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캘 수 없는 채권' 41억 현금화에 추징 고민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손자들 계좌에 입금된 41억원을 두고 검찰 내에서 나오는 얘기다. 전씨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지만 추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문제의 돈은 재용씨가 올 8월 두 차례에 걸쳐 증권예탁원 서울 강남지점에 증권금융채권을 들고 나타나 현금으로 바꾼 뒤 자신과 두 아들 계좌에 입금한 것이다. 증권금융채권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지하자금을 끌어내기 위해 한시적으로 발행한 무기명ㆍ비실명 채권이다. 채권 보유자에게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으며 거래 시 실명확인을 생략하도록 돼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도 면제된다. 이 채권이 ‘묻지마 채권’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래서 발행물량 2조원 가운데 개인들이 절반이나 매수해갔다.

하지만 41억원의 출처를 캐는 것은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한 정부의 정책을 검찰이 어기는 셈이 된다. 채권을 현금화한 다른 사람들은 놔두고 재용씨만 조사하는 것도 법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설령 검찰이 전씨한테서 나온 자금임을 밝혀내더라도 재용씨가 “증여받은 것”이라고 진술하면 그만이다. 재용씨는 2004년 증여세 74억여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적이 있다. 이 때 사용된 것은 자금 추적 및 증여세 포탈죄 적용이 가능한 국민주택채권이었다. 그러나 이번 채권은 증여세 납부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재용씨에게 면죄부를 줄 경우 비난 여론 등 부담을 검찰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용씨가 전씨의 추징금을 대신 내게 하면 된다. 2004년 5월 검찰은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에게 200억원을 전씨 추징금으로 대납하게 했다. 당시 이씨는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이 일부 섞인 의혹을 추궁하며 대납하도록 이씨를 설득했고 이씨는 결국 여론 등을 의식, 눈물을 머금고 검찰의 제안을 수용했다. 검찰이 이번에도 ‘솔로몬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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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1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하고 독한 것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