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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2주 전에 뮤지컬로 보았는데, 황당하게도 내내 졸다가 와버렸다. 작품이 재미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내내 잠을 자지 못해 비몽사몽간에 뮤지컬을 보는 바람에 내용 연결이 잘 안 되었다.
그래서 영화로 다시 보기로 결심했다.
난 영화 다 끝날 때까지, 이 작품이 실화를 배경으로 한 건 줄 알았다.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더러 있을 듯.
동베를린의 한셀이라는 소년은 미군 아버지와 동베를린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다. 아버지의 학대를 알아차린 어머니가 아버지를 쫓아내고, 한셀은 좁은 아파트 덕분에 오븐 속에서 미군 라디오를 들으며 락 음악에 심취한다.
성장하여, 한 미군이 그에게 접근하고, 동베를린을 떠나기 위해서 그는 그 미군과 결혼하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남성을 버려야 했다. 그러나 수술은 실패하여 그는 제거하려던 것의 1인치만을 남겨두었으니, 그가 후에 조직하는 밴드의 이름이 앵그리 인치라고 나오는 것은 여기의 그 1인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를 버렸고, 헤드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던 그는 토미라는 소년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헤드윅은 토미에게 기본적인 음악 훈련을 시켰고, 토미는 그녀를 배신한 채 그녀의 곡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락스타로 발돋움한다. 헤드윅은 토미의 투어를 좇아다니며 인근 지역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나간다.
놀랍게도,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헤드윅이다. 감독이 직접 주연을 겸한 것이다. 주인공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전개된 줄거리들은 작품 속에서 헤드윅의 노래와 과거 회상, 그리고 나래이션으로 모두 설명된다. 뮤지컬이 원작인 만큼 영화도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십분 살려 놓았다. "사랑의 기원"을 부를 때 사용된 애니메이션도 내가 뮤지컬에서 보았던 장면이다.(그래도 용케 기억나는 것이 있어 다행이다ㅠ.ㅠ)
불편할 수도 있는 소재를 너무 자연스럽게 풀어놓아 오히려 아찔했다는 기분이 든다.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넘버가 영화에서도 그대로 쓰여져서 노래 감상하는 맛이 즐거웠다. 한국어 가사와 번역 가사는 약간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에는 변함이 없고 또 중요한 것은 일단 노래니까. ^^
컨테이너 박스 안의 사무실에서 한쪽 벽을 무너뜨려 공연장처럼 표현한 연출은 참 기발했다고 본다. 가장 신났던 부분이기도 했고.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고, 뭔가 뜨겁게 치솟는 기분이기도 했는데, 정확히 내가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에 감동을 받았는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작품을 다시 봐야하지 않을까. 영화는 굳이 또 보게 될 것 같지 않고, 다른 배우를 통해서 뮤지컬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이번에 보았던 조정석 헤드윅도 훌륭했지만, 가장 원츄인 것은 '오만석' 헤드윅. 그가 언제 다시 헤드윅을 할 지는 알 수 없는 거지만, 볼 수 있었음 좋겠다.
아마도 내가 헤드윅 하면 'wig in a box"라는 노래를 떠올리는 것이 뮤지컬 축제에서 그가 부르는 장면에 반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오드윅'이라고 부르는 것도 들었다.(별명인가 봐.) 조승우는 좋아하는 배우지만 헤드윅 노래 부르는 것을 들어보니 솔직히 별로. ^^;;;
영화 얘기하다가 줄곧 뮤지컬 얘기만 하고 말았다. 개인의 호감도가 작용한 탓. 딱히 설명해내기 어렵지만 별 다섯은 충분한 영화다. 왜인지는 직접 보시고 확인하세요~ (그 리뷰를 보고 제가 배워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