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맨 - 할인행사
스파이크 리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시작과 끝부분의 내용이 맞물려서 다시 반복되는 가운데 점층 강화하는 편집을 좋아한다.  이 작품도 그랬는데, 주인공인 은행 강도가 자신의 완전 범죄를 '누가', '언제', '어디서', '왜', 그리고 '어떻게'하게 되었는 지를 차분한 어조로 말하면서 시작한다.

확실히 그의 범죄 행각은 완벽했다.  은행에 잠입하여 인질극을 벌이면서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끌었고 또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는 거기에 넉살까지 부려가면서 유유히 도망친다.  그 사이사이에 경찰은 실컷 바보가 되었지만 정작 잃은 것은 없다.  오히려 사건의 해결을 맡은 협상가 키스는 진급이라는 행운에 선심성 다이아몬드까지 얻었으니 손해는커녕 오히려 득만 본 셈이다.

모처럼 선한 주인공이 아니라 차갑고 독한 변호사이자 로비스트로 분한 조디퍼스트는 꽤 신선한 느낌이었는데 그녀 역시 일의 의뢰를 나름대로 성사시켰고 자신은 그 대가를 제대로 챙겼으니 역시 손해날 것 없는 화끈한 사건을 겪은 것이고, 은행강도였지만 사람 하나 다치게 하지 않고 은행 재산에 손도 대지 않은 주인공 역시 이름과 부를 모두 거머쥐었다.

정작 이 영화에서 손해본 사람이라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하여 양심을 팔아 부를 거머쥔 이중인격의 은행 이사장 뿐이라 하겠다.  그는 은행강도에게 털리고, 조디 퍼스트에게는 약점 잡히고 경찰에게는 추궁을 당한다.  당할 만한 사람이 당했다는 의미에서 나름대로는 윈윈이었다.  뭐, 그 사이에 고통을 받은 인질들의 외침은 별도로 생각하자...;;;;

영화는 액션영화로서, 또 두뇌전으로서, 심리전으로서 꽤 재미를 준다.  인질범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은행예 해를 입히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으니 경찰들은 도깨비에 홀린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이 인질이 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완벽한 알리바이로 무죄가 되는 장면들은 꽤 인상 깊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사건의 주범이었던 주인공이 어떻게 은행가의 비밀을 알아내고 또 은행에 숨어들고, 또 은행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가에 대한 설득력은 솔직히 부족했다.  작품에서 나온 대사처럼 데이비드 카퍼필드처럼 짠!하고 나타났다가 짠!하고 사라지는 식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키스 형사가 꽤 유능한 인물로 설정되었지만 작품 후반에 이르기까지는 주인공 은행강도에 비해서 두뇌 회전이 너무 느렸다..;;;;

그래도 주의를 끄는 장면들이 꽤 여럿 있었는데, 밖으로 빠져나온 인질을 확보하는 장면에서 그가 아랍사람이라고 여기자 바로 돌변하는 경찰들의 태도라던가, '왕가슴'으로 대변된 여자가 은행에서 동양인 남자를 깔보는 눈빛으로 대하던 장면, 흑인 남자의 아들이 너무도 폭력적이고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자 은행 강도의 수장이 "네 아버지 좀 만나야겠다"라고 말하던 장면의 희극성이 나를 웃기게도, 또 씁쓸하게도 만들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다른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명성은 익히 들었던 터라 아마도 이 작품과 성격이 많이 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덴젤 워싱톤은 기존의 느낌과는 다르게 좀 더 투박하고 소시민에 가까운 인상을 주었는데, 오랜만에 보기도 했지만 갑자기 너무 늙어버린 것 같아서 조금 섭섭했다.  조디 퍼스트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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