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e 책에서 이 영화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서로 참호를 파고 대치중이던 독일 병사와 영국/스코틀랜드/프랑스 병사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다가 하루 동안의 휴전을 하게 되고, 서로 음식을 나누고 시신을 묻어주고 심지어 축구 경기까지 했던 기적같은 평화의 밤....

그것이 실화였다고, 영화로도 있다고 책은 소개했다.  그 후의 끔찍한 전쟁과 대조적으로 너무나 평화로웠던 그 밤의 느낌을 알고 싶었다.  영화를 찾아보았는데 출시가 되지 않은 듯하다.  전혀 타이틀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구했다.  유료 다운을 받긴 했지만, 소장해야 할 영화인데 아쉽다.



정상적으로는 결코 저리 나란히 걸을 수 없었던 적군들.  그들이 나눈 그 하룻밤(영화에서는 하루 반)은 기적 그 자체였다.

독일군 진영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도착했고, 전직 테너가수가 노래를 한곡 불렀다.  반대편 참호에서 스코틀랜드 병사가 백파이프로 반주를 해주었다.  노래를 부르던 독일 병사가 용기를 내어 참호 위로 올라간다.  영국측 진영에도 병사들이 참호 위로 올라와 노래를 듣는다.  이번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멋들어지게 부른다.

양측에서 장교가 나와서 크리스마스 2부 동안만 휴전을 하자고 한다.  처음엔 서먹했다.  상대를 온전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코렛을 나눠 먹고 샴페인 잔을 기울이고, 서로의 와이프 사진을 보여주면서 예쁘다고 인사도 해주면서 그들은 가까워진다.  사실, 그들은 서로 싸울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찾아보면 어디선가 서로 마주쳤을 사람들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얽혀 있는 지인들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크리스마스 밤이 깊어간다.  그들은 위생병 신부님의 주도로 함께 미사를 드렸고, 성악가 병사의 연인인 안나의 아베 마리아도 감동 깊게 듣는다.



다음 날 날이 밝아 다시 적으로 대치하지만, 한 병사가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는 것을 신호로 그들은 다시 한 번 휴전을 제의한다.  상대 진영에서 죽은 병사의 시신을 돌려주고, 함께 땀흘려 땅을 판다.  병사들의 군번표를 회수하고 그들의 이름을 꼼꼼히 적는다.  여자가 돌아갈 때 전해달라며 편지를 모으고, 심지어 프랑스 장교의 편지를 독일군에서 접수를 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같이 축구도 하고, 고향 얘기도 하며 우정을 나누지만, 그들의 평화란 지극히 짧을 수밖에 없었다.  상부에 이들의 임의 휴전이 전달되고 모두들 징계를 받기에 이르렀으니...

곧 있으면 독일군 측에서 폭격이 있을 거라고, 독일 장교는 프랑스 장교에게 알려주고, 그들은 다 함께 독일군 참호에 숨어있는다.  영국 진영측으로 무지막지한 폭격이 시작되고, 이제 잠잠해지자 그들은 영국 쪽의 보복이 있을 것으로 짐작, 다시 영국쪽 진영에 다 함께 숨어버린다.  두 차례의 폭격이 지나가고 이제 그들은 정말로 헤어질 시간이 되어버렸으니....

스코틀랜드의 병사들은 '석별의 정'을 연주해 주고, 그들은 그렇게 오랜 우정을 나눈 사람들처럼 서로의 진영으로 돌아가 다시 총부리를 겨누게 된다.



누구도 원치 않는 싸움.  상부에서는 이들을 마치 반역자 취급하지만 그들은 떳떳하다.  후회도 없다.  집에서 편안히 칠면조나 뜯으며 걱정하는 척하는 아군보다, 저 독일군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프랑스 장교의 말이, 깊이 깊이 가슴에 남는다.

적군임에도 고향 땅 어머니 만나는 것을 도와주고, 소식을 전해 주는 그들의 뜨거운 동지애는 전설처럼 덮여버리고, 독일의 황제는 병사들이 고향땅을 지날 때에도 가족을 만날 수 없게 하는 벌을 내리고 만다.  전선을 옮겨가게 되면서 기차 안에 갇힌 그들이 부르는 노래, I'm Dreaming Of Home...

그들의 허밍으로 시작된 노래를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나는데, 그들의 소망이 담긴 노래 자락과 함께 여운이 오래 남는다.

기적같았던 그 휴전 뒤로 1차 세계대전은 무려 1천 만명의 사상자를 내는데... 참으로 인간이 작고 서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 납득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갔을 많은 영혼들에게 이 영화의 메시지가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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