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1disc)
존 라세터 감독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한국어 더빙으로 영화를 보았다.  학생들과 수업 시간에 같이 볼 영화로 고른 것인데, 짜식들이 극구 한국어로 보겠단다.  아니, 설마 귀찮아서???ㅡ.ㅡ;;;;

사실, 자막으로 본다면 조금 빨리 돌리려고 했다.  영화 상영 시간이 꽤 되기 때문에 중간에 시간 자르기가 애매해서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내 시간과 다른 수업 시간을 겹쳐서 이어서 보는 바람에 무사히 시간 내에 다 보았고, 애들이 따로 보는 바람에 보지 못한 분량은 나 홀로 자막으로 보았다. ^^

픽사의 명성을 몸소 체험하게 한 것은 "인크레더블"이었다.  그 안에 녹아 있는 사고관은 맘에 안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영화적 테크닉으로는 찬란하기 그지 없었던 영화였다.  정말 신났고, 정말 많이 웃었던...

그래서 몹시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보지 못했다.  언니가 큰 조카를 데리고 들어갔다가 팝콘 두 개를 다 먹고는 아이가 울어서 나왔다고 하는 전설(?)을 담고 있는데, 막상 보고나니 확실히 아동용은 아니었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일 뿐. ^^

작품 속에서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의 모든 것을 가지되 자동차의 형상을 가진 그들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맥퀸은 스타 레이싱어로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 오만하기 그지 없었던 인물이다.  빨간색으로 쌔끈(ㅡ.ㅡ;;;)하게 빠진 몸체부터 섹시함이 뚝뚝 떨어진다.  시작하자마자 펼쳐진 레이싱에서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고 달리는 바람에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한 그는 혓바닥을 길게 내뻗음으로써 공동 1위를 얻게 된다.  다른 주자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피스톤 컵에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 길로 가는 도중 우여곡절 끝에 어느 한적한 마을에 들어선다.

그곳에서의 해프닝, 그곳에서 얻은 삶의 교훈, 그곳에서 얻은 참 레이싱의 자세 등등... 그렇게 맥퀸은 사랑을 나누고 신뢰를 쌓고, 인생의 진정성에 눈을 뜬다.

다분히 결과가 예상되는 전개였음에도, "너 이외의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아본 적이 언제였냐"고 물을 때, "1등을 하지 못했는데도요?"라고 묻는 것에 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 몹시 찡했다.

가끔은, 그런 감정들이 신기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고, 오래 전부터 익히 알아오던 것들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들.... 그런 사람의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만들고, 또 열심히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닐까, 잠시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인크레더블 만큼의 재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몹시 좋았던 시간...

이번에 안 것인데... 확실히.. 나로서는 재밌지만 크게 웃을 정도가 아닌 것들에 아이들은 엄청 크게, 신나게 웃곤 했다.  아, 이런 게 정서의 차이일까?  이미 어른인 내게는 유치하다 싶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있는 자체로 재미를 주는 것이다.  약간의 부러움과 약간의 반성도 조금....

다음에는 무슨 영화를 볼까?  고전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이다.  당근, 내가 보지 않은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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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1-2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사블랑카...라도 한번 틀어보심이...^^(우우~ 학생들의 야유소리..)

마노아 2006-11-29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땡기는데 아이들의 욕정을 감당하기가...;;;;(앗, 나의 욕정인가???)

Mephistopheles 2006-11-2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닝타임이 짧은 관계로 수업시간에 보기 딱 좋은 애니메이션일껍니다.^^

내용과 재미 또한..대단하다는...^^


마노아 2006-11-2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좋은 정보예요! 아까 좋은 애니 뭐 없나 찾다가 아는 바가 없어서 포기했거든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