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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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01년에서 2002년에 쓰여졌고, 책은 2003년도에 출간됐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2005년에 샀고 2007년에 읽었다.  한참이나 뒤쳐져서 읽다 보니 박자가 많이 늦어버렸다.  어떤 대목들은 지금에 와서 민망하게 읽히고, 어떤 기대들은 처참하게 밟혀 있고, 또 어떤 의견듯은 다른 것들로 대체되어 있기도 하다.  군관련 자료들은 수치상의 변화도 많이 보이고 말이다.  제때에 읽지 못한 뒷북을 제대로 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읽으라고 많이 권하고 싶다.  근현대사를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들이 가히 충격으로 다가올 테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알아차리고 놀랄 일들이다.(모르고 살아간다면 그건 비극이다.) 혹 시사문제에 별 관심 없이 등지고 살아왔다면 책이 어렵게 읽힐 수도 있겠다.(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문장표현이 어렵게 서술되어 있었다. 뜻밖에도.) 그렇지만 다시 강조한다.  역시, 읽어 마땅한 책이다.

부제는 '단군에서 김두한까지'라고 적혀 있는데, 그래서 나는 시간 순의 서술인가보다 막연히 짐작했었다.(전혀 아니다.)

1부 승리의 짜릿한 감격은 없었다.
2부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
3부 또 다른 생존방식, '편가르기'
4부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
5부 병영국가 대한민국

저 소제목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태생적인 한계, 과거에 발목잡혀 미래마저 저당잡힌 우리의 현시점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데, 묵직한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한 쳇기가 가슴에서부터 느껴진다.

저자의 입담은 어찌 보면 꽤 시니컬하지만, 할 말은 제대로 하고 있다.  친일파의 처단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주장만이 꼭 옳지 않음을 당시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는데, 국민의 80%가 창씨개명을 했던 시대상을 감안한다면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라는 말이 함포하고 있는 그 폐쇄성과 편가르기에 대한 지적은 박노자씨가 자주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주 대놓고 지적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불끈해 마지 않던 그 반미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반미였다는 새로운 진리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인권이 유린되는 것에 더 분노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금메달 빼앗긴 것에 더 울분을 토로했으니까.

아마도 이 책은 세대별로 다른 감각으로 읽힐 듯하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시절, 민주화투쟁, 그 이후 세대 등등... 자신이 겪었던 시대의 눈을 통해서 남다른 필터가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작가가 미국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감각에 대해서 지적한 바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영원한 우방 미국을 찬양하는 사람들과 성조기조차도 태울 수 있는 사람들과의 그 멀고도 먼 거리란...

저자가 역사학자인 만큼 우리의 고대/중세/근대사에 접목시켜서 현대사를 깊이있게 조명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조선망국원인에 대한 인식도 조금은 달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조선 나름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병영국가 대한민국편은 구구절절 고개 끄덕이면서 보았다.  이제 진짜 우리는 징병제에 대한 전면검토를 통해 모병제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군대문제만 대두하면 우리는 진짜 적을 뒤로 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너무 많이 해왔다.  그 모든 온갖 병폐의 근절을 위해선 올바른 시민의식화와 정당한 시민운동이 함께 발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남북협상을 앞에 두고, 우리 사회의 진일보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면 너무 이른 김칫국일까.

책은 의미심장하게, 때로 재밌게, 때로 서글픔을 동반하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간혹 숫자의 오기와 수많은 오타가 눈을 어지럽혔다.  옥의 티다.

그리고 덧글. 일제 강점기는 36년이 아니라 35년이다.  좋지도 않은 것 굳이 일년 더 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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