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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날에 SE (2disc) - 초회 2disc 한정판
박광수 감독, 박신양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영화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영화를 보러 갔다가 예고편으로 '눈부신 날에'를 보았다. 서신애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고, 박신양도 워낙 연기의 귀재임을 익히 알고 있으니 호기심이 동했다. 게다가 투우사 복장을 하고서 월드컵 응원을 주관하는 장면에 눈이 콱! 박혀 버렸다.
보러 가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극장에 걸리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고서 작품이 내려지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그 주에 "캐리비언의 해적3"가 개봉을 한 것이다. 참 운도 없지. 타이밍이 나빴군... 라고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 작품은 눈시울을 붉히며 볼 법한 작품임에 틀림 없으니 학생들과 같이 보기로 했다. 방학하기 직전의 시간들. 수업 진도는 모두 나간 상태. 대부분은 독서 시간을 주었는데, 딱 한 반만 골라서 같이 보기 시작했다. 모두 합해서 3시간에 걸쳐 보았는데, 아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집중을 잘해준다.
뭐, 때마침 인기를 엄청 끌었던 "쩐의 전쟁" 덕분임을 부인 못하겠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니까..;;;;)
작품 구조는 단순하다. 투기판 바람잡이로 살아가는 건달 종대에게 어느 날 보육원에 맡겨졌다는 아이가 있었다면서 입양 되기 전까지 잠깐만 살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물론 종대는 거절했고, 돈을 대가로 아이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사실 난 아이가 아픈 지는 몰랐는데, 예지원의 간절한 부탁에 뭔가 있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악성 종양이 있단다.ㅡ.ㅡ;;;;
처음엔 귀찮은 짐처럼 굴던 종대는 차차 아이와 정이 들고, 그 사이사이 죽을 고비도 여럿 넘기게 되는데, 원래도 좋지 않던 눈이 패거리들에게 얻어 맞고는 실명 직전까지 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 짐작할 수 있겠다. 아이가 죽기 전에 눈을 기증하겠구나..ㅡ.ㅡ;;;;
하여간! 이때 등장한 보스(라고 불리긴 뭣하지만, 하여간 대장!)가 이경영이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과거 그는 참 로맨틱하고 멋진 역을 소화하던 배우였는데, 시간이 흘러 젊음이 퇴색하니 사람이 너무 초라하게 늙은 것이다. 컨셉이 그랬다면 할 말은 없지만, '불꽃'에서 이영애와의 뜨거웠던 열애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다소 슬펐다. 흑흑.;;;
아무튼. 극적인 순간들이 다가온다. 아이의 병을 알게 되고, 마지막 소원으로 월드컵 응원전을 데려가니.... 이때 배경은 2002 한일 월드컵 중에서도 '포르투갈' 전이다. 박지성이 멋진 골을 넣기 전에 박신양이 옷을 쫙 빼 입고 투우사의 모션으로 응원을 이끄는데,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가 신나게 울려퍼진다.
하지만.... 그게 다다..ㅡ.ㅡ;;;
그 노래 한 번 들을 정도까지만 응원을 보여주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의 열광장면으로 대체해서 박신양의 응원씬은 별로 없다. 난 정말... 슬펐다.ㅠ.ㅠ
아무튼. 작품은 내가 예상한 방향에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흘러갔다. 심지어 마지막 반전까지.
반전은 다소 아픈 부분이었는데, 보육원에 보내진 아이들 중 남자 아이들은 국내 입양이 힘들다라는 대사가 서럽게 울렸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는 눈부신 햇살 속에서 힘찬 희망을 안겨주며 끝이 나는데...
나는 생각했다. 이 작품은 캐리비언의 해적과 굳이 만나지 않았더라도 극장용으로 오래 걸려있긴 힘들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