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자의 노래
얼굴이며 자태며 어디 빠지랴
바느질도 길쌈도 척척이지만
가난한 집안에 파묻혀 자라니
중매쟁이라곤 얼씬도 안 하네.
추워도 배고파도 아무 티도 안 내고
온종일 창가에서 베만 짜고 있네.
어버이만은 나를 가련케 여기시지만
남들이야 어찌 내 신세를 알아주랴.
밤 깊도록 쉴 틈 없이 베를 짜느라
덜그럭덜그럭 차가운 베틀이 울고 있네.
베틀에 걸려 있는 명주 한 필은
누구의 옷이 될까.
한 손에 가위 들고
삭둑삭둑 가위질을 하고 있으니
차가운 밤 기운에
열 손가락이 시려 오네.
남 시집갈 때 입을 옷은
잘도 짓는데
정작 나는 해마다
홀로 잠들 뿐.-136-137쪽
이 세상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산 허난설헌이 자신을 귀양 온 여자 신선이라 생각하며 가까스로 살아온 끝에 마침내 자신이 돌아갈 곳의 집을 짓는 그 마음이 나는 참으로 안쓰러우면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허난설헌은 이렇게 자기가 돌아가 쉴 집까지 하늘나라에 지어 놓았습니다. 어쩌면 난설헌은 정말로 이 세상에 잠시 귀양 왔다 떠나간 여자 신선이 아니었을까요?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지요.
허난설헌이 잠시 귀양을 왔다 떠나간 여자 신선이든, 아니면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이든 상관없이 나는 허난설헌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이 땅에 들러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184-1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