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구판절판


상담을 받은 많은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직업이 무엇이든, 그 일로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관계없이 말입니다. 실제로는 돈을 많이 쓰며 사는 사람들도 '원 없이 돈 쓰며 사네'하며 만족해하진 않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돈은 현재 얼마를 갖고 있건 채우지 못하는 욕망의 대상일 뿐입니다.-6쪽

사실 많이 벌어도 정작 우리 둘을 위해 쓰는 건 벼롤 없어요. 부모님 용돈에, 집안 행사에 내는 돈이 정말 적지 않아요. 돈 쓸 일이 생기면 다들 으레 우리가 제일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기까지 해요. 그런데 누가 알겠어요. 우리가 매달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고 있는 빚쟁이라는 걸요. 우린 고소득 빚쟁이예요-36쪽

그렇지만 결국 광수 아내가 돈을 내야 했다. 그녀가 더욱더 화가 나는 건, 그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댁 식구들의 태도였다. 돈은 돈대로 내면서 대접도 못 받고 뒤로는 생색낸다는 소리, 돈 많이 번다고 남편 우습게 본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니, 광수 아내는 속이 썩어 들어갔다. 그렇다고 남편이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편은커녕 살가운 말 한마디 들어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37쪽

사실 문식은 광수나 재벌에 비해 버는 돈은 적어도 사정은 나은 편이다. 공기업에 다니다 은퇴한 아버지의 재산이 꽤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사준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물려주실 유산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중에 돈이 없는 건 걱정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돈'에 대한 믿음은 그동안 문식 부부에게는 보이지 않는 안전장치이자 미래의 희망이었다. -42-43쪽

무역업이란 게 아이템이 좋아 대박이 터지면 큰돈을 쉽게 벌기도 하지만 잘 관리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그만큼 까먹는 돈도 많다. 그리고 재벌은 아내가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위기의식이 덜하다. '내가 망해도 마누라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하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안이해진 것이다. -47쪽

우리는 엄청난 소비유혹의 한가운데 살고 있다. 눈만 돌리면 돈쓸 일이 천지다. 그러나 인생은 길고 벌 수 있는 기간과 돈은 한계가 있다. 그저 아끼고만 산다면 살림살이가 대단히 어렵고, 마음까지 불편하게 된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쓰는 지출일기는 소비통제를 좀더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다.-67쪽

젊었을 때는 소비를 억제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활이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박하고 검소해 보여 더 아름답게 보인다. 반면에 정작 필요할 때 돈을 쓸 수 없다면, 그것이 비참하게 느껴진다. 재테크의 왕도는 지출관리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소비예산부터 세워보자.-71쪽

엄마의 행동은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긍정적이고 성실하며 건전한 돈 개념을 가지고 경제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성실히 노력한 만큼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그렇게 번 돈을 합리적으로 지출할 줄 알게 해야 한다. 많이 벌어 많이 쓰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재미라고 가르치는 것은 곤란하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잘 벌어 잘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 로또 당첨보다 착실히 저축해나가는 기쁨을 먼저 가르쳐야 공부를 하든지 사회생활을 하든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72쪽

미래의 부자를 꿈꾸며 오늘은 가난해지자.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껴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급하게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 작은 목표에서부터 하나하나씩 이뤄가는 것이 진짜 부자의 삶이다.
1. 가족과 함께 지출을 기록하자.
2. 지출 기록을 평가하자.
3. 평가를 바탕으로 희망을 가져보자.
4. 안 써도 되는 돈이 무엇인지 발견하자.
5. 꼭 써야 할 돈이 무엇인지 가리자.
6. 지출을 최대한 미래로 미루자.
7. 검소하고 소박한 일상을 사랑하자.
8. 점점 늘어가는 살림에서 재미를 찾자.
9. 계획대로 지출하는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자.
10. 지출에 앞서 저축을 저지르자. -89-90쪽

모두들 한결 홀가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애써 펼쳐보고 싶지 않던 미래의 모습을 자신들 스스로 그려보고 나니, 적어도 뿌옇게 보이던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를 명확히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00쪽

부모 마음이야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주고 싶죠.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것도 가정경제라는 큰 틀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야 부모 마음 편하고 아이들도 이것저것 해보겠지만,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 대학등록금만으로도 일 년에 천만 원 이상 들어갈 텐데, 등록금도 그렇고 노후자금도 그렇고, 모아놓은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하냔 말이죠. 우리집 경제사정에 사교육비가 적정한지 계산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하루라도 빨리 균형을 되찾아야 할 것 같아요.-106쪽

우리집은 나름의 원칙을 세워놨어. 소득의 20퍼센트 범위 내에서 교육비를 감당하기로 한 거지. 이것저것 시켜주면 좋겠지만, 형편을 뛰어넘는 교육을 시키다간 정작 아이 대학등록금을 못 댈 수도 있겠더라고. 빤한 사정에 교육비가 차지하는 영향도 무시할 순 없어. 우리는 우리 애들이 이 사회에서 엘리트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은 버리기로 했어. 실패도 해보고 가난해보기도 하고 말이야.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어. 우리들처럼. -107-108쪽

집값 오르면 기분 좋지. 그래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고 해보자. 그런제 과연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자는 거야. 가령 재벌이네가 3년 전에 은행에 1억 5천만 원 빚을 지고 집을 샀다고 하자. 그 돈을 20년으로 나눠 갚는다고 하면 원리금만 해도 한 달에 백만원 정도가 될 거야. 백만 원을 20년간 모으면 그냥 저축이자로만 해도 3억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어. 그렇다면 집값이 3억 이상 올라줘야 한다는 건데, 그건 확신할 수 없는 거잖아? 미래를 두고 도박을 할 순 없는 거지.-116쪽

재무설계가 단순히 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 우리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돈에 대한 계획을 먼저 세울 게 아니라 인생설계부터 해야 한다. -121쪽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학까지만 보내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들이 알아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추세대로 등록금 인상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4,5년 뒤의 등록금은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로 마련할 만한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128-129쪽

대개 내 집을 마련하고 나서 집값이 오르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 대단히 유쾌해지는데, 정작 그 집을 도로 팔아서 차익을 실현할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면, 그런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보유 자산가치가 올라 세금부담만 늘어났지, 이익을 손에 쥘 수는 없는 것이다. -134쪽

인내와 끈기는 눈부신 성공을 선사한다. 그것은 쉽게 얻은 성공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것이다. 생활 속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눈여겨 찾아보고 작은 성공을 커다란 것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 인내와 끈기가 내 옆에 그대로 머무를 수 있다. 그 작은 성공의 경험을 위해서,
1. 목표를 세우자
2.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자.
3. 돈이 아닌 인생을 목표로 세우자.
4. 허황되지 않은 소박한 목표를 세우자.
5. 장기 목표를 먼저 세우되 성공의 경험을 쌓기 위해 단기 목표를 제대로 세우자.
6. 단기 목표에 모든 것을 걸지 말자.
7. 인생의 긴 흐름을 그려보자.
8. 목표를 가족과 함께 공유하자.
9. 아이들에게도 목표의식의 중요성을 가르치자.
10. 아이들에게 목표달성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자.-143쪽

반드시 은행 한 군데하고만 거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 ....일단 금융기관을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종금사까지 확대시켜서 따져봐야 해. 나는 월급통장을 종금사 것으로 하고 있어. 은행의 보통예금통장보다 이자가 높거든. 은행의 보통예금통장은 0.2% 수준인데, 이 통장은 현재 이자가 4% 정도야. 게다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어서 돈 붙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아. -145-146쪽

어느새 신용카드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대학생들마저 들고 다니는 신용카드가 일반화된 지는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으로 대다수 사람들에게 신용카드사용이 확산된 것은 IMF 이후이다. 당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수시장의 거품이 필요했는데, 그 거품을 훌륭하게 만들어 IMF 탈출이라는 목표달성을 이룬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신용카드였다. 그러나 그렇게 한국경제의 위기탈출을 도운 대가는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ㄴ용불량자 몇 백만 하면서 그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그 아픔은 개인의 문제로 남겨둔 채 우리 사회는 신용카드 대중화가 정착되는 듯하다.-162-163쪽

신용카드 사용으로 실제로 받는 소득공제는 연봉이 높아 세금부담이 큰 고소득자에게나 유리할 뿐 보통 직장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165쪽

신용카드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못 사게 되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홈쇼핑이다. 12개월 무이자에 가격파괴, 자동전화주문할인, 화려한 사은품 등, 현란한 수식어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지금 사둬야 좋은 기회를 활용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평소 갖고 싶었지만 자신의 소득에 부담스런 고가품도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앞에선 별거 아닌 게 돼버린다. 이렇게 저지르고 저렇게 저지르고, 결국 소액에 불과한 할부금이 모이고 모여 월급을 타도 카드결제일이 지나면 남는 돈이 없는 현실을 만든다.-167쪽

믿을 만한 재무파트너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생설계를 도울 만큼의 건전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금융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언을 얻기 쉬운 성실한 사람이어야 한다.-169쪽

결혼은 두 주인공의 재무적 결합이기도 하다. 신혼부부의 행복한 재무설계를 위해 먼저 통장부터 목적에 따라 구분해 만들 것을 권한다.
우선 각자의 월급통장은 증권사 등의 CMA 통장으로 변경하자. 이 월급통장을 공과금이나 적금 등이 빠져나가는 기본 통장으로 활용하면 좋다. CMA계좌도 은행연계 계좌의 현금카드를 발급해주지만, 현금카드는 가급적 발급받지 않거나 발급을 받더라도 지갑에 지니고 다니지 않는 편이 좋다. 그래야 예산을 뛰어넘는 지출을 미리 막을 수 있다. -176쪽

결혼 뒤에는 1)자동차 구입, 결혼기념여행 등의 단기자금 통장과 2)커다란 재무목표인 내집마련, 자녀교육비, 은퇴 등을 대비한 투자계좌, 3)체크카드와 연계된 생활비 통장, 4)월급통장과 연계된 수시입출식 비상금 통장 등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거기에 서로의 취미생활을 위한 소액의 저축통장을 더 만들어도 좋다. 매월 5만원 수준의 소액을 모아서 일 년에 한 번씩 취미생활에 과감한 사치를 누려보는 것이다. 그럴 때 돈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77쪽

맞벌이 부부는 흔히 외벌이 가정에 비해 소득이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출할 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부인이 전문직 고소득일 경우 남편의 직업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외벌이 가정에 비해 적은 편이다.-178-179쪽

보통 맞벌이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아이 양육을 맡기고 있다는 미안함에 아이와 외식이 잦거나 장난감이나 아이 용돈 등에 많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지출들은 결코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미래 교육비를 추가로 준비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180쪽

비자금을 만들고 싶은 깊은 속내에는 부부가 서로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지출을 내 맘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흔하다. 남편의 경우 부인에게 동의받기 어려운 모임 참석이나 술자리, 혹은 남편 쪽 가족을 챙기기 위한 비용을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부인 또한 부인 쪽 가족을 돕거나 만약의 경우 부부 사이가 어려울 때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비자금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비자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계 재무구조가 형성이 되면 서로 소득이나 지출을 투명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각자 지출 통제만 더 어려워진다.
점점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조금만 방심해도 몇십만 원씩 초과로 지출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이다. 따라서 더 풍요로운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불필요한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서로 불신하기보다는 각자 소득이나 지출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가계 지출예산, 저축 목표 등을 공유해야 한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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