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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평점 :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의 종군기자로서 활약했던 로버트 카파의 수기와 같은 책이다. 그러나 그가 종군기자로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어느 인민 전선파 병사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다.

그는 이 두 전쟁뿐 아니라, 중일전쟁과 그가 죽게된 인도차이나전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전쟁터에서 사진기자로 활약하였고, 그때마다 목숨을 건 만큼 생생하고도 절박한 사진들을 남겨주었다. 마흔 한 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뢰를 밟아 폭사한 이 사진가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카파의 목소리를 빌려서 나오는 만큼 그가 종군기자의 자격을 얻기까지의 고생과 또 전쟁터에 투입되기까지의 고단한 과정과, 그가 전쟁 속에서 보여준 용기와 피할 수 없이 직면한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그의 리얼한 연애담까지.
책은, 짐작했던 것보다 덜 전설적이었다. 그 말은, 상상했던 것처럼 '영화같은'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고, 그래서 매 순간 느끼는 감정과 취하는 처신들이 '영웅적'이지 않았다. 그가 사랑한 것은 사진이었고, 그가 사명감을 느낀 것은 사진이 전해줄 수 있는 찰나의 순간, 그 표정, 그 동시성이었다. 그가 해야할 일은 병사들과 함께 총들고 적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는 이가 아군일지라도 가장 극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기자였다. 그 역할에 충실함을 보여준 위대함에 책을 보는 내 마음이 떨렸다.
그밖에, 각 나라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처했던 상황과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을 이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었고, 젊은 군인들이 불안함을 달래는 모습, 그들의 사랑과 그들의 삶까지도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은 로버트 카파의 마지막처럼 어찌나 극적이었던지...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고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헤드라인은 비밀... ^^
사진도 많지만 글이 더 많아서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었다. 편집에 흠이 하나 있다면, 왜 상단 여백이 하단 여백보다 더 좁은 지 모르겠다. 시각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 딱 옥의 티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