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의 정원을 먼저 읽었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큰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동양적 안빈낙도를 예상했던 것 같은데, 타샤의 정원에서는 '낙도'는 있어도 '안빈'은 좀 무리다 싶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내가 갖지 못한(내가 탐낸 생활은 아니어도) 대단한 무언가를 가진 그녀가 너무 놀라워서 심술도 조금 났더랬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전혀 기대도 없이, 그림이나 보자~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오히려 마음을 비워서인지 몹시 다정하고 친숙하고 또 너그러운 마음으로 글이 다가왔다.

이 책은 타샤가 유일하게 직접 쓴 에세이집이다.  다른 책들은 다른 사람들이 타샤를 관찰하고 쓴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는 타샤의 목소리와 손때가 잔뜩 묻어 있다.  그녀의 집, 그녀의 정원, 그녀의 옷차림, 그녀의 작품, 그녀가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것들로.

참 독특하다.  무려 30만 평에 달하는 대지에 정원을 가꾸고(이걸 정원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1830년대 드레스를 꼭꼭 챙겨 입고, 전기나 수돗물 대신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타샤.  집이 너무 어둡다라는 지적에 옛날 집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아느냐고 타샤는 되묻는다.  문명의 이기에 너무 익숙한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언제나 당연하다는 착각 속에 살기도 한다.

직접 실을 만들고(세상에), 그 실로 옷도 직접 만들어 입는 타샤 할머니. 그녀의 육체는 노동으로 단련되어 있어 살이 찔 틈이 없다. (결혼할 때 입은 웨딩드레스가 지금도 맞다고 한다.) 이 책이 쓰여졌을 때는 지금보다 젊었을 때이지만 이미 충분히 노인인데도 그녀는 물을 직접 길어오고 2000뿌리의 구근을 심을 만큼 관절이 튼튼하다(그래 보인다.) 이렇게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자연 속에 살아가는 타샤 할머니에게 100살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은 아닐까 관심이 생긴다.)

너무나 낯설고 혹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활을 하는 그녀에게서 시샘을 거둔 것은 그녀의 이같은 삶 자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다지 비켜가지 않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삽화를 그렸고, 자신의 작품은 당연히 '상업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가 자신이 이룩한 부를 가지고 이만한 낙원을 꾸린 것은, 소설가 김훈이 1,50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면서 40년 간 야근한 대가로 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같은 입장이지 싶다. (그가 4천만원짜리 자전거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타샤의 정원은 앞으로도 비대해지거나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책은 봄,여름, 가을,겨울로 지나가면서 그곳 정원의 달라져가는 모습을 담아냈고, 그 계절에 따라 타샤가 해내는 작업들에 대해서도 촛점을 맞추었다.  정원일을 쉬어야 하는 추운 계절에도 그녀의 일손이 멈추어질 일은 없다.

타샤가 어렸을 때에 그녀의 집안은 미국 내의 명사들과 교류했었다.  이제 타샤는 그녀의 자녀들, 손주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것을 되돌려 주고 있다.  이미 그 자신이 유명인이 되어 있고, 그녀의 정원을 찾아오는 유명인사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또 타샤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역사 체험이며 현장학습이 될 테니까. 크리스마스 트리를 직접 베어서 진짜 초를 꽂아놓고 100년도 더 지난 장식들을 보는 일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추억은 아니니까.

심지어 타샤가 쥐를 잡기 위해서 함정을 파고 그 쥐를 벽난로 속에 집어던지는 내용까지 나온다.(어찌나 리얼하게 묘사를 해주던지...ㅠ.ㅠ) 그러니까 이 책은 자연인 타샤보다 생활인 타샤의 모습에 더 가깝다. (그래서 거부감/혹은 시새움이 덜하다)

그녀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그런 삶을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의 노력이었다.(기회의 평등은 말하지 말자.) 그녀처럼 살 마음은 없지만(그럴 수도 없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타샤의 모습을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은 나로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더불어 그녀가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근데 출간이 되어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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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1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이런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네요. 칼데곳상을 받은 작품이 무언지 저도 관심있으니 가르쳐주세요!

마노아 2007-08-14 15:27   좋아요 0 | URL
1956년에 출간한 1 is One이란 작품이래요. 지금 검색해 봤는데 언뜻 못 찾겠어요. 출간이 안 된 것 같아요^^;;;

스카이 2007-08-1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성실한 답변 너무 감사했고요.그보답은 아니지만~~ㅎㅎ지인의 주문요구로 제가 추천했지요.리뷰 잘봤습니다.빌려서 라도 읽도록 노력할께요.오늘은 효창공원에 있는 백범 김구선생님 기념관에 다녀왔지요.호 백범의 뜻과 서대문 형무소 수감 사실을오늘 알았고 일제시대 강제로 서삼릉으로 옮긴 문효세자의 무덤이 효창공원의 효시(넘 거창한가요) 란걸 깜빡했다가 아들의 도움으로 다시 머리에 새기는 하루였답니다

마노아 2007-08-16 13: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스카이님~! 광복절을 뜻깊게 보내셨군요. 아드님과 함께 산 교육을 하고 오셨네요. 저는 '만남의 광장' 보고 온 게 다인데 민망합니다^^;;
영화도 나름 '분단 조국의 현실'을 들여다 보는 조명 역할을 하려는 노력을 보였으나 기대에 많이 못 미쳐서 좀 실망스러웠어요. 타샤 시리즈는 저도 빌려보았어요. 제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제가 제일 먼저 빌려본 거지요^^;;; 빌려보아도 무방한 책이라 사료됩니다~ 어제 쉬고 나니 오늘이 월요일 같은데 곧 주말이죠. 폭염이라는데 햇볕 조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