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비가 내리는데, 그가 도착했습니다.

비가 내리는데, 그가 도착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 밖을 보니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무정한 계절은 쉼없이 봄을 향해 달려가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 잃은 한 병사의 시신이
고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혜초가 지친 조랑말을 끌고
불법을 찾아
서역 머나먼 길을 찾아가던 그 땅은
오늘도 폭격과 기관총 소리가 요란할 터인데
나는 침대에서 편안히 눈을 뜨고
오늘 하루도 살아있음을 만끽합니다.

비는 내리고 새싹은 움터오르고
젊은 병사는 목숨을 잃고
나는 잠에서 깨어
비내리는 창 밖을 바라봅니다.

젊은 병사가 마중하러나간
아프가니스탄 기술연수생은 무사한지
그 주변에 철없이 서 있던 어린이들은 혹여 다치지 않았는지
알려주는 기사는 한 줄 없지만
젊은 병사의 시신이 고국땅에 도착한 오늘
꽃처럼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하늘도 무심하지 않아 저리 흐르는 것이라고

잠시 창 밖을 보며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한민국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누구의 평화를 위해 그곳에 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알렉산더의 평화도, 대영제국의 평화도,
소련의 평화도, 미국의 평화도 아닌 그들을 위한 진정한 평화가 깃들길 기원합니다.

* 알렉산더, 영국, 소련,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침공 중인 나라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우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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