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립니다... 속 깊은 그림책 2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즈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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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어린이 코너에서 만난 책이다.  아주 어린 꼬맹이에게 엄마가 이 책을 읽어주었는데, 얼핏 보고서도 내가 기다린 책이라는 감이 팍팍 왔다!  감동의 증폭을 위해 제목만 적어오고는 바로 주문했다.

알라딘에서는 상품 카테고리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확실히 내용으로 보건대 어린이용 동화가 아니다.  알라딘의 카테고리가 마음에 든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면 딱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책은 가로로 긴 판형이다.  편지 봉투의 투명 비닐같은 재질이 실제로 종이에 붙어 있는데 촉감만 다를 뿐 떼어지지 않는다.  간결한 그림과 넓은 여백, 그리고 빨간 털실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기다림'이 녹아 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휴가를 기다리고, 어서 가 자라기를, 그 사람이 건강해지기를,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편지 한통을, 안부 전화 한통을, 전쟁이 없는 평화를, 우리의 화해를, 그리고 따스한 을 기다린다.

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기다림들이다.  어떤 것은 지극히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어떤 것들은 즐거운 지루함으로 기다리기도 한다.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휴식을 기다리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지기를 기다리는 마음의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다 소중하게 보인다.

빨간 실 한줄기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기도 하고,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는 안내선이 되기도 하고, 아기와 엄마가 연결된 탯줄이 되기도 한다.  어떤 빨간 실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고, 또 어떤 빨간 실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실은 만남을, 그리고 갈급한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속에 모두 '기다림'이 녹아 있다.

하얀 바탕과 검은 선, 그 커다란 여백 속에 한 줄기 강렬한 빨간 실.  게다가 '따스함'이 느껴지는 털실이라니... 이토록 적은 도구를 가지고 이렇게 강렬한 대비를 통한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을 줄 수 있다니... 작가들의 감각이 대단하다.

내가 삶 속에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극히 현실적인 것으로 고용의 안정, 건강한 노후, 행복한 연예 등등?  모두 다 내가 기다리는 것들이 맞다.  그리고 또...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을까?  그리고 또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야 할까?

관계 속에서 지치지 않는 나
나의 진심을 곡해하지 않는 너
네 아픈 비명을 알아차리는 나
내 흐느낌에 위로해 주는 너

개인의 발전과 비례하는 사회의 발전
정치인이 존경받는 대한민국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차별 없는 우리
모두가 적당히 잘 사는, 조금 더 행복해진 우리

좀 더 용기있고, 좀 더 양심 있고, 좀 더 멋진, 아름다운 이 세상......

마지막 페이지에는 "끝"이라고 적어놓고는 다시 엑스 표시를 하고 "끈"으로 글자를 바꾸어 놓았다.  끝이 아닌 시작을, 인연의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  정말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던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아직도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많지 않은 글귀 속에서 위로를, 용기를, 희망을 얻는다.  그게 '삶'의 속성이니까.  또 본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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