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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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라는 게 결코 전두환, 노태우 이런 사람만 한 게 아니잖아요. 그 밑에 하수인들이 있었던 건데,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고, 법원이나 검찰에 있고, 변호사를 계속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민주화의 도정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겠죠.(박원순)
-71쪽

문제는 반공이라는 것이 분단현실 속에서 기득권이 되어버렸어요. 그들은 반공이라는 것이 없어지면 자기 기득권이 해체되기 때문에 불안 초조한 겁니다. 남북이 세계를 향해서 두 개의 독립된 국가로서 UN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를 향해서 6.15 공동선언을 했습니다. 그 6.15공동 선언의 의미가 뭐냐 하면, 갈등과 충돌을 일으켰던 분단의 역사를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통일의 역사로 대전환시킨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일방통행식의 반공주의를 그때 해체하거나 없앴어야 했어요. 그리고 민족이 서로 화합해서 신뢰를 갖고 서로 돕고 이해하면서 통일해가려고 노력해야죠. 그런 역사의 대전환과 같은 물줄기를 억지로 뒤집으려고 하는 몸부림들이 보수 언론의 작태예요. 시대착오적이죠. 그리고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지금도 반공을 내세워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하는 그 작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조롱당하고 불신당하고 있는지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86쪽

정치에 직접 가담하면 작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것은 작가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국회의원을 뽑는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마음 놓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보장되어야만 민주국가죠.
-88쪽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문학이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고, 참된 문학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조정래)
-103쪽

마 교수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좌파 이데올로기, 성 이데올로기 그 두가지에 대해서만은 못 참아주는 그런 보수 세력이 너무 많다"고 말했는데, 개인보다 국가를 더 우위에 둔다는 점에서, 개인의 생각을 공권력을 통한 처벌의 대상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점에서 마광수 사건과 송두율 사건, 조정래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고발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마 교수는 자신이 주장하는 ‘야한 정신’은 "정신보다는 육체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국수주의보다는 세계적인 보편성에, 집단보다는 개인에, 관념보다는 감성에, 명분보다는 실리에, 교조주의보다는 다원주의에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112쪽

권력지향적인 게 문제예요. 제가 학교에서도 있어보니까 교수들이 굉장히 권력을 지향해요. 예컨대 보직 같은 거, 처장이라든가 학장이라든가, 또 그런거 하면 연대나 서울대 교수는 장관도 잘 돼요. 지금 교육부 장관이 다 교수 출신이잖아요. 문단도 마찬가지야, 감투가 굉장히 많아요. .......그거 말고도 파벌이 있잖아요. ...... 그래가지고 계속 거기 들락거리고 같이 술 마시고 안면을 터야 원고 청탁도 오고, 상도 받는 거지. ......그래서 처신만 잘하면 (정치인이든 학자든) 전두환 때도 해먹고 지금도 해먹을 수 있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126쪽

21세기를 맞이한 지금에 있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가 가장 뼈아프게 절망하고 있는 것은 ‘문화적 촌티’다. 이것은 문화독재적 사고방식과 수구적 봉건윤리로부터 기인하는데, 이 ‘문화적 촌티’가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고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바로 ‘표현의 자유 억압’과 변화의 거부 그리고 ‘성의식의 이중성’인 것이다.
-127쪽

옛날에 주로 빨갱이 서적을 판금시켰는데, 이제는 잡을 건수가 없으니까 전부 에로티시즘이야. 걔들도 월급 받으니까 건수를 올려야 되잖아요. 그런 게 엄연히 문광부 산하의 정부 기관으로 있으니까, 아직도 변한 게 없는 거죠.
-132쪽

중국에서는 <홍루몽>을 더 쳐주고 <수호전>도 많이 보는데, <수호전>은 산적 얘기잖아요. 따지고 보면 민중의 얘기일 수 있죠. 그런데 <삼국지>는 권력자들의 얘기거든요. 그 입장에서 서술한 거고. <삼국지>에 이렇게 열광하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권력 지향적으로 돼서 그런 것 같아요.
-138쪽

겸임교수라는 게 월급 반도 안 주고, 객원교수도 그렇고. 특히 겸임교수제도가 악법이지, 일은 똑같이 부려먹으면서 월급을 1/3만 주는 법도 있나요? 말이 ‘겸임’이지 딴 직업 겸한 게 없거든요.(시간강사에 비해 나아진 거라면) 강사료를 방학 때도 준다, 이 정도 생각하면 되요. 그런데 교수 TO에는 집어넣어 주니까 학교 실적으로는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부 (헐값에) 겸임교수를 쓰려고 하지.
-151쪽

제가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철거하자고 글 많이 썼는데요. 동상도 서울대 교수가 만든 건데, 완전히 깡패처럼 만들었잖아요. 어깨 올라가고, 눈 부릅뜨고... 이순신이 그런 사람은 아니었단 말이죠. 그런 식으로 아주 말하자면 武 숭상이지, 힘. 물론 이순신은 영웅이지만, 그런 영웅숭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우리나라는 천재는 박대하고, 영웅은 숭배해요. 영웅은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요. 굉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권모술수도 써야 하거든요. 천재들은 대개 괴팍하고 고독해요. 그런데 천재들이 언제나 시대를 이끌어가거든요. 장 자크 루소 같은 사람도 당대에는 판금당하고 잡혀가고 그랬거든요, <에밀> 때문에. 그런데 그게 프랑스 혁명의 원동력이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천재를 중시하는, 괴짜를 인정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이런 풍토는 없고, 어떤 수단으로든 영웅만 되면 그 사람은 대단하다고 평가하잖아요. 박정희가 대표적인 예죠. 영웅숭배 굉장히 심합니다. (마광수)
-152쪽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 김근태 의장이 고문을 당하던 당시의 회고를 들으면서 치를 떨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처절한 고문을 당하는 사람 옆에서 고문을 하던 사람들은 태연히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 오늘 소풍 갔다던데, 잘 다녀왔어?"라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더라는... 고문당하는 사람에게도 소풍갈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어찌 그럴 수 있었으랴. 5월 4일 행정대집행 다음날은 어린이날이었다. 대추리 아이들도 최소한 그 날만큼은 선물도 받고 뛰어놀 권리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소박한 꿈마저도 뭉개버린 그들도 집에 가서는 "우리 딸, 무슨 선물 받았어?"라는 얘길 했을 것이다.
-156쪽

우리가 유신을 겪는 동안 얼마나 국가폭력에 시달렸습니까? 그러면서 화염병을 폭력이라고 하고. 여기에서 경찰의 폭력은 시작부터 폭력이야, 들어오면서부터 보십시오. 대추리 주민들은 자유롭게 찾아오는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까? 대추리 주민이 밖으로 이동했을 때 자기 집에 들어가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 하는데요. 자기 집에 들어갈 때 주민등록증 내고 들어가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이 자체가 폭력이라고요. 이것에 항거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라고 하는 겁니다. 그걸로 벌금형을 받기도 하고, 재판중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문정현)
-169쪽

지금 멕시코에 변변한 은행이 없습니다. 미국 아니면 스페인이고, 나머지 부분은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는데, 그것은 멕시코의 재벌들이 인수를 했어요. 그래서 전화료 등의 공공요금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철도 같은 경우에는 지방으로 나가는 노선이 끊겨 버립니다. 수익성이 낮으니까 끊어버리면 이익이거든요. 국가가 할 때는 산골까지 다 가야 하죠. 민주주의를 달성해야 되니까. 완전 민영화를 시켜버리면 돈 안 되는 오지는 안 가게 되는 거죠. 공공성의 훼손도 심각하고요. 물론 고급 의료시장, 교육 같은 데는 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워낙 소득 수준이 낮고, 부자들은 다 북부지역에 살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아프면 미국 병원에 가면 되고, 애들은 미국 학교에 다니면 되거든요.
-192쪽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삼각동맹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재벌, 재경부 등 고위 관료,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이 지배하고 있고, 그 정치적 대표가 한나라당이죠. 경제정책 기조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의 부총리 출신들이 전혀 다르지 않고 똑같습니다. 따라서 정책 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최악이죠.
-206쪽

우리나라의 장점이 계층 간 이동성이었는데, 지금 상층부가 점점 굳어져가고 있거든요. 중하층에서 상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막히고, 과거에는 교육이 그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상층부를 폐쇄회로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12쪽

민영화라고 하는 것이 유효한 경쟁을 보장한다면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기간)망 산업은 특징상 자연히 독점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큰 것이 계속 작은 것을 잡아 먹어서 독점이 되는... 독점이 되면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고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외국 자본이 그것을 소유했을 때는 단기간에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유지비용을 극단적으로 아끼게 되죠. 그렇게 되면 사고도 많이 나고, 서비스 질도 낮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214-215쪽

누가 그런 멋있는 표현을 썼더군요, "실현된 미래"라고. 한미 FTA는 굉장히 큰 쇼크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굉장히 많이 나올 정책입니다. 그게 현 정부에서는 나오지가 않죠. 현 정부는 협상만 하고 끝내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다음 정부에서 다 튀어나올 텐데, 그걸 자기 잘못이라고 할 정부가 어디 있겠어요? 이전 정부가 이미 다 잘못해놨다고 얘기하겠죠. ...... 차기 정부에서는 자기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 이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겠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울 겁니다.
-217쪽

이론하고 정책 사이에는 만리장성이 있어요. 이번에 와보니까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만들어도, 그 다음에 정치적 만리장성이 또 있습니다. 청와대 내부부터 시작해서 부처, 여당, 야당, 조중동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정치적인 만리장성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야지 하나의 경제 정책이라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236쪽

사람들이 내가 노력만 하면 남들보다 잘 살지는 못해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는 희망, 확신 이런 게 있을 때 그 사회가 안정적이 되고,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만일 사람들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회의주의/냉소주의에 빠지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들을 어떻게 노력에 비례해서 자기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꾸느냐, 희망으로 바꾸느냐가 앞으로의 정치적/정책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겁니다. (정태인)
-237-238쪽

우리는 자유주의가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안 되는 거고, 자유주의가 없기 때문에 똘레랑스도 없는 겁니다.
-251쪽

우리 사회의 문제가 뭐냐 하면 지나치게 어른들이 많다는 겁니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너무 많아요.
-256쪽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끊임없이 ‘이건희=삼성, 삼성=국익, 국익=국민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심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 등식 사이에는 엄청난 과장과 논리 단절이 있죠. 국익과 국민의 행복이 꼭 일치하지는 않거든요.
-261쪽

이게 우리 사회의 DNA구나,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만성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대한민국 당대 파워엘리트들한테 그렇게 돈질을 일상적으로 업무 삼아 하는데, 그 사람들 눈에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하잘 것 없이 보일까. 돈으로 거래할 것 없는 그 헐벗은 사람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63-264쪽

이미 다 포섭되어 있어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서 그런 전화를 안 받으셨거나, 그 네트워크에 안 계신 분이라면 삼성지배공화국에서는 한 3등 이하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69쪽

가장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가서 있는 그대로 그들의 뜻을 전하고, 그런 게 기자의 역할 아닌가요? 이른바 우리 사회의 언로를 풀어주는 것, 그게 그들이 말하는 저널리즘인지는 몰라도, 저는 그게 음악이고, 시고, 미술이고, 연기고,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277쪽

통상 윤리라는 것과 도덕성이라는 것은 성인군자의 옷자락 끝에 묻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정당한 분노, 수오지심, 이런 게 의 아닌가요? 대한민국 농민들이 둘이나 죽었는데, 아무도 화 안내잖아요.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던 1987년에는 이한열이라는 학생이 최루탄을 맞아 죽은 걸 가지고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어요. 그래서 우리 시민사회가 형성딘 거죠. 그런데 지금 시민은 어디가 있어요. ...... 저는 좀 많이 울고, 많이 분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다 웃고만 있어요.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이상호)
-281-282쪽

PD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에요. ‘왜 내가 굳이 그런 걸 보도해서 분란을 일으키고,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거죠. 언론인 개개인이 팩트와 기자적 양심에 따라 보도하기보다는 점점 데스크나 언론사 전체가 요구하는ㄴ 방향에 함몰되는 것 같아요. 결국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도만 남게 되고, 시청자나 독자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즉 조직의 입맛에 맞는 보도 거리만 찾으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듯싶어 걱정됩니다.(최승호)
-312쪽

책 나오면 홍보를 하는 걸 가지고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자기 책 홍보가 지식노동자로서 굉장히 정직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책 내서 사달라고 얘기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겁니까?
-346쪽

모로코 속담에 "말로 입힌 상처는 칼로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말이 있고, "글로 맺은 원한은 만 년이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심코 남긴 하나의 댓글이 어떤 사람에게는 두고두고 남아서 영혼을 파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56쪽

사실 경제적 궁핍보다 더 나쁜 건 그 궁핍에 대한 경멸이죠. 이건 돈을 좇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자부심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잖아요.
-358-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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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16: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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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2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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