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끄러워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2
조은수 글.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생각해 보면, 부끄럽다든지, 자랑스럽다든지 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들이 나의 마음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알아서' 익히고 맞춰가는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당연한' 것인 것들이 남들에게서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장면을 볼 때 당황하게 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이를 테면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초등교육'이 잘 안 되었군, 혹은 '가정교육이 형편 없군'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어려서 꼭 읽어야 할 교육 지침서가 있다면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이 책  "나는 부끄러워"는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게 만들어 주고, 또 부끄러워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부끄러워 마땅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은 '뇌'의 작용이라는 설명은 아이에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는 자연스러움은 아이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부끄러움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들고 괜히 위축되게 만들며 한없이 절망으로 빠뜨리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끄러움이 없다면,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흑협(이연걸 주연)을 보면, 통증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 놓은 최강의 전사들이, 통증을 모르는 무적의 전사가 될 것 같았지만, 실제로 위험을 자각하지 못해서 더 큰 위험 속으로 빠지는 자가당착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끄러움도 마찬가지 기능을 한다.  아예 모른다면 편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끄러움은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어 주고, 더 잘해 보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양심에 철판 깐, 수치를 모르는 자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아니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외모에 있어서, 가정 환경에 있어서, 성격에 있어서...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어느 부분에서는 부족해하고 힘들어 하는 것들이 분명 있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마음 속 방에 가둬둔 채 문을 꼭꼭 닫아 잠그면 부끄러움은 나를 지배해 버리고 나를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바꾸고 말 것이다.  부끄러움은 우리 외부로 보내주면서 해소해야 한다.  남의 부끄러움을 들출 이유도 없고, 나의 드러난 부끄러움에 잠식 당할 필요도 없다.  그에 대해 당당해지고 오히려 어깨를 펼 때, 그 동기로 인해 부끄러움은 나의 자랑거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진실로 귀한 존재인 '나'를 스스로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보듬어 주는 일, 그건 누군가가 먼저 할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할 일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정도는 들어갈 정도의 연령대 아이들이 본다면 좋겠다.  '양심'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몰라도, '부끄러움'이 뭔지는 알 수 있는 아이들 말이다.  엄마와 함께, 선생님과 함께, 그리고 친구와 함께 서로의 마음을 나누면서 같이 본다면 학습 효과도, 감동지수도 더 높아질 듯하다.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책을 보면서 '아이세움' 출판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책이 참 멋지고 속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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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3-2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관심이 가는 책이네요.^^
'나'를 스스로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보듬어 주는 일!!
정말 소중한 생각인 것 같아요.^^

마노아 2007-03-2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꼭 지키면서 살아요^^

비로그인 2007-03-23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나는 물론이고 - 주변 사람들이
버리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저는 꼭 잔소리를 해대죠.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는 행위입니다.
자존심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궁해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죠.

마노아 2007-03-23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당장 먹을 양식이 없어서 남의 것에 손대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제 욕심에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자존심도 존엄함도 버린 채 말입니다. ;;;

비로그인 2007-03-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