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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
정준호 지음 / 삼우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어려서부터 음악을 섭취하고 또 문학을 섭렵한 사람이 아무래도 그 분야의 '교양'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는데, 음악 속에 얽혀 있는 문학적 배경과, 또 글속에 녹아 있는 음악적 영향력을 주제별로 묶어 책을 내었다.
신화와 성서를 한 주제로 담았고, 여러 영화와 명화, 또 음악을 한 테두리 안에서 소화시켰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파우스트에 어떻게 몰입하였는지, 또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만큼 애를 썼는 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같은 책을 놓고서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해왔는지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대체로 서양의 음악과 미술, 문학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맨 마지막 꼭지에는 우리 문학 '맹진사댁 경사"와 음악 '시집가는 날'을 함께 배치하기도 했다.
이토록 많은 고전 속에, 이토록 많은 음악과의 연결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고, 더불어 내가 너무도 무지한 세계의 적나라함에 기가 질리기도 했다.
앞쪽에 신화와 성서는 그래도 좀 아는 내용이 나와서 행복한 독서가 되었지만, 뒤로 갈수록 반성모드가 되어버렸다. 고전 좀 더 읽어둘 것을... 음악 좀 들어둘 것을... 하며^^;;;;
음악과 문학과 그 밖에 문화사적인 것을 가로 세로 종횡무진 오가며 잘 엮어주었는데, 저자의 욕심이 지나쳐서 말로는 '대중화'를 외치지만 너무 어렵게 쓰여진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랄까.
책이 전달해준 장점은, 더불어 읽고 싶어진, 혹은 궁금해진 책과 음악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아마 좀 더 내 자신이 성숙해지기를 기다린 후에 읽을 듯 싶지만, 그밖에 관심이 가는 책들이 참 많았다.
엘리엇의 '황무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니벨룽의 반지, 도스토옙스키의 '대심문관 이야기' 괴테의 '마왕'과 '꼬마 마법사' 등등이 눈에 띠었다. 더불어 영화 '지옥의 묵시록', '존 말코비치 되기', '백야' 등등도 몹시 관심이 간다. 클래식 음악은 너무 문외한이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 지 알 수 없으므로 딱히 제목을 적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나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단순하기는..;;;)
내용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책의 표지나 제목은 너무 가볍게 간 것이 아닐까 싶다. 표지랑 제목이 산뜻하다고 내용도 쉬운 것은 아닌데 말이다. 물론, 제목이 너무 거창하면 책이 더 안 팔릴 수는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