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연재 당시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작품이다. 1권의 2/3분량 까지는 연재물로 보았는데, 아무래도 단행본으로 사모을 듯 싶어서 보기를 그만두었다. 아마도 이 작품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관심이 더 생긴 것은 영화 "화려한 휴가"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우리 국민이라면 꼭 보아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건 일종의 '부채의식'이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기를 원한다. 다행히도, 강풀 작가는 '대중성'에 집중하였다. 심지어 이 작품이 '재미있기'를 작가는 원했다. 광주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려는 작가의 고심이라니, 기꺼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며칠 전 뉴스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돌발뉴스에는 그가 아프간 사태에 대해서 말하면서 자신이 인질로 갔다면 훈련도 받았고 대신 가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한 대목이 실리기도 했다. 세상에. 인질 사건도 당사자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농담삼아 할 얘기가 아니건만, 자신의 군경력을 당당히 얘기하는 그 뻔뻔함이라니... 한밤중에 욕지기가 나서 혼이 났다. 그러니... 진짜 광주의 아들, 딸들은... 그 끔찍했던 광주를 몸소 체험했던 피해자들은, 그 긴 시간동안을 얼마나 끓는 마음으로 보냈을까.

사형판결이 무기징역으로, 다시 2년도 안 되는 감형으로. 그리고 석방.
뿐이던가. 통장엔 29만원 밖에 없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유행어도 탄생시켰다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있다니...
그의 존재는, 우리 역사의 치욕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다.

그러나, 이미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고, 그 시간 동안에 자라버린 사람들은 현대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언제나 치욕의 식민지 역사에서 멈춰버린 채로 졸업을 하였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지 않는 한, 그 시대의 진실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오늘날의 고등학생들은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따로 배우지만 '선택'과목이다. 따라서 선택하지 않는다면 알아낼 길이 없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근현대사를 인기 과목으로 여기지 않는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강풀의 작품이 더 반갑다. 만화라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로 이 무겁고 심각한 얘기를 시작했다는 것에. 작가는 그 무게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 무게감을 덜고 쓰려고 애썼다고 했다. 역시 반가운 일이다.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구체적 소식은 모르겠다. 그 역시 환영할 일이다. 화려한 휴가 이상의 반응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더 많이 진실을 알려주었으면 한다.

아직은 26년 전체 내용의 윤곽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 씻을 수 없는 분노를 지닌 사람들이 뭉쳤고, 그들의 최종 계획은 학살자를 암살하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은 좀 더 지켜보아야겠다. 강풀 작가의 책들을 거의 다 본 편인데, 점점 더 전개 과정이 영화스럽다고 할까, 연출의 긴박감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겠거니와 작가의 역량도 그만큼 성장할 것일 게다.

난 이 작품이 내 책장에 꽂혀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 다시 이 작품에, 그 사건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더 편해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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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으로 만나는 5.18
    from 파피루스 2008-05-19 05:18 
    다른 지역보단 5.18을 가까이 느끼며 자랐을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5.18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해마다 5.18기념일이면 학교에서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5.18의 실체가 궁금해서 정의를 내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5.18의 실체와 정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해, 나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려고 5월 이야기 한 꼭지라도 들려주고 풀어내는 커리큘럼을 짠다. 작년에는 3학년 이
 
 
순오기 2007-09-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두환 다음에 봐야 할 책이군요~~~ 장바구니가 자꾸만 무거워져요~~~ ㅠㅠ

마노아 2007-09-06 00:18   좋아요 0 | URL
게다가 이 책이 3권짜리랍니다. 기꺼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감당하는 순오기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