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 SE (2disc) - 디지팩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카시이 유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음악을 좋아하는 선배가 추천해준 영화.  선배의 성격상 좀 진지하거나 무거운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방향과 전혀 달랐다.  뭐랄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잔잔한 감동?

일본 영화에 한국배우 배두나가 나온다고 하니 호기심이 동했고, 또 워낙 그녀의 독특한 캐릭터를 좋아해서 호감 급상승이었다.  전반 30분까지는 솔직히 지루했는데, 그건 내가 뭔가 '특별한' 것만 자꾸 기다린 탓이었던 듯하다.

고교 축제 마지막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해야 하건만, 밴드의 멤버 부상과 탈퇴로 진퇴양난에 빠진 경음악부.  첫번째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컬을 부탁하자!라고 결정했는데, 그게 일본말도 서툰 한국인 유학생 송이었다.  과연 내 말을 알아들을까 싶을 만큼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가 수락 의사를 보였는데, 걱정할 시간도 없다.  축제는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니까.

그들이 고른 곡은 블루하트의 명곡이었는데 막상 노래를 시켜보니, '너무하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색하게 노래 부른 것은 설정이었겠지?) 그래도, 끝까지 가본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진행된다.  오히려 엔딩에서의 폭발하는 에너지가 불협화음처럼 느껴질 만큼 어색할 정도.  헌데, 자꾸 그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니 잔잔한 마력이 있는 것이다.  조용조용히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여고생의 생각과 행동 등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송에게 반한 한 남학생의 한국말 깜짝 고백과, 거기에 대처하는 송의 어리둥절 반응은 모처럼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여기엔 배두나의 평소 캐릭터가 한몫을 했다.)

연주 시간에 늦어 급히 무대에 섰던 여학생의 노래가 워낙 훌륭해서 이어서 불러야 할 송의 부담이 컸을 텐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너무도 멋지게, 발랄하게 노래를 부른다.(그래서 이 부분이 옥의 티였다.  너무 급한 전개였다.)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도 함께 열광하며 같이 노래를 부르고 싶은 느낌.  그 축제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얼마만큼의 추억이 될 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지금까지의 잔잔한 분위기는 모두 트릭이었다는 듯 한껏 에너지를 발산해 주며 싱그러운 그들의 젊음과 치기 어린 감정들을 드러내 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블루하트 원곡도 들어보았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난 그래도 배두나가 부른 노래가 더 좋더라^^

스윙걸즈에서의 무대라던가, 워터보이즈의 축제 등등, 비슷한 구조의 일본 영화가 더 있었지만, 이 영화는 게 중 가장 잔잔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감이 있었다.  오버하지 않는 느낌 말이다.

감독이 20대 후반이었는데 꽤 놀랍다.  젊은 감독이 더 노련한 감독들보다 차분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었으니. 

나로서는 감독이나 다른 일본 배우들보다는 배두나의 행보를 더 관심있게 지켜보련다.  아직 보지 못한 고양이에게 부탁해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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