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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을 후비면
사이토 타카코 지음, 안미연 옮김 / 애플비 / 2006년 3월
평점 :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엄청 재밌게 읽은 그림책이다.
첫장과 마지막 장에는 콧구멍을 후비면, 귓불을 자꾸 만지면, 이를 닦지 않으면, 손가락을 쪽쪽 빨면, 고추를 조몰락조몰락 만지면, 배꼽을 누르면, 장난감을 발로 뻥뻥 차면... 이라는 물음에 대해, 아이가 상상하는 재밌고 즐거운 상상의 세계가 오른 쪽 페이지에 이어져 나온다. 정말 콧구멍을 후볐는데 다이아몬드가 쑥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ㅎㅎㅎ
그림도 독특하다. 진흙을 개어서 만든 것 같은데 책 소개에는 그림을 그렸다고 표현했다. 정마 륵린 것인지, 진흙 인형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데, 아이 입장에서 엄청 무섭고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흉내를 내며 아이의 위생교육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콧구멍을 후비고 싶을 땐 시원하게 코를 팽 풀라고, 양손에 휴지를 들고 한쪽 콧구멍을 누르면서 하는 거라고 친절한 설명도 보태진다.
귓불을 잡아 당기고 싶을 땐 양말을 쭈욱 쭉 잡아당겨 신자고, 비슷한 촉감의 무언가를 제시해준다.
이를 닦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칫솔의 눈에는 원망이 담겨 있지만, 아이의 변한 모습에 '화들짝' 놀라하는 칫솔의 눈은 엄청 해학적으로 묘사되었다.
손가락을 빨고 싶을 땐 사탕을 쪽쪽 빨라고 말해준다. 물론, 그 다음엔 양치질도 꼭 해줘야 한다. ^^
배꼽을 쑤시고 싶을 때는 찰흙을 갖고 노는 것이 좋은 대책이 될 것이다. 요새는 신기한 찰흙도 아주 많이 나온다~
고추를 만지고 싶을 때는 머리를 만지는 건 어떨까. 이 대목에선 아이의 성교육이 함께 이뤄질 수 있고, 혹 있을 지도 모를 성추행을 대비시켜주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발로 뭔가를 뻥 차고 싶을 때는 대신 공을 뻥 차는 게 좋다고 말해주자. 그 바람에 함께 공놀이를 해주면 더 좋겠다.
이 책의 맛깔스러움과 교훈과 해학은 충분히 훌륭한데, 거기에 보태어 책 말미의 그림책 선생님의 책 읽어주는 가이드는 게 중에서도 가장 압권이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어떤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지, 아이와 어떤 놀이를 연계할 수 있는지 쉽게 설명을 풀어놓았다. 그림책 선생님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처음엔 그림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이와 자연스런 놀이로 발전시키고, 또 거기에 교육을 보탤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겠다. 작가의 창의력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