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의 연인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월
품절


야망이 날 취하게 만들었고, 날 치료했다.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별 한 점 없는 기나긴 밤에 나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이 될 것이다. 나는 격렬하게 타오를 것이다. 나의 삶은 짧겠지만 하늘의 둥근 지붕 위에 눈부신 섬광의 고랑을 남길 것이다. -35쪽

도시, 마을, 요새와 성채들이 이어졌다. 나는 그 모든 지명이 혼돈되었다. 나는 그들 모두를 알렉산드리아라고 명명했다. 내가 안은 그 모든 도시들이 내 아내가 되었다. 그들은 결혼식을 올리는 즉시 소박맞았다. -104쪽

세상이 멸하고, 세상이 다시 태어났다. 오솔길밖에 없었던 곳에 수비대가 지키는 넓은 도로가 생겨났다. 내 군대의 항적을 따라 여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번창했고, 대상들이 오가며 서양을 팔고 동양을 샀다. -106-107쪽

행군은 계속되었다. 내 전설이 나를 앞질러갔고, 부족들은 저항 없이 항복을 택했다. -107쪽

초원의 부족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적들은 어디 있을까? 내가 굴복시켜야 하는 종족들, 나를 왕으로 선포해야 하는 종족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이기에 알렉산더에게 무관심하고, 전쟁의 약속장소로 나오지 않는 것일까? -116쪽

지평선이 저만치 앞서갔다. 거대한 일렁임, 키 큰 풀들이 일제히 일어섰다가는 납작 엎드렸다. 파도 하나를 넘으면 더 거센 파도가 곧바로 뒤따라왔다.
............나는 헤파에스티온에게 더 빨리 진전하라고 외쳤다. 나는 속도로 광활한 공간을 정복할 것이다. 나는 힘으로 무한을 굴복시키고, 그것을 유한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116쪽

화살 하나가 내 어깨에, 또 하나가 내 말의 목에 날아와 박혔다. 무척 오랜만에 치르는 전투였다. 고통이 잠자고 있던 알렉산더를 깨웠다. 내 몸이 기지개를 켰고, 피 냄새에 흥분한 부케팔로스가 앞다리를 쳐들고 힝힝거렸다. 나는 방패로 쏟아지는 화살을 가르며, 힘찬 함성과 함께 적을 향해 돌진했다. -119쪽

나는 그의 옷을 보고, 그가 가진 무기들의 위용을 보고, 그가 그 전사 부족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렉산더를 공격하는 자는 누구나 굴복이나 죽음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나는 쏜살같이 그를 추격했다.-120쪽

아마존이 사랑에 빠져 아마존이기를 포기하면 이름에서 아마존 부족을 나타내는 T가 빠진다. 그래서 탈레스트리아는 알레스트리아, 타냐는 아냐가 된다. -126쪽

힘으로 세상을 굴복시킨 전사가 사랑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아마존들의 여왕을 자신의 말 등에 태워 가장 아름다운 전리품으로 가시하고 싶어 했다. -158쪽

헤몰라오스를 처형해도 음모자들은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늘 승리의 부산물인 불평, 분노, 반란이 따를 것이다. 왜냐하면 알렉산더는 단 하나가 아니니까. 마케도니아인,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병사, 여자, 아이, 그들 수만큼의 알렉산더들이 있었다. 각 민족은 그들의 문화, 그들의 종교에 따라 그를 판단했다. 각 개인은 저마다의 교육, 혈연, 저마다의 과거에 비추어 그를 이해했다. 그를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말 한 마디, 눈길 한 번, 그의 안색, 복장, 기분에 따라 그를 판단했고, 그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찬탄이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소문이나 전설을 전해 듣고 그에 대한 편견을 품었다. 모두가 그에게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취했고, 그것이 그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186쪽

나한테도 천막 속에 숨어 혼자 있고 싶은 날들이 있어. 내가 두려움과 추위에 떠는 그 검은 날에는 어느 누구도 날 봐서는 안 돼. 난 혼자 벌벌 떨며 절망이 지나가길, 희망이 다시 태어나길, 용기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려. 알레스트리아, 제발 부탁이야, 날 정복자로 떠나 승리자로 돌아오게 해줘. 비열함과 고통을 모르는 전사의 역할을 하도록 해줘. 지상의 모든 민족으로부터 숭상받고, 그들의 신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세상 모든 고장의 조각가들에게 아름다운 얼굴과 균형 잡힌 몸매를 빌려주는 왕의 역할을 하도록 해줘. 용기, 명예, 위대함, 영광은 빈말에 불과해. 전쟁은 모두 더럽고, 정복은 모두 환상이야. 물러서고 달아나는 자들도 전진하고 죽음을 맞는 자들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절망과 희망, 두려움과 용기, 이성과 광기는 쌍둥이들이야. 유일한 건 우리의 사랑뿐이야.-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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