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연출

터널 ㅣ 그림책은 내 친구 2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9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언제나 놀라움을 가져다 준다.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도 그렇지만,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 심리 묘사라니...

어쩌면 앤서니 브라운의 정체는 자라지 않는 동심 그 자체의 피터팬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은 오빠와 여동생이다.  둘은 티격태격하기 일쑤고, 보다 못한 엄마는 점심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며 둘은 한꺼번에 쫓아낸다.  졸지에 같이 있게 된 두 남매.

무서움 많은 여동생을 나무라며 호기있는 척하는 오빠.  오빠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혼자 남기 싫은 여동생은 무서워하면서도 오빠의 뒤를 따른다.

이때 터널을 통과하는 여동생의 모습을 컷을 분할해서 보여주었는데, 처음엔 머리를 보여주고 마지막 그림엔 발만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재치와 그림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

여동생은 터널 너머에서 놀라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마치 당장 동화속 요정이나 마녀가 나올 듯한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느낌의 숲이 펼쳐져 있었던 것.  그리고 독자를 신나게 만드는 것은 이 숲엔 숨은 그림 찾기의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나무 사이사이로 용이라던가 마녀라던가 하는 인물들이 아닌 척, 없는 척 숨어 있는데 흘깃흘깃 여동생을 쳐다보는 그들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여동생은 돌처럼 굳어있는 오빠를 구해내고, 오빠는 아까처럼 호기있는 척을 하지 못하며 다행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집에 돌아온 이들은 모험을 함께 즐긴 동지애를 보이며 엄마 앞에서 그들의 비밀을 감추어 버린다.

형제애도 느낄 수 있고, 모험과 환상이 공존하고, 멈춰있는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까지.  짧은 페이지 안에서 앤서니 브라운은 갖은 재주를 선보이며 독자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아이들도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보며 히죽히죽 웃었는데, 이 책은 사야할 책으로 다시 분류해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