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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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신청한 책이 들어와서 일착으로 빌려왔다.  내가 신청한 책은 2007년도 판이었지만, 1999년도 책이어도 나쁘지 않다.  최근판의 그림을 보지 못해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 책의 전통미와 해학성은 그 자체로 뛰어나다.

이 작품의 작가는 '날개'로 유명한 요절시인 이상이다.  그가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동화가 이 작품이다.  좀 더 오래 사셨더라면 어린이를 위한 책을 위해서 그 재능을 아낌 없이 부었을지도 모를 일이니 독자로서 안타깝지만, 이 책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음을 또한 감사하게 여긴다.

이 책의 주인공 돌쇠는 조금 게으름뱅이다.  하지만 아끼는 황소는 부지런쟁이에 돌쇠도 지극정성으로 대해준다. 

어느 날 해저문 숲에서 마주친 도깨비 하나.  어려운 입장에 처한 도깨비의 간절한 부탁으로 황소의 뱃속을 은신처로 제공하게 된 돌쇠.  그 덕분에 황소의 힘을 열배로 키워준 도깨비.

이후 황소는 열배의 힘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돌쇠는 황소에게 먹이도 많이 주면서 큰 돈을 번다.  약속한 두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 도깨비는 나올 생각을 안 하고 황소는 점점 힘들어 하는 상황.

알고 보니 황소 배 안에서 도깨비가 너무 살이 쪄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도깨비는 다시 도움을 요청한다.  황소가 하품을 하게 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면 황소에게 100배의 힘을 쓰게 해주겠다고.

많은 방법을 갈구하고 지혜로운 이들의 도움을 구했지만 모두 허사.  돌쇠는 애꿎은 황소만 죽게 만드는 것인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래도록 피곤에 지친 까닭일까.  돌쇠는 하품을 하게 되고 그 모습에 황소도 따라서 하품을 하게 된다.

때마침 밖으로 튀어나온 도깨비.  약속대로 황소의 힘은 100배가 되고 만다.

재밌는 그림과 이야기도 신나지만, 마지막 돌쇠의 다짐+맹세가 소신 있어 보여 야무지게 느껴진다.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귀신들은 한이 서린 무서운 존재일 때가 많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도깨비는 익살맞고 은혜를 알고, 재미난 녀석이다.  이 책에 귀신도 등장했다면 마찬가지로 재밌는 존재였을 듯하다.

그림도 참 마음에 드는데 한병호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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