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굴욕을 즐기게 만드는 제작진의 편집신공!


특화된 캐릭터로 오밤중 웃기는 재미 쏠쏠했던 <황금어장>이 ‘무릎 팍 도사’ 덕분에 제대로 산으로 가는 중이다. 특히 지난 7일 방송된 이승환 편은 검색 사이트에 황금어장을 치면 ‘황금어장 이승환’ 이 자동으로 붙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후 무릎 팍 도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시작됐고, 몇몇 기사에서는 무릎 팍 도사 강호동, 시건방 유세윤, 4차원 개그를 구사하는 올라이즈 밴드의 독특함이 독특한 웃음코드와 맞아 떨어졌다며 그 인기 비결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삼마이 정신을 즐길 수 있게 해준 제작진의 편집신공을 가장 칭찬하고 싶다. 한 자릿수 시청률이던 <무한도전>이 주말 예능 지존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TEO라는 예명까지 붙일 줄 아는 담당 PD의 재치있는 자막과 탁월한 편집이 없었더라면 오합지졸 여섯 멤버 보는 재미는 반감됐을 것이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은 하루 줄창 찍으면 거의 일주일 넘게 한 평 남짓한 편집실에서 이리저리, 요리조리 맛깔나게 재구성해야 할 만큼 촬영 분량이 엄청나다. 때문에 제작진의 공력이 크면 클수록 웃음 폭탄의 강도는 세진다.


편집신공 1. 센스 넘치는 끼어들기

무릎 팍 도사 기본 콘셉트는 게스트 열받게 해서 성질 돋우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산으로 가는 거다. 사실 얘기가 산으로 가는 것만큼 재밌을 때도 없다. 하지만 이를 기본으로 삼은 코너에서 출연자 데리고 산으로 못간다는 거 자체가 굴욕이다.

 애니메이션 <보노보노>땀방울과 그림문자가 사용됐다.

이 때 제작진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작은 돛단배 그림을 넣거나 거대한 눈산을 배경으로 깔고 보노보노 땀방울을 덧씌운다. 살짝 살짝 끼어드는 센스 있는 편집 화면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토크쇼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보는 이가 한 번 더 웃을 수 있게 만든다.


편집신공 2. 공들인 인서트, 제작진이 첫 번째 시청자다.

가공되기 전 녹화 내용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들이 제작진이다. 제작진은 어떤 지점이 웃긴지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고 포장이 눈길을 끌면 시청자는 그 부분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챙겨갈 수 있다.

7일자 방송의 경우 이승환이 느닷없이 구취 측정 기계를 MC들에게 들이민다. 구취 지수 2가 나온 강호동은 다른 사람들이 지수 1이 나오자 이에 발끈, 재측정에 들어가는데 이 부분은 수치가 더 낮아질 것인지 올라갈 것인지 시청자도 집중되는 부분이다. 만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편집없이 촬영 분을 틀기만 했다면 웃다가 자지러질 수 있는 웃음폭탄 하나가 불발로 끝나게 된다.

배경음악 : <킬빌> 9.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카메라 효과 , Action음향 효과

하지만 제작진은 영화 <킬빌>o.s.t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화면을 슬로우 버전으로 늘리면서 카메라로 두 세 차례 줌

아웃했다가 줌인하는 편집 효과를 집어넣는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오기 직전 ‘Action!’이라는 양념으로 마무리한다. 결과는 구취 3, 예상했던 결과 중 하나지만 시청자는 훨씬 더 장면에 집중한 상태라 체감 재미는 훨씬 커진다. 

 

 배경음악 : <킬빌> 9.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올라이즈 밴드의 AV 장면도 AV에 대한 독특한 소견이 Action 다음에 ‘퍽’ 하고 터져 나올 때 더 웃기다. 이 부분도 딩가딩가하는 배경음악과 올라이즈 밴드의 시선을 잡아 낸 화면 효과를 최대한 살린 편집 신공이 힘을 발휘했다.

 4차원 개그를 하는 올라이즈 밴드의 후속타가 연쇄효과를 낸다.

이런 편집 효과로 집중도를 높이면 이후 발언이나 상황들이 연쇄 효과를 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웃음 지뢰 역할을 하게 된다. 단 이 패턴의 편집이 자주 남발되면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조금씩 형태를 비튼 편집 패턴이 새로 하나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무릎 팍 도사를 더 재밌게 볼 수만 있다면!


편집신공 3. 편집 종합 선물세트

독특한 정신세계를 소유한 게스트들 만큼이나 예측불허의 편집 종합 선물세트는 탁월한 음악 활용으로 더 빛난다.

-AV를 즐기는 건 비겁한 게 아니라 건강한 거라는 이승환의 말이 에코로 울린다. 이 부분은 올라이즈 밴드 입장에서 그렇게 들렸다는 걸 암시한다. 그의 입장에선 자신을 건강한 남자로 인정해준 이승환이 더 없이 존귀해보일 테니까.

 에코 효과가 반복되고 배경음악으로 김현철의 <형>이 낮게 깔린다.

코믹한 광고의 한 장면으로 알려진 마지막 장면 등, 제작진이 공들여 찾아낸 화면으로

사이사이 들어가는 인서트가 풍부해진다.

뒤이어 이승환의 콘서트 장면이 삽입되면서 이승환에 대한 올라이즈 밴드의 헌사가 시작된다. ‘형’ 이라는 배경음악이 깔리다가, “형 내게 대답해줘”라는 가사 위로 이승환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마무리 되는데 관계된 여러 화면이 교차 편집되면서 메시지를 맛깔나게 한다. ‘형’ 이란 노래를 알고 있어야하고, 적확하게 맞는 가사와 화면을 배치하는 감각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제작진이 제대로 해냈다.  

 

- 야심차게 왔다가 강호동에게 주도권을 뺐긴 그의 좌절감을 담은 장면 편집에서는 고개숙인 그의 모습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영화 <반지의 제왕> 엔딩 장면이 함께 나왔다. 이 때 배경음악은 Cold play의 ‘in my place’였고, 한동안 이승환을 단독으로 잡은 컷 부분에서는 ‘in my place’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낄낄대며 무릎 팍 도사를 보다가, 제작진들이 음악을 고르고 한 자 한 자라도 더 재밌는 자막으로 고르려는 그 모습을 생각하니, 이렇게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제작진 덕분이구나 싶다. 다음주는 만만찮은 입심을 자랑하는 신해철이 출연한다. 다음 주에는 제작진의 어떤 편집 신공이 발휘될 것인지 기대된다.

 
l Dramaholic l 내맘대로, 티비그2想 l http://blog.daum.net/fallin2drama l 본 기사는 '매거진t와 Daum'이 함께 하는 t블로거 기자단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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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20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끝부분 밖에 못 봤다. 내일은 기필코 처음부터 제대로 봐야지(>_<)

마노아 2007-02-2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끝부분 얘기한 거죠? 저도 거긴 보았어요. 무릎팍~노래 부르는 데서부터요. 전 너무 불쌍하게 쓰러지던 로봇 강아지가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