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절판


다락방의 불빛

다락방에 불빛이 켜져 있네.
집은 깜깜하고 덧문은 닫혀 있지만
깜박거리는 불빛이 보이네.
그 불빛이 무얼 얘기하려는 건지 난 알지.
다락방에 불빛이 켜져 있네.
내가 밖에서 그 불빛을 바라보는 동안
네가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난 알지-7쪽

얼마나 많이, 얼마나 크게

얼마나 크게 네 방 문은 쾅쾅거릴 수 있을까?
얼마나 세게 닫느냐에 달려 있지.
얼마나 많이 네 빵은 조각날 수 있을까?
얼마나 잘게 쪼개느냐에 달려 있지.
얼마나 큰 행운이 하루 안에 들어 있을까?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에 달려 있지.
얼마나 큰 사랑이 친구 마음 속에 들어 있을까?
얼마나 많이 네가 마음을 주느냐에 달려 있지.-8쪽

달 따는 그물

달 따는 그물을 만들었지.
오늘 밤에 달을 따러 갈 테야.
달 따는 그물을 치켜들고 하늘을 휘저으며 달려가
저 커다란 빛 덩어리를 잡고 말 테야.

내일 밤에 하늘을 한번 쳐다보렴.
만일 달이 보이지 않거들랑
마침내 내가 달을 따거 달 따는 그물 속에 꼭꼭 넣어 두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달이 여전히 빛나고 있거들랑
그 아래를 찬찬히 살펴보렴.
달 따는 그물이 별에 걸리는 바람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를 보게 될 거야.-9쪽

내가 만난 괴물들

유령을 만났는데, 내 머리통은 필요 없대.
그저 삼천포 가는 길이 어디냐고만 묻더라.
악마를 만났는데, 내 영혼 따윈 관심 없대.
그저 자전거를 며칠 동안만 빌려 달라고 하더라.
흡혈귀를 만났는데, 내 피를 빨아 먹진 않겠대.
그저 동전을 바꿔 달라고만 하더라.
나는 늘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만 마주치곤 하는데
글쎄, 번번이 때가 안 좋지 뭐야.-23쪽

누군가 해야만 해

누군가 하늘에 올라가 별들을 닦아야 해.
별들이 좀 침침해 보이잖니.
누군가 하늘에 올라가 별들을 닦아야 해.
독수리와 찌르레기와 갈매기가
빛 바래고 낡아빠진 별들에 불만이 많다잖니.
모두들 새 것을 달아 달라지만
우리에게 통 여유가 있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네가 걸레 조각이랑 광약 한 통이랑
좀 가져오지 않을래.
누군가 하늘에 올라가 별들을 닦아야 해.-28쪽

물그림자

물 속에 거꾸로 뒤집혀 서 있는 사람을
마주볼 때마다
실실 웃음이 나오려고 해.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딴 세상
딴 시대
딴 마을에서는
그가 똑바로 선 사람이고
난 거꾸로 뒤집힌 사람일지도 모르잖아.-29쪽

내가 만지는 것마다

마이더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모조리 금으로 변했다는군. 참 복도 많지.
내가 만지는 건, 오, 이런
깡그리 산딸기 젤리로 변하지 뭐야.
오늘 부엌 벽을 만졌더니(흐늘흐늘)
동생 폴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더니(철퍽)
지난 주엔 자전거 수리를 하려고 했더니(끈적끈적)
그리고 엄마 볼에 뽀뽀를 했더니(척척)
덧신을 신었더니(찔컥찔컥)
석간신문을 보려고 펼쳤더니(푸작푸작)
안락의자에 앉았더니(껍진껍진)
곱슬머리를 빗으려고 했더니(찐득찐득)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했더니(질퍼덕질퍼덕)
이봐요, 나랑 악수하지 않을래요?(쩍)-53쪽

하기

우리가 만나 "안녕"하고 말하면,
그건 인사하기야.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그건 배려하기야.
우리가 잠시 멈추어 이야기를 나누면,
그건 대화하기야.
우리가 서로서로 이해하면,
그건 소통하기야.
우리가 따지고 소리지르며 싸우면,
그건 언쟁하기야.
나중에 서로 사과하면,
그건 화해하기야.
우리가 서로 다른 집을 도우면,
그건 협동하기야.
이 모든 하기들을 다 보태면
문명사회를 이루는 거야.

(만일 내가 이걸 멋진 시라고 말하면, 그건 과장하기일까?)-59쪽

음악 경력

그 여자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지만
손이 건반에 잘 닿지 않았지.
드디어 손이 건반에 닿았을 때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지.
마침내 손도 건반에 닿고
발도 바닥에 닿게 되었을 때는
그 낡아 빠진 피아노 따윈 치고 싶지 않았어.-60쪽

손톱 물어뜯는 사람

어떤 사람은 손토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어떤 사람은 말끔히 손질을 하고
어떤 사람은 줄로 살살 갈기도 하지만
나는 잘근잘근 물어뜯지.
그래, 나쁜 버릇이란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네가 나를 흉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게 있어. 난 지금껏
누구의 마음도 할퀴어 본 적이 없단다.-99쪽

화살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지.
화살은 두둥실 떠가는 구름에 맞았어.
구름이 바닷가에 쓰러져 죽어 가네.
다시는 화살을 쏘지 않을 거야.-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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