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퀸 SE - 할인행사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 헬렌 미렌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는 토니 블레어 수상의 투표 하루 전부터 시작한다.  당신이 주인이라는 시종의 말처럼 여왕은 권위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데, 이튿날 수상을 대면할 때에도 그 꼿꼿함은 변하지 않는다.

여왕과, 여왕의 남편과, 찰스 왕세자, 토니 블레어 총리 등등 실제 인물들과 몹시 닮은 배우들을 갖다 놓은 것은 사실이다.  재밌게도. ^^

영화 초반에는 사소한 것들로 곧잘 웃음을 안겨주었다.  까르르 웃을 정도는 아니지만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유머러스함이 잔잔하게 묻어 있었던 것.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다이애나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이다.  왕실과 그녀의 불화야 익히 아는 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여왕 일가는 윌리엄과 해리 두 손자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런던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아무런 소견도, 위로의 말도 없었다.  이에 국민 감정은 악화되고 왕실 폐지론까지 들먹이게 된다.

총리 토니 블레어가 왕실과 국민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극적인 화해를 이끌어낸다는 게 내용인데, 뭐랄까...

영화가 재미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를 모르겠다.  설마 주제가 여왕의 자존심은 지켜져야 한다인가?

내게는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자존심과 왕실의 위엄이라는 것이 별로 설득적이지 않고 상당히 오버한다는 기분이었다.  조선 왕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라는 주장과 동등하게 비교할 순 없지만, 그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을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각이 떠올랐다.  이국 땅에서 영국의 왕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마음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등장인물들의 속내였다.

영화를 보면서 적이 놀랐던 것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남편과, 그녀의 어머니를 화면 속에서 보았다는 것.  10년 전이어서 여왕의 어머니가 지금도 살아 계신 지는 모르겠지만, 여태 관심이 없었던 나는 여왕에게 남편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만큼 영국 왕실은 내게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알았던 것...

왕실의 별장 사냥터에서 아주 멋진 사슴이 등장했는데 총을 맞고 처참하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사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다이애나비?  왕실의 권위?  여왕의 자존심???  좀 모호하다.  사슴이 무사하길 바랬던 여왕이, 사슴을 사냥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한 장면이 의미심장하기도 하게 느껴졌다.  진심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자리의 사람.  진심을 진실되게 전하기도 어려운 사람, 자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주인공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는데 칸 영화제에서도 두차례나 수상 경력이 있었던 노련한 배우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전도연은 워낙에 많은 영화를 챙겨보기도 했지만, 수상 소식 이후 더 궁금해졌던 것처럼, 헬렌 미렌의 다른 작품들도 같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귀가 얇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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