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7 - 요리하는 남자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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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재밌었던 식객이지만, 이번 이야기들은 모두 봄나물처럼 톡톡 튀는 신선한 재미와 멋이 있었다.

1권에서 엄마 찾아 헤맸던 제임스가 아내될 사람과 함께 어머니께 식사 대접하는 이야기가 첫 에피소드였는데, 긴장으로 인해 음식 간을 보지 못했던 미스 박이 음악으로 긴장이 풀리자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공통의 관심사로 긴장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묘사했고, 제임스의 엄마 사랑이 참 고마웠다.  제임스와 같이 이국 땅에서 엄마의 나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을 터인데, 그들에게 태어난 나라의 음식 맛은 어떤 느낌을 줄 것인가 사뭇 궁금하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식객여행'인데, 주제를 정해서 그와 관련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모임을 갖는 조촐한 파티였다.  저마다 사연과 추억이 잠긴 음식들을 들고 나왔는데, 가족간의 정, 연인간의 애정, 친구 사이의 우정, 또 할머니를 향한 효도 등등 이야기마다 감동과 재미를 같이 선사해 주었다.  그저 한끼 식사로 배고픔만 잊게 하는 소모성 음식이 아니라, 이런 주제와 사연을 갖고 음식을 대하는 인연을 갖는다면 그 또한 아주 특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요리하는 남자'였다.  방송국에 도착한 사연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일품이었지만, 이 방송 전파가 타는 사람 사는 곳곳을 보여준 그림이 또 명품이었다.  쭈꾸미 칼국수로 일궈낸 반전 드라마도 긴장과 흥분을 같이 동반시킨 주범이기도 했다.  오래 전 예술가들이 음식에 쏟은 정성에 대한 정보도 같이 얻을 수 있다.   물컹거리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나로서도 쭈꾸미 칼국수에 살짜쿵 호기심이 생겼달까.

다음 에피소드는 짧다.  제목은 '1년에 딱3일"

옻나무 순을 먹는 모임인데 회원들이 늘지 않게 철저히 비밀을 지키면서까지 먹고 싶어하는 그 옻나무순의 맛이 어떨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도 일년에 딱 3일만 즐길 수 있는 맛이라니 귀하기가 하늘 끝에 닿아 있다.  옻독에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겠다.(그러나 구하기가 정말 힘들단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남새와 푸새'라는 제목인데,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그대로 남아있는 에피소드랄까.  영어 잘하게 만든다고 아이 혀를 늘리는 수술을 시키려는 부모.  온갖 인스턴트 식품에 쩔어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  산나물 캐기가 유행이 되어버려 온 산을 헤집어 놓아 나물이 숨쉴 수 없게 된 산자락 등등... 이 모든 이야기들이 종합되어 찐한, 그리고 뜨겁기도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8살 서울 어린이가 산속에서 지낸 하룻밤의 의미.  풍욕으로 가라앉힌 피부 덕에 깨지도 않고 잠들었던 달콤한 수면, 재배한 나물 '남새'보다 자연산 나물 '푸새'의 가치를 알아버린 아이의 깨달음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남새와 푸새라는 단어를 안 것도 의미있었고, 왜곡된 교육풍토에 한숨을 쉬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걸려있던 커다란 문구가 클로즈업 되었는데, 그 문구가 나 역시 맘에 들어 옮겨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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