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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대니얼 고틀립은 심리학자이면서 가족문제치료 전문가이다. 그러나 또 동시에 그는 척추손상으로 전신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전문상담가로서 4년 째 활동하고 있던 서른 셋 젊은 나이게 사고를 당했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날아간 듯한 충격에 빠져 지내기도 하였다. 그 후 아내와의 이혼, 가족들과의 사별로 많은 아픔을 겪은 그는, 둘째 딸의 아들 샘이 자폐아 진단을 받으면서 또 다시 수렁 속에 빠지는 듯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자신이 장애와 싸우며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가꿔온 것처럼 손자 샘 역시 자폐를 이기고 삶을 지혜롭게 꾸려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편지를 샘이 읽고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박사는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옛 이야기 들려주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어떤 비바람을 맞았는지, 그리고 다시 열매를 맺어 새로운 싹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저 듣기 좋은 잠언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인생경험에서 알게 된 처연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적시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도 계속 자폐와 싸우며 날마다 조금씩 자라가고 있는 샘 역시 할아버지의 그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기를 나 역시 소망해 본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누군가의 도움을 끊임 없이 필요로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가혹하기도 하며 서럽기도 한 형벌이다. 그러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박사의 가르침대로, 그들은 몸과 마음이 다친 것일 뿐 영혼이 병든 것은 아니니까. 그것을 그들 자신이 먼저 인지하고 당당해질 수 있어야 한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본 성분은 자신에게 이미 있다는 것을 알고, 믿고, 또 의지하는 것 역시 자신의 몫이다.
박사는 샘에게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샘의 부모가 샘을 키우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당부도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 줄 것, 아이의 싸움을 자신의 싸움으로 만들지 말 것 등등은 바다 건너 서로 다른 대륙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좋은 충고가 되고 있다.
샘의 그리고 우리의 하루하루가 소비적인 것이 아닌, 충분히 생산적인 시간들로 채워질 수 있는 지혜를 박사는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때로 눈시울을 적시며, 때로 부끄러운 반성과 함께 박사의 메시지들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활자가 크고 줄간격이 넓어서 책이 금세 넘어간다. 표지의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도 이 책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읽고서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