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M의 천국 3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2월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들, M의 회원들. 초능력을 얻으면서 동시에 갖게 되는 치명적인 약점들.

그 능력과 약점들은 부모님과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끊어지게 하고, 연인과의 사이도 멀어지게 만든다. 마음과 정반대의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텐이나, '명령'을 통해 어떤 일을 성취시킬 수 있지만 제 몸의 고통으로 대가를 치뤄야 하는 신남,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강도인도 꿈을 움직일 수 있는 힘 대신 어떤 약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공초류. 그는 식물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 그 바람에 과일 하나도 맘대로 먹을 수 없고, 밥도 삼킬 수 없다. 온갖 비명을 들으며 밥상 엎어버리는 게 그의 주 특기.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으니 미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그에게도 짐작치 못했던 다른 사연들이 있었다. 초능력자가 부모에게 사랑 받고, 친구에게 인정받고, 연인과의 사랑이 가능하기란 확률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그는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니, 보임을 받았다. 선택받은 그의 축복받은 운명이랄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래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지하의 이야기도 다음 번에는 볼 수 있을 듯하다.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개연성 없는 전개로 진행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서현주 작가는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개연성도 확보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적당한 코믹과 적당한 뭉클함이 공존하는 M의 천국. 홍일점 아령이의 캐릭터도 사랑스럽고, 심지어 심술쟁이 귀신조차도 얼마나 인간적이던가. 이제 막 등장한 ESP집단의 한 녀석은 일단 초절정 미모는 보여주었는데, 심성은 무서운 인물인 듯 보인다. 그들에 대한 더 많은 설명도 4권에서 등장할 테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고, 사회적으로 오히려 약자에 해당하는 이들 초능력자들은, 많은 굴레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낼 테지만,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그런 선후배, 친구, 연인들이 있어준다면 얼마든지 고난을 극복하고 그들의 '천국'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선 수상한 S와 M도 등장하지만...;;)

서현주 작가의 그림체는 크게 변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좀 더 섬세한 감정 변화를 미묘하게 그려내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점점 더 이 작가가 좋아지려 한다. 작가는 책 많이 팔아서 조카에게 한 재산 물려주는 게 소원이라지만, 난 좋은 책 많이 모아서 조카에게 물려주련다. 작가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 계속 만들어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