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심혜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뭔가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알듯 모를 듯 가볍게 포장된 야오이인데, 절제의 미학이라기보다는 이것저것 많이 의식해서 자발적 검열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꼭 뭔가 더 대단한 걸 보여주어야 맛이 아니라, 마음만 앞서고 준비가 덜 된 느낌?

비교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이를 테면 백귀야행의 작가 이마 이치코는 수많은 야오이물을 썼지만, 그게 야오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작품 자체에 빠지는 게 없을 만큼 재미나 연출, 감동을 모두 가져다 준다. (야오이가 모두에게 어필하는 대중성을 주진 못하니까.)

네편의 단편과 한 편의 짧은 컬러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컬러스토리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사 없고 이미지만 있다.) 첫번째 이야기  water street는 인어의 지구정복(?)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는데 많이 성급했다란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설명해 주어야 하고 더 표현해 주었어야 했는데, 무수한 생략이 사용되어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 느낌이다.

다음 작품 '거짓말'도 좀 더 얘기를 매끄럽게 진행했다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의 급진행이 흐름을 방해한다.  어쩌면 좀 더 싸아한 느낌의 슬픔을 주었을 텐데 말이다.

달에 매혹되다도 비슷한 느낌의 아쉬움이 남았고, 오히려 코믹으로 밀고 나간 우주인의 아기가 재밌었다.  여차하면 지구를 침략하겠다는 우주인의 협박이라던가, 사돈이 왕족이라고 좋아하는 철없는 부모가 재밌었고, 기껏 운명의 상대로 남았는데 막바지에 남자가 되어버려 두둥! 나타난 우주인의 아기가 나름의 반전을 보여준 셈.

이 작품이 2001년도에 출간됐던데, 그 사이 한국 만화계의 풍토도 많이 바뀌어서 이영희의 '절정'등의 작품을 보면 보다 위험 수위의 묘사도 보여주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취향'일까?  그쪽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쪼오금, 궁금하다.  작가들의 그 마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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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이프 2007-05-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출판된 년도를 감안하고 한국과 일본의 성문화와 독서 연령대의 다양성의 간극을 인정한다고 볼때 심혜진 작가의 [거짓말]은 건질만한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읽은지 꽤 됐음에도 표제작으로 삼은 <거짓말> 같은 경우 함축된 묘사가 꽤 뛰어나던걸요.(물론 제 관점입니다.)
일본 만화에서의 미성년자의 성애는 유별날것 없는 일상으로 간주하지만 한국만화에서 미성년의 성애는 금기의 도전이고 일탈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으니 야오이계라고 해서 다른 잣대가 적용되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그러다보니 직접적이기 보다 그런 분위기만 풍기게 그릴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군요.
이 작가의 개그컷이나 학원물도 꽤 좋아했던 저로서는 야오이로 완전히 전향해버려서 조금 아쉽군요.

마노아 2007-05-2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짓말의 함축적 묘사에 저도 동감해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아요. 좀 더 멋진 작품으로 거듭날 뻔 했는데... 하는 마음이요.
그나저나 심혜진 작가가 요새는 야오이만 그리나요? 그건 또 몰랐네요. 아흑... 저도 좀 아쉬워요. 세바스찬 시절 참 재밌었는데...ㅜ.ㅜ

아키타이프 2007-05-2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 이치코는 오히려 한혜연작가와 비교해 보는게 더 재미날겁니다.
그렇다고 한혜연 작가가 야오이계는 아닙니다.
그보다 女女(레즈비언) 커플에 대한 동성애물을 그리시지요.

야오이의 성황은 여자들의 안전한/편안한 포르노 즐기기쯤이 아닐까 싶네요.
일반화하자는 건 아닌데 "性"에 대한 향유가 여자라서 기피/외면/규제 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자 입장에서 좀더 심적으로 덜 죄악감을 가지고 "性"을 즐길수 있는 방편으로 나온게 야오이/보이즈러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노아 2007-05-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한혜연 작가의 작품에서 레즈비언 커플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본 듯 해요. 확실히 남자들이 대놓고 성을 즐긴 것에 비하면 여자들에게는 그런 통로가 오랫동안 막혀 있었죠. 그에 대한 일종의 출구 역할을 할 수 있겠단 생각에 공감이 갑니다. 전진석 작가는 남자임에도 남/남 커플을 잘 보여주던데... 그것은 또 독특한 케이스겠어요^^;;;

아키타이프 2007-05-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진석작가의 경우는 한국 일본 통틀어도 튀는 경우일걸요.

마노아 2007-05-2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전 사진 보고서도 여자인 줄 알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