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쓸려가던 아내도 아이도
건져내지 못한 죄 많은 손으로
그물을 던진다
그물을 던진다
폐허의 물둥지에 그물을 던지면
묵직이 건져 올려지는 건
깨진 벽돌이나 잔해들이지만
한두 마리 은빛 물고기도 있어
아, 그러나 나는 지금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다
그물이라도 전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이다
홀로 남아 던져진 무거운 목숨을, 절망을,
감사할 수 없는 삶을 살아 견디기 위해서이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이제 내 곁에는 피붙이 하나 없고
나에게는 할 수 있는 일거리 하나 없어
이대로 폐허 더미 속에 주저앉아
폐인이 될 수는 없어서이다
그물 가득 끌어올려지는 잔해들 틈에
파닥이는 작은 물고기들
빈 손바닥에 가만히 느껴지는
이 눈물 나는 생명이라는 것
이 할딱이는 목숨이라는 것
희망 없는 희망이라도 느껴보기 위해서이다
건기의 불볕 아래 그물은 던진다
아무 욕망도 바람도 없이
절망의 그물로 절망을 던진다
파닥이는 목숨과 목숨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이 그물
그물을 던진다
그물을 던진다
이 절망이 다 할 때까지
남은 슬픔을 던진다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