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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김진기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아이는 창에 가만히 귀를 대어 봅니다.
빗소리가 한결 가까이 다가옵니다.
음악같이 좋은 소리입니다.
아이는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앞 못 보는 엄마를
놀릴 때입니다.
아이의 볼이 점점 빨개집니다.
그렁그렁 눈물이 고입니다.
"이런, 빨강 아이가 됐네!"
엄마는 한껏 달아오른 아이의 볼을 감쌉니다.
다른 아이들은 잘 모릅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엄마는 민들레꽃을 좋아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햇살이 살포시 따뜻해지면
엄마는 작은 마당으로 나옵니다.
여기저기 피어 있는 꼿들 중에서도 민들레꽃을
엄마는 신기하게도 잘 찾아 냅니다.
엄마는 민들게꽃 향기가 따뜻하다고 합니다.
엄마는 민들레꽃 노란 향기를 좋아합니다.
저녁 노을이 질 때면 구름은 온통 보라색입니다.
아이가 보라 구름 위로 날아오릅니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아이는
구름을 건너고, 건너고 또 신나게 건넙니다.
구름은 보라색 징검다리입니다.
구름 너머 저편에서
별들이 초롱초롱 아이에게 웃음짓고
눈썹달도 조용히 인사합니다.
엄마의 두 눈에 비친 하늘은 맑은 보라색입니다.
보라색 꿈 속에서 아이는 행복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눈가에 아른거리는 빛을 봅니디ㅏ.
무지개.
무지개가 아이의 손에 닿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가슴 속으로 들어옵니다.
아이의 가슴에도
커다란 무지개가 떠오릅니다.
무지개가 햇살에 반짝입니다.
무지개 맞은편에는 언제나
하얀 해가 눈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