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많은 것도 이유가 있어.

준치 가시 ㅣ 우리시 그림책 8
백석 지음, 김세현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어리둥절...하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인데, 난 좀 어렵게 느껴졌다.

백석 시인의 시를 그림을 얹어서 동화로 표현하였다.  준치는 원래 가시 없는 고기였는데, 맘씨 좋은 물고기들이 제 가시를 하나씩 내주어서 가시가 많이 생겼더라.

염치 없어 그만 받으려고 했는데, 너무 맘 좋은 물고기들이 서둘러 꼬리에 가시를 많이 달아주어서 준치는 꼬리에도 가시가 많이 생겼더라.

준치 보면서 가시 많다고 뭐라 말아라.  그 곳에 사연 있을지니....가 내용이다.

처음에 나는, 이솝우화를 떠올렸다.  다른 새들이 흘린 깃털을 주워서 화려한 제 깃털인 척 잰 체 하다가 깃털 주인들이 하나둘씩 다 빼가자 볼품없게 남겨졌더 새의 이야기....

이 책은, 허영심 많은 새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 배려할 줄 알고 나눌 줄 알고, 염치도 있었던 예쁜 마음을 묘사해 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솝우화의 그 새는 허영심이 많을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절약정신이 투철했던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자기보다 볼품없다 여겼는데 화려한 깃털을 꽂고 왔다고 제 깃털 찾아간 새들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어릴 적에는 그 새들이 옳다고 여겼는데 말이지...;;;;

이 책은 그림이 몹시 투박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이 책이라고 무조건 예쁜 그림이 나온다는 것도 편견이지 싶다.  실제로 물고기를 볼 때 예쁘다라고 여기는 편은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의 그림이 아주 사실적이어서 물고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거칠고 투박한 그림체에서도 익살스런 표정과 수더분한 느낌, 뭔가 풍성한 기운은 느껴지게 하는 기분이었다. 

밥상 위의 생선 반찬 하나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붙여서 나눌 수 있다면, 밥상 풍경도, 아이의 이야기 세계도 넓고 따스하게 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