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어디에 있나요
보고 싶고 울고 싶고 안기고 싶어요
만일 생존해 있다면 어디에 계신가요
만일 돌아가셨다면 무덤이 어딘가요
내가 자라 성인이 되면 무덤을 찾아가
꽃을 바치고 기도를 드려야 할 텐데

슬픔은 우기처럼 쏟아져도
나에게는 비를 가릴 처마 하나 없어요
고통은 건기처럼 내리쫴도
불볕을 피할 나무 그늘 하나 없어요
우리 삶의 길은 하느님이 정해 놓으셨으니
비록 어려울지라도 하느님이 원하신 대로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아체의 언덕에 피어난 어린 꽃송이들
꽃은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렸어요
파도에 살아남은 작고 어린 꽃송이들
그 꽃은 이제 향기가 나지 않아요
바람에게 향기도 전해주지 못한 채
이대로 울다 시들어 가야 하나요

하느님,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두지 마세요
넘어진 아이를 그대로 두지 마세요
당신마저 저를 내버려 두신다면
어린 몸에 돌을 지고 어디로 가야 하나요
쓰나미가 모든 것을 쓸어 갔을지언정
저는 아직 작은 손을 흔들고 있어요
저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저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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