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지쳤어요.  이젠 쉬고 싶어요.
엄마의 품에서 잠들게 해 주세요.
그 전에 먼저 약속해 줘요. 울지 않겠다고...
엄마의 눈물이 내 뺨을 달구거든요.
이곳은 차디차요.  바깥에서는 폭풍이 으르렁대고 있어요.
그렇지만,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아주 아름다워요.
사랑스러운 아기 천사들도 보여요
피곤한 눈꺼풀을 그만 꼭 닫고 말았어요.

엄마, 내곁에 천사가 있는 것이 보여요?
이 고운 음악이 들리시나요?
아기 천사들에게는 새하얗고 고운 두 날개가 있어요.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신 걸 거예요.
눈앞에서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송이들이 흩날리고 있어요.
살아 있는 동안에,
나는 날개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엄마, 이제 나는 죽을 거예요.
엄마, 어째서
내손을 그렇게 꼭 쥐어요?
엄마, 왜 볼을 비벼요?
엄마의 뺨은 젖어있네요.
그런데도 불같이 타고 있어요.
엄마, 나는 언제라도 엄마의 것!
그러니까, 이제 한숨일랑 거두세요.

울고 계신 건가요, 엄마?
그럼, 나도 같이 울어요.
아아, 나는 이제 너무 지쳐서
눈이 절로 감겨요.
엄마!  보세요!
천사가 내게 키스해 주고 있어요.


-----------21살의 가을에 H.C. 안데르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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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0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안데르센 일대기... 같은 책이었다. 그 속에서 발견하고 인상 깊어서 적어두었던 것을 오랜만에 꺼내본다. 그 책을 찾게 된 계기는 대학 1학년 때 국어관련 수업을 듣다가 안데르센을 과제 주제로 삼아서였는데, 그러고 보니 참 오랫동안 내 수첩에 묵혀있던 시다. 아프고, 아름다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