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 원작, 코하세 코헤이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이홍렬 옮김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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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업 시간에 내내 신경쓰이게 한 녀석이 있었다.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는데 무려 세번을 지적 받고도 치웠다가 다시 꺼내고를 반복했다.  마침내 몇 번을 얘기하게 하냐고 당장 치우라고 소리를 쳤더니, 녀석이 억울하다는 듯 대꾸했다.

"왜 저한테만 그래요?  다른 애들도 딴 짓 하잖아요!"

어이 없고, 화도 나고, 속도 상했다.  한참 진행중이던 수업의 흐름을 방해 않으려 짧게 야단치고 돌아섰는데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말았다.  점심시간에 그 얘기를 하니 옆자리 선생님은 내가 너무 만만해 보여서 그렇다고 따끔하게 혼을 내주지 않아서 그런다고 말씀하셨다.  듣고 보니 또 마음이 언짢아졌다.  그런 때에 적당한 훈계법은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을 보면서, 아침 시간의 그 사건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 뭔가 맘에 차지 않는 일을 했을 때 야단치기 일쑤였다.  놀던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지 않았다고...  밥을 먹을 때 흘리면서 먹었다고, 출근할 때 인사하는 자세가 이상타고 타박을 놓았다.  퇴근길에 만난 아이가 반가워하며 달려오는데, 흙투성이 옷 꼴이 그게 뭐냐고, 구멍난 운동화도 함께 야단을 치고 말았다.  밤중에 일하는 아빠의 방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온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냐며 퉁명하게 묻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의 반응은 남달랐다.  아이는 잠시 멋칫하더니 밝은 얼굴로 아빠 품에 안기며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했다.   그 순간 아버지는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겁이 덜컥 나버렸다.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어린 아들을 어른처럼 생각하고 대한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것을 바랬던 것은 아닐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 너무 소중하고 귀한데도 그 진심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고 왜곡되어 표현해 왔던 것이다.   아빠는 이제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소중한 아들에게 소중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진짜 아빠가 되기로 말이다.

내 학생은, 반복되어 자신이 지목당하자 창피하다고 여겼을 지도 모른다.  어린 마음에 왜 나한테만 그러실까 억울하다고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한 번 말대꾸를 하고 나니까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대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유머있게 받아주었으면 어땠을까?  "네가 예뻐서 너만 자꾸 보이네." 이런 식으로.  그러면 서로 웃고 말도 듣지 않았을까?  물론 녀석이 평소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ㅜ.ㅜ 다른 애들도 종이접기 하며 말을 안 들었던 것은 또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다르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후회가 된다.  상대는 아직 어린 학생이니까.

이 책의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보며 갖게 되는 그 미안한 마음과, 채 전하지 못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곱다.  부모는 아니지만,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인 듯 하여 더 마음이 울린다. 

이 책의 원작은 무려 백여 년 전에 쓰여진 내용이라고 한다.  그림 속 아이의 소심하면서도 따사로운 듯한 표정이 참 마음에 들고, 옮긴이가 개그맨 이홍렬씨여서 더 놀라웠다.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소중한 마음들을 한 번 더 들여다 보며 잊지 않는 오늘밤을 만들어보련다.  마음 쓰이게 했던 녀석에게도 내가 먼저 따뜻한 인사말을 전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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