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공장장님과 함께 하면서.... [2006-12-20 16:15:23]
15년을 공장장님과 함께 하면서...

드팩민 여러분 안녕하시지요?
공연 음향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택입니다.
지난 Tour 때 과로로 쓰러졌다가 여러분들의 걱정과 사랑이 담긴 “호 오 ~~”덕에
금방 건강하게 벌떡 일어났던 사람.
여러분들이 보내주셨던 그때의 염려와 걱정, 늦었지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건강합니다. 또 과로 하면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 없지만...조심 하겠습니다.

이곳 게시판에 글을 올려 보는 게 첨이라서 조금은 어색하군요. ^^!

게시판에 한동안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었다는 소식을 DFS 음향 강의실에서 들었고
사운드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기에 무척 궁금했지요.
그 혼란의 동기가 된 글들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혼란스러움의 주된 원인 중에
하나가 사운드였다는 건 알게 되었고, 어떤 견해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드팩 게시판에서 공장장님이 올린 글도 보았지요.

가끔 게시판에서 잘못된 견해의 글들이 보이곤 할 때면 글을 올려서 바로 잡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바쁜 척 하느라고 기회를 놓치곤 했지요.
허지만 이제는 가끔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산 공연때 Pray for me 의 끝부분에서 사운드에 묻혀서
공장장님 목소리가 잘 안 들렸다는 의견의 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건 뭐가 잘못되어서 이거나 실수가 아니라 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 곡의 끝부분에는 공장장님의 목소리만큼이나 중요한, 아니 어쩌면 반복되는 가사보다
훨씬 중요한, 그래서 절대 여러분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윤경로 님의 훌륭한 Guitar 연주가 있습니다.
아름답다고 까지 말하고 싶은 경로님의 기타소리와 훌륭한 연주를 어떻게 그냥 평범하게
넘어 갈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때그때 조금은 크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에는 천일동안의 끝부분에서도 공장장의 절규보다는 Saxophone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새롭게 편곡된 것에서 비롯한 그 나름의 새로운 표현이지요.
사실 더 크지는 않습니다만 예전의 편곡에 길들여져 있던 분들은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고 느낄만 합니다. ^^

또 누군가는 곡이 시작할 때 Mic소리가 좀 이상했다는 글도 보았습니다.
정말 어떤 곡에서는 시작할 때 공장장님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지요?
그것 역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의도된 표현입니다.
곡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이지요.
Rewind는 처음 부분에 전화기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로 시작하고,
Pray for me 는 메아리처럼 좌우로 목소리가 막 왔다갔다 날아 다니구요.
No Pain No Gain은 시작부분에 목소리가 막 휘감겨 돌아가는 듯한 소리로
변형되어 표현 되기도 하고
새로 편곡된 심장병에서의 시작부분은 Devil's Vox처럼 약간 악마적인 느낌의 소리로
들리게 됩니다.
곡의 분위기에 따른 색다른 표현들이지요.

공장장님은 물론 가수입니다.
공연이나 음반에서 가수 목소리의 전달은 정말 중요하지요.
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공연을 조용필 선배님이나 나훈아 선배님의 공연처럼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공장장님의 음악은 바로 사운드의 완벽한 융합에 있습니다.
가수 중심의 표현이 아니라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처럼 밴드의 사운드와 융화되면서
표현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이것은 공장장님이 추구하는 수준 높은 사운드의 아주 기본적인 원리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ARTIST의 작품은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 안다고, 작품 몇 점 보았다고, 남이 써놓은 평론을 좀 읽어보았다고
그냥 쉽게 평하려 들면 안 됩니다.
어떤 음악은 이렇게 표현하고, 어떤 무대는 이렇게 보여주고 하는 건
모두 Artist의 자유로운 표현이고 순전히 그 사람 마음입니다.
그것을 표현하고 만들기 위해 공장장은 엄청난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들 중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여러분들은 정말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전 공장장님이 이번 공연을 앞두고 수도 없이 열린 제작회의 중에 던진
한마디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생각할게 너무나 많아서 뭐가 뭔지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쩝~’
이 말은 그가 공연 구상으로 고뇌하며 보냈을 수많은 밤을 생각하게 합니다.

전 20년 정도 공연을 했습니다.
그중 15년을 공장장님과 함께 했지요.
얼마나 많은 공연을 함께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전 그보다 5살이나 많은 형이지요. 허지만 그는 동생이 아니라 저의 동지 입니다.
‘동지’ 라는 곡의 제목도 어느 날 내가 공장장에게 보내준 문자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근데 뭐 아님 말구요...ㅋㅋㅋ)


전 그를 좋아합니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과 음악을 향한 그의 욕정이라 불릴만한 불같은 열정을 사랑합니다.

지난 20년의 세월이 고맙게도 저를 이제는 좀 들을 줄도 알고 좀 표현할 줄도
알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 나라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훌륭한 Artist가 바로 이승환 입니다.

그런 공장장님과 함께
음악을 들었으면 여러분들 보다 수백 배는 더 많이 듣고
공연을 보았으면 여러분들 보다 수백 편은 더 많이 본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공연입니다.
여러분들의 감각과 생각으로 평하면서 넘보기엔 너무나 커다란 산과도 같지요.

가끔 막귀 라는 재미난 표현을 보곤 합니다. ^^
어떤 귀가 막귀인가요?
혹시 당나귀 귀 비슷하게 생긴 귀인가요? ㅋㅋㅋ
그 말을 본 후로는 조금 재밌게 생긴 귀를 보면 막귀라는 말을 떠올리곤 합니다.
어떤 귀는 좋은 귀이고 어떤 귀는 막귀이고 뭐 그런 구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음악을 많이 들어서 뭔가를 잘 구별해야만 좋은 귀인가요? ㅎㅎㅎ
청력은 누구나 언젠가는 점차로 나빠집니다.
물론 아주 천천히 나이를 먹으면서 나빠지지요.
아마 막귀 란
음악이 주는 때론 아름답고, 때론 슬프고, 때론 기쁜 그 엄청난 느낌들을
가슴으로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걸 머리로 분석하고 뭔가 평가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보려는 우매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음악은 가슴으로 듣는다고들 합니다.

공연을 만들어가면서 공연을 찾아주는 많은 분들에게
공장장님이 바라고 저와 같은 스탶들이 바라는 것은
이 공연을 잘 보고 평가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연 속에 흠뻑 빠져서 미친 듯이 신나게 즐기고
또 가슴 벅찬 감동을 안고 공연장을 나가시는 것이랍니다.

절 알아보시고 인사를 건네시는 드팩민들에게 저는 항상 인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오늘도 우리 한번 놀아 봅시다....!!!! ”

우리 다시 만나서 또 한 번 잘 놀아 봅시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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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겁게 뜨겁게... 그렇게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주는 광주. 다음 주는 서울!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