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엄마, 동생과 형이 동물원에 간다.  한껏 기대에 차 있었지만, 교통지옥부터 시작한 이 날의 나들이는 그리 반갑지 않다.  동물원에 도착해서도 재미난 구경거리는 없었고, 아버지는 매표소에서부터 얼굴 붉히며 싸우기까지 하고(나이까지도 속이다니!) 아이들은 챙피하고 화도 난다. 

게다가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도 가져간 초콜릿조차 먹지 못하게 하는 아빠.  이유를 물으니 아빠 맘이란다.  쳇!

동물들도 하나같이 시큰둥한 모습이다.  하기사.  동물들도 얼마나 지칠 것인가.  늘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요구.  그들도 우리 안에서 사람들을 '동물' 바라보듯 하겠지?  어차피 다 같은 생물이다.;;;

엄마의 씁쓸한 말씀이 여운이 있다.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는 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묻자, 형은 햄버거랑 감자튀김이라 말하고 동생은 원숭이 모자라고 대답한다.  아빠는 집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모처럼의 나들이 길에 우리들도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동물원에 다녀온 큰 아이는 그날밤 이상한 꿈을 꾼다.  바로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  동물들도 꿈을 꿀까? 라고 아이는 묻는다.

어쩌면 우리가 만든 '철창' 속에 갇힌 것은 우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놓고는 철창 밖의 동물을 구경하는 거라 '착각'하며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비단 동물뿐만이 아니겠지.

어린이 동화책이 늘 해피엔딩이나 예쁘장한 결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책은 보여준다.  우리의 가장 근접한 현실 속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진실들도 보여주면서.  역시 앤서니 브라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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