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1disc) - 할인행사
강석범 감독, 김래원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누군가에게 입소문을 들어서 선택한 영화는 그 사람의 취향을 잘 알고 있을 때에 후회가 적어진다.

하지만 입소문 말고 영화 평점 정도만 보고 선택하면 후회할 때가 많아진다.  해바라기가 딱 그랬다.

많이들 감동적이었다고 하고 많이들 울었다고 하고, 연기도 정말 잘했다고 하고... 그러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진탕 후회했다ㅡ.ㅡ;;;

 주연배우 김래원, 김해숙, 허이재

허이재는 처음 보는 배우였지만, 김해숙씨는 딱 그런 역할의 어머니 배역을 너무 많이 하셔서 진부함이 도가 텄다.  이제는 그녀의 그 울상짓는 눈매만 보아도 짜증이 날 것 같다. 중견배우가 많은데 왜 항상 그런 어머니상은 김해숙 아니면 고두심인가.  것도 아니면 윤여정? ㅡ.ㅡ;;;



밑바닥 인생을 전전긍긍한 오태식. 10년을 감옥 생활하다가 가석방되었다.  그에게는 낡은 수첩이 하나 있는데, 첫 페이지에는 하지 말 것 세가지가 적혀 있고, 그 뒤로는 하고 싶은 일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다.

술을 마시지 말 것, 싸우지 말 것, 울지 말 것.

요 세가지를 다짐하고, 대중 목욕탕에 다녀오기, 소풍 가기, 담배 피기, 문신 지우기 등등 어쩌면 소박할 수도 있는 것들을 이루어 가며 태식은 자신이 지키고픈 소중한 것들에 행복해 한다.

그러나, 주먹 쓰는 조폭 이야기 나오면서 어디 주인공이 소박하게 살도록 내버려두는 내용을 보았던가.

태식을 십년이나 감옥에서 썩게 만들었던 음모를 꾸민 조판수. 시의원에 당선되고 시장까지도 꿈꾸는 인물.  그는 태식이 어머니라 부르는 덕자의 해바라기 식당을 처분하여 그 지역에 쇼핑몰을 건설하려고 한다.  허나 덕자는 조금 치도 타협을 해주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조판수를 끝장낼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데...

영화는, 꽤 슬프다.  밑바닥 인생살이에서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태식이나, 자기 아들 죽인 녀석을 양자 삼아 새 인생 시작하게 해주려고 애쓰는 덕자나, 기이하게 되어버린 가족을 자랑스러워 하며 밝게 살아가는 희주까지도.

허나, 그들의 행복을 지키기엔 방해물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 방해물은, 과연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조판수의 악덕을 왜 굳이 입다물고 덕자는 버텼을까.  자신의 협박이 먹혔다고 자신해 하는 그 어리숙한 순진함이 나는 짜증이 났다.  아들과 함께 시작했기에 소중했다고 말하는 그 식당이 살아있는 아이들의 미래보다 더 중요할까.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지만, 극 중 조판수는 무섭고도 더러운 놈이었다.  차라리 보상금 받고 뜨는 게 나았다.  추억이 보잘 것 없어서가 아니라, 추억 이외에는 없는 그곳을 그렇게 피흘리며, 목숨 내놓고 지켜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조판수의 입장은 어떤가.  떠나겠다고 했다.  싸움을 할 수 없게 손마저 내놓았다.  헌데도 그렇게 목숨을 취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악독한 놈이라는 설정이라 할지라도 이건 과했다.  태식의 분노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태식이 기어이 다시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하고 오열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그래야 영화가 슬퍼질 테니까.  헌데, 그럼 홀로 남은 희주는??? 복수 한 번에 제 목숨 내놓고, 희주 홀로 남겨두는 것이 과연 잘한 선택일까.

나야 당사자가 아니고 관람자일 뿐이니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좀 너무 아니다 싶다.

아무리 싸움의 귀재라고 해도 그 많은 사람을 상대로 일당백을 하는 것도 어이 없고, 일당백으로 자기 차례가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어주는 조연들도 우습고...

슬픈 영화에 동조해야 하는데 내 마음은 어이 없음으로 가득참이었다.

시간이 아깝다던지 돈이 아깝다던지... 그 정도는 아닌데, 그 식상함과 진부함에는 화가 난다.

배우들은 연기 훌륭했다.  허이재는 좀 더 무르 익어야겠지만, 김래원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음악도 참 좋았다.  누가 불렀지??

그리고 화면 비율이 2.35 : 1이 아니라 1.85:1인데, 아무래도 넓은 화면으로 보여주기엔 액션씬에 부담이 갔던 게 아닐까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2.35:1에 익숙해서인지 좀 답답하단 느낌이 들었다.

해바라기... 예전에 안재욱 나왔던 그 드라마랑 송지나 극본이었던 것 같은데 이병헌 이승연 나왔던 해바라기도 더불어 생각난다. 

 덧글. 영화 속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는커녕 민중에 기생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들은 밥 때 맞춰 밥 먹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  그런 경찰이 물론 있겠지만, 아닌 경찰들도 많을 텐데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어 그린 듯하다.  이 역시 작품의 비장미(?)를 위한 것일 테지만 가지가지 맘에 안들어!(환상의 커플 한예슬 버전.ㅡ.ㅡ;;;)


그들의 한때나마 행복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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