타당하고, 스파이더맨이 복수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샌드맨이 병든 딸의 치료비를 위해서 강도짓을 하고 실수였다지만 사람을 죽인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건 해리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승화시켰을 때 그의 행복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합성하여 정직원 자리를 꿰어찬 에디의 행동이 옳지 못했고, 메리 제인 앞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과시를 한 피터의 행동이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한 영웅이지만,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집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소시민이었고, 또 여자친구에게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결심하지만 적절한 위로조차도 제때 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지녔다.  그리고, 그런 부족한 부분들은 팬들이 스파이더맨을 더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동안의 영웅들이 지나치게 완벽했다고 한다면, 스파이더맨은 차라리 못났기 때문에 더 빛이 나는 존재다.(솔직히 주연 배우들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진 않는다.  그 근육 합성 아닐까 끝까지 의심이 가기도...;;;;)



영화 전반에 걸쳐 우연이 남발되긴 했지만, 스파이더맨이 베놈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깔아놓은 포석들은 제법 설득력 있는 전개를 거쳤다.  수업 시간에 소리가 퍼지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교회의 종이 울려펴질 때 심비오트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갔고, 그래서 마지막에 싸울 때 쇠파이프를 바닥에 찍어 가둔 채 심비오트를 물리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고 또 멋있어 보였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을 때 해리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친구라고 할 때는 '진짜 기억상실증일까?'라는 의심이 들면서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는데, 가장 필요로 할 때 해리는 극적으로 등장하여 정말 목숨으로 친구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다.  그가 계속 악당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죽지 않고 4편에도 등장했겠지만..^^;;;

암튼, 지극히 만화적인 상상력을 펼쳐보인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였다.  어린이들이 환호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지만,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든다.  4편이 나온다고 해도 최소한 2년 이상 기다려야겠지만, '다음'을 기다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사이 주인공이 너무 늙어버리면 우짜지?  뭐 충분히 동안이긴 하지만.  다음 번엔 부디 학교 졸업하고 메리 제인에게 멋있게 프로포즈해서 결혼했음 좋겠다.  그녀의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심할 테지만, 인질로 잡혀도 운동신경 있어 보이고 또 끝끝내 구해줄 사람도 있지 않은가.  뭣하면 그녀도 '우연'의 힘을 빌려 스파이더우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덧글)스파이더맨이 블랙슈트를 입고서 성격이 포악하게 변했을 때 길거리에서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메리 제인 앞에서 신경을 건드리는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보통은 그런 장면에서 대단히 멋져보일 텐데, 우리의 어리숙한 주인공은 그야말로 '비호감'이었다. 2대 8 가르마는 어케 해도 멋져 보이기 힘들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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