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7-02-22 21:30]    

시청률이 방송 프로그램의 성적표로 인식되면서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퇴출되기 일쑤다. 프로그램의 생사여탈권을 쥔 시청률에 대한 오해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닥본사’ 소용없다=MBC 수목드라마 ‘궁S’는 많은 마니아를 확보했지만 현재 시청률이 5%대로 낮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팬들은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닥본사’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리자”고 서로 독려한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란 “(재방송 아닌) 본방송 시청에 열중하자”는 의미를 담은 은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시청해도 이들이 ‘조사대상자’가 아니라면 헛수고일 뿐이다. 시청률은 ‘선택받은’ 사람들의 시청 행위만 집계할 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의 시청률 조사업체 2곳은 전국에서 각각 2000가구 안팎의 표본(패널)을 선정해 이들의 TV 시청량을 조사한다.

양사는 통계청의 인구조사 자료, 자사의 시청가구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패널을 선정한다.

업체들은 선정된 사람에게 ‘조사 대상에 참여할 것인지’를 전화로 물어 동의를 얻은 뒤, 그 집 TV에 피플미터(시청률 측정기)를 부착해 시청률을 구한다.

양사에 따르면 패널은 수시로 교체된다. 대상자 스스로 중단 의사를 밝히는 경우뿐 아니라 불성실한 조사 참여로 퇴출되는 일도 있다. 방송사 및 관련 기관, 광고대행사 등에 종사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 패널이 될 수 없다. 시청률 조사 대상이 되겠다고 자원하는 사람 역시 배제된다.

특정 의도를 가지고 시청하는 경우 시청률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논란=케이블 채널들은 자신들에 대한 시청률 산정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상파 채널에 비해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은 최고 1%대로 현저히 낮은 까닭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전담팀까지 구성해 시청률 조사업체를 압박하고 나섰다.

협회가 최근 작성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대비 케이블 채널의 시청점유율은 2004년 40.4%, 2005년 44.0%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 45.8%로 상승 추세다.

또 현재 1400만가구에 달하는 케이블TV 가입자 수에 비춰, 조사 패널에서 케이블 시청자들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케이블 시청가구 패널을 90%대로 올리고 ▲수도권 시청자 및 고소득층 가구의 패널 비중을 더 높여야 실제 방송환경이 시청률에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2000가구가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적다’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인구 3억명의 미국이 5000가구를 패널로 둔 점에 비춰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업체와 학계의 입장이다.

고려대 언론학부 마동훈 교수는 “‘무작위 표집’을 통해 조사하면 일부 오차를 감안해도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시청률 조사의 경우 엄밀한 무작위 표집이라기보다 쌍방간의 합의에 따라 조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품질을 평가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김언경 부장은 “방송이 시청률이란 양적 평가만을 성적표로 여기면서 질 낮은 오락 프로그램들이라도 시청률만 높으면 용서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의 하순철 국장은 “케이블TV가 활성화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혼재한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 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며 “또 사생활 침해 우려로 인해 날이 갈수록 패널 섭외가 어려워지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청률은 기본적으로 광고주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프로그램의 품질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시청 선호도가 평가된 자료로 보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20%면 ‘대박’=MBC의 간판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현재 2개 조사업체에서 각각 17%대와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영 초기엔 4%대로 시청률이 낮았다. 한 제작 관계자는 “계속 시청률이 저조했다면 프로그램 폐지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광고가 지속적으로 붙고, 다른 채널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시청률을 15%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승호 차장은 “시청률 15%대면 ‘구매력 있는’ 프로그램, 20% 이상이면 ‘대박’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천개의 방송 채널이 있는 미국에서는 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20%를 넘기는 일은 거의 없다. 이달초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쇼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 18.4%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15.2%), CSI(13.8%) 등도 5위권 안에 들었다.

〈장관순기자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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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2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위 KBS2  첫사랑 (1997) 65.8%

2위 MBC  사랑이 뭐길래 (1992) 64.9%

3위 SBS  모래시계 (1995) 64.5%

4위 MBC  허준 (2000) 63.7%

5위 KBS2  젊은이의 양지 (1995) 62.7%

6위 MBC  그대 그리고 나 (1998) 62.4%

7위 MBC  아들과 딸 (1993) 61.1%

8위 KBS1  태조왕건 (2001) 60.2%

9위 MBC  여명의 눈동자 (1992) 58.4%

10위 MBC  대장금 (2004) 57.8%

***

그래서 난 저 순위를 절대 믿을 수 없다.  특히 1위. 고인이 된 작가에겐 다소 미안하지만 그 정도 시청률이 나올 법한 작품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