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우리 역사 바로잡기 1
이덕일, 김병기, 신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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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씨의 근간으로 "그 위대한 전쟁"에서도 느낀 바지만,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다.  중국의 위협적인 동북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환기를 요구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좋게 생각하련다. ^^;;;

고조선, 단군 신화와 함께 떠오르는 멀고 먼 나라. 지금으로부터 고구려까지의 아득한 시간만큼의 거리가, 고구려에서부터 고조선의 시작에 걸쳐져 있다.  분명 국사 교과서에 고조선이라는 나라 이름이 나오고, 단군도 나오고, 뭔가 그럴싸한 척(?)을 하며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 보이지만, 정작 고조선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다.

왜 나라 이름이 '고조선'인지, 기원전 2333년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위만은 누구인지, 고조선은 왜 멸망했는지, 우리의 국사책은 문헌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 국사책 안에서도 왜곡된 서술이 들어가 있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는 기원전 10세기부터 시작된다고 말해놓고,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세웠다고 말하고, 또 '국가'의 성립은 청동기 시대부터라고 말해놓고는, 단군의 고조선이 신석기 시대에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모순을 버젓이 싣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그것이 왜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 교과서를 읽으면서도 의문을 품지 못하고, 또 답하지 않는 우리의 주입식 교육이다.  설령, 잘못된 것을 지적한다 할지라도, 무려 '국정교과서'가 잘못 서술하고 있는 이 황당 시츄에이션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는 단순히 '밖'의 문제가 아니라 '안'의 문제도 심각함을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식민사관에 의해서 왜곡되어진 우리의 고대사 인식 수준과, 역사 서술 방법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중국의 동북공정의 자매판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쌍둥이'라고 묘사하지만^^;;)

이 책에서 쟁점으로 삼고 있는 논제들은 이런 것이다.

우리 국사 교과서에 단군조선은 없다
일제 식민사관이 단군조선을 부인하고 고조선의 강역을 한반도로 축소시키는 것은 동북공정의 논리와 일치한다
단군조선이 존재한다면 동북공정의 모든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고조선은 많은 제후국을 거느린 황제국이었다
한나라에 항복한 고조선의 항신(降臣)들은 유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고조선 부흥운동을 일으켰다.
그간 한반도에 있다고 주장되어왔던 낙랑군 수성현은 중국의 하북성 창려현임이 밝혀졌다.
대동강 유역에 있던 국가는 낙랑국이며,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군은 한반도가 아닌 현재의 중국 요서 지역에 있었다.
고조선의 청동 및 철기 기술은 한나라보다 앞선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중국 연나라 화폐로 알려진 명도전은 고조선의 화폐일 가능성이 높다.
붉은 악마의 상징 치우는 중국의 한족이 아닌 동이족의 조상이다.

작은 한반도 안에서 지지고 볶고 사는 우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광대한 영토를 가졌었다...라는 표현들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 그랬다는 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의견도 있고 혹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미화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과거에 우리 땅이었으니 내놔라! 라고 말할 수 없고, 우리 역사니까 미화시키는 것도 물론 안 될 말이지만, 적어도 우리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이며, 또 자국 역사를 가로채고 왜곡시키려는 자들에게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 역시 우리의 권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가슴은 뜨겁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고조선에 대한 기존의 학설이 왜 잘못되었는 지를 여러 고문서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밑줄긋기에 엄청 옮겨놓았다..;;;)  중국측 사서는 물론이요, 우리나라의 사서들도 총동원하여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쏟아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 곳곳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지도들도 큰 도움이 되지만, 부록으로 같이 따라온 고조선의 강역도를 펼쳐놓고 책을 읽으면 이해에 더 보탬이 된다. 

고조선의 실체에 대해서 다룬 몇몇 책들을 보았는데, 그 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는 이 책의 기술이 가장 쉽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잘 되게 서술되어 있다.  같은 저자인 이덕일씨의 책 안에서도 고조선에 관한 내용을 많이 보았지만, 역시 이 책이 가장 잘 정돈된 느낌으로 다가온다.(중첩된 독서로 내가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겠다.)  저자는 둘이지만, 둘 중 누가 썼는지 잘 구분이 안 가게 서술의 시점도 튀지 않고 흩어져 있지도 않은 것 역시 하나의 장점이다.

그에 비해서 2부 뒤에 실린 신정일의 '고조선 답사기'는 일종의 기행문이나 일기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소 기대를 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그러나 고조선에 대한 눈에 띄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고, 중국측의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방해가 항상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손가락질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관련된 문장을 많이 소개해 주었는데 꼭 필요한 내용이라기보다, 알아두면 좋을 내용으로 가볍게 읽어도 좋겠다.

고조선의 생활사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은 현재 발견된 유물을 놓고 역으로 추적해가는 방법을 썼는데 앞서의 심각한 내용보다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되겠다.  훌륭했던 것을 훌륭했다라고 말하는 데에 괜히 주저할 필요도 없겠다.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스스로에게도 약이 될 것이다.  그 동안의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 서술은 '알아서 깎아먹는' 형식이었다면, 이젠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제대로 이해하는 서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의미 이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다는 의미에서도 고조선은 우리가 재조명하고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할 우리의 유산이다.  그 유산 찾기에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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