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이야기 2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구판절판


우리가 어른이 되면 속옷을 입게 될 거야. 할 수 없지, 뭐.
근데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어른이 되면 내가 널 아주 비싼 식당에 초대해야 하더라.
그런 식당에서 먹는 건 지금 우리가 여기서 먹는 거랑 거의 비슷해.
어쨌든 그렇게 해야만 어느 날엔가 네가 속옷을 벗게 되더라.
-11쪽

넌 샤틀레 역에서 지하철을 탔지. 크고 푸른 눈에 노란 바바리. 우리는 강렬한 눈빛으로 서로 바라봤지.
기차의 급정거에 넌 나에게 몸을 던졌지. 난 너를 아주 힘껏 껴안았어. 넌 감동했지.
갑자기 네가 시청역에서 후닥닥 뛰어내리더라고.
그래, 돈이랑 지갑은 가져도 좋아. 하지만 내 신분증은 돌려줘.-29쪽

저 남자, 동성애자인 게 분명해. 여자들을 나쁘게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33쪽

아직 결정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야. 아내가 마지막 장을 끝내진 않았거든.
하지만 지금까지 쓴 걸 몰래 읽어 보니까 아내가 경험했던 위대한 남자들 목록에 난 아직도 등장하지 않고 있어.-39쪽

엊저녁에 선생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얘기할 게 많더군요.
한데 저희가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야 하거든요. 시 얘기는 내년에 나누면 어떨까요?-48쪽

가스마 저린 낯선 꿈을 자주 꾼다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낯모를 여인의 꿈을.
매번 그녀는 완전히 똑같은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다른 여자도 아니지만 날 사랑하고 이해해 준다네.
-49쪽

아내가 말을 건네지 않으면서부터 나무들은 훨씬 잘 자란답니다.-56쪽

내가 잠꼬대를 한다는 거야(마리 로르가 알려 주더군). 그거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한데 잠꼬대 내용이 당황스러웠어. 한밤중에 두세 번이나 큰 소리로 단언하더래. <난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한다>고 말이야.-57쪽

좋아, 나는 사랑이 다시 나타난다면, 적극적으로 대답하겠네. 여기 있다고!-80쪽

선생님의 아내 노라는 5년의 연구 끝에 프테로닥틸루스 에렉투스가 90만 년 전에 사라졌다는 걸 증명했어요.
선생님은 젊은 노라(선생님보다 스무 살이나 젊지요)의 성공에 화가 났지요. 그래서 선생님은 계산을 다시 했어요.
하지만 허둥대느라 10만 년의 계산 착오를 했지요. 몇 달 전부터 노라의 주변을 맴돌던 캐링턴 교수가
그녀를 도와주러 쏜살같이 달려와 일을 핑계 삼아 호텔로 데려갔지요.
하지만 후회하는 마음에 사로잡힌 노라는 이틀 뒤에 다시 돌아왔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10만 년이라는 자신의 실수에 비교하면
이틀밖에 안 되는 노라의 실수를 트집 잡으며 함께 살아온 9년의 세월을 지워 버리려 하고 있어요!-87쪽

좀 길어지긴 했지만 맛있는 점심이었네. 저 사람의 문화적 소양은 매력적으로 보이네만 그가 들려준 온갖 일화며 인용들은 5분이면 인터넷에서 모두 찾아낼 수 있어.-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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