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CJ한국영화할인)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꿈꾸던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것, 그것이 직업으로까지 연결된다면 그것은 굉장한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꿈을 이루며 살기도 어렵지만, 꿈꾼 대로 살아가기도 어렵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란 법은 없다.  때로 삶은, 욕심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신산하고 버거울 때가 있으니까.



고교시절부터 밴드를 구성해서 음악에 올인하고자 했던 성우는 현재 찾아주는 이 별로 없는 밴드의 리더다.  초라한 모습에 고향만은 피하고자 했지만, 결국 갈 수 있는 곳이 고향밖에 남질 않아 수안보에 정착하게 된 성우.  그 과정에 섹소폰 주자는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고, 초기 7인조로 시작했다던 밴드는 이제 세사람만 남게 된다.  건반주자는 여자를 너무 밝혀서 문제가 많았고, 드러머는 너무 쑥맥에 대마초까지 손을 댄다.  지금이야 반가운 얼굴이지만 당시에는 오디션을 통해 힘겹게 배역을 따낸 황정민이 "너는 내 운명"에서 보았던 그 순박한 총각의 얼굴로 등장하고 있다.

연주 도중 사고를 내고 고향에 돌아가 버스 운전을 하는 드러머.  대신 드럼 주자로 들어온 것은 성우가 어려서 기타를 배운 원장님이나 지금은 알콜중독자가 되어 있는 모습.  그 역시 연주 도중 쓰러지고 밴드는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성우는 수안보에서 고교시절 반했던 첫사랑 인희를 다시 만나는데, 남편과 사별하고 야채장수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는 눈길이 쓸쓸하다.

어릴 적 음악을 하던 친구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약사가 된 한 친구는 돈밖에 모르는 위인이 되어 있고, 환경운동을 하는 친구는 명예욕에 사로잡혀 구청 건축과에 일하는 친구를 난처한 입장에 몰리게 한다.

너는 원하던 음악 하고 있지 않냐며 부럽다는 친구에게, 그렇다/아니다 말할 수 없는 입장의 그들.  캬바레 웨이터로 분한 류승범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가르쳐달라고 떼 쓰지만 그 역시 심각하게 음악에 열중한다기 보다 튀고 싶고 놀고 싶은 욕망으로 느껴진다.  음악해서는 밥 벌어 먹고 살 수 없다고 극구 말리는 그들의 말에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회한이 잔뜩 묻어 있다.



친구들을 배신했던 건반주자는 크게 사고를 치고나서야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오고. 여수에서 새롭게 밴드를 시작할 때, 인희가 그들과 합류하여 보컬을 맡게 된다.  적어도 트럭을 몰며 장사를 할 때보다는 노래할 때의 그녀가 더 행복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앞날이 앞으로도 얼마만큼 고될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라디오를 듣다가,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음악인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점에서 라디오 스타가 같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한 번이라도 정상에 올랐던 사람의 어리광같은 이야기보다, 늘 삶에 치여 막다른 골목을 따라 내달리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맺힌다.  물론, 영화적인 재미야 라디오 스타가 훨씬 앞설 테지만.

요즘 들어 더 어려워진 우리나라 음악계 현실과 맞물려 내게는 마치 시사/다큐 영화처럼 보였다.  며칠 전 뉴스에서는 대학에 합격한 예비 대학생들이 벌써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던데, 사회는 점점 '안정적'이고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쪽으로만 몰리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욕구야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망일 테지만, 우리는 점점 '행복'과는 먼 길을 걷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열심히 사는 것인데, 열심히 산다고 해서 모두 행복해지지는 않는 것 같은 이상한 뫼비우스의 띠.

삶이 더 고단하게 느껴지는 무거운 영화였다.  그렇지만, 외면하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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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7-01-2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 장난 아니죠? 정말 이런 영화 좀 많이 팔리고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왜 맨날 신데렐라 스토리만 화면을 장식하는지... 저 이 영화 보면서 정말 많이 울컥했어요 비루한 우리네 삶, 과장도 허풍도 없고 너무 진솔한, 마노아님 말씀처럼 외면할 수 없는 바로 우리 삶이잖아요

마노아 2007-01-2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무료시사회로 3만 명을 보여주었대요. 그렇게까지라도 해서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을 제작진의 노고가 안타까워요. 예전에 대중문화 전문 사역자 신상언 선교사님이 꼭 봐야 할 영화지만 절대 안 팔릴 영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딱이었죠. 정말 울컥, 왈칵!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