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 인터뷰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연예인이 두 사람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가수 '이승환'이다. 공연에 가면 수많은 관중이 일제히 이승환의 이름을 부른다. 얌전하던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험상궂게 생겼다거나 무뚝뚝한 성격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마력이 나오는 것일까.

  최근 그가 내놓은 정규 9집 앨범 'hwantastic 9'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그의 앨범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이 뜨겁다. 뜨거운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는 음악계에 그의 음반이 새 바람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음악계에 발을 디딘 지 17년. 17년간의 내공이 녹아든 9집 앨범에 관한 질문을 가득 준비해 그의 소속사 '구름물고기'를 찾았다. 조용하고 아늑한 녹음실에서 디시뉴스를 맞는 이승환. '저녁은 드셨어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 시작한 그와 가슴 떨리는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세요.

 이승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사진 좋아하시는 걸로 아는데 혹시 디시인사이드 이전에도 아셨어요?

 이승환 :   그럼요. 사진을 좋아한다기보다 엽기를 좋아해서….(웃음)
 

- 요새 많이 바쁘시더라고요. 방송도 많이 나오시고 인터뷰 기사도 많이 나와서 팬들은 좋아하는데 힘드실 것 같아요.

 이승환 :   그러게요. 원래는 이렇게 안 했었는데, 많이 하게 되네요. 다른 건 괜찮은데 공연이랑 겹쳐서 공연 준비랑 겹치니까 되게 힘들어요. 운동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니깐 힘들고요.
 

- 운동은 요즘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이승환 :   네. 그런데 자주 못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3~4일?
 

- 그렇잖아도 몸짱 되셨다고 난리예요.

 이승환 :   어유~ 다 헛소문이에요.
 

- 사진 보니 헛소문이 아니던데요.

 이승환 :   사진은 누구나 다 그렇게 찍을 수 있어요.
 

- 팬 중에는 아기자기한 예전 모습이 더 좋다는 분도 많던데요.

 이승환 :   아니요. 그거는 직접 겪어보면 그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걸요. 예전에는 굉장히 동글동글한 몸매였어요.
 

- 쇼케이스 사진 보니까 관객들 모습을 직접 찍으셨던데, 사진 찍으러 자주 다니세요?

 이승환 :   사진 찍으러 다닌 적은 없어요. 아! 딱 한번 팔당댐 근처로 출사를 나갔었어요. 제 앨범 재킷도 찍어준 저랑 10년 된 동생 중에 (김)대형이라고 있는데 그 친구랑 같이 나갔는데 진짜 재미없더라고요. 도대체 뭘 찍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재미를 못 느껴서 다시는 안가요. 저는 사람 찍는 게 너무 재밌어요. 넋 놓고 있거나 카메라 의식 안하고 있을 때 모습을 찍는 거 좋아하는데 풍경은 재미없던데요. 전 과가 아닌 것 같아요.
 

- 사진 찍는 것을 더 좋아하시나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이승환 :   전 찍히는 거 정말 안 좋아해요.
 

- 요즘 공연 연습 한창이시라고 들었는데 하루에 연습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이승환 :   하루에 3~4시간 정도 해요.
 

- 연습을 너무 하셔서 초췌하시다고 소속사에서 귀띔 해주셨어요.

 이승환 :   그랬어요? 목 상태가 좀 안 좋죠.
 

- 가수들은 목에 신경 많이 쓸 것 같은데 따로 관리하세요? (디시이용자 ID : '민성'님 질문)

 이승환 :   아니요. 따로 안 해요. 대신 술 담배를 잘 안 해요. 담배는 아예 피우지 않고, 술은 공연 있을 때는 거의 안하니까요. 요즘은 공연 때문에 아예 안 마셔요. 그리고 술 마시면 그 다음날 몸이 확 빠져있어요. 그럼 얼마나 속상한데요. 만들 때는 너무 힘든데 빠지는 건 정말 순간이라 속상하더라고요.


- 운동하시면서 보조 식품이나 약 같은 것도 드시죠?

 이승환 :   보충제요? 먹죠. 아미노산 글루타민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이랑 단백질도 다 먹죠. 밥을 아예 안 먹거든요. 탄수화물이나 음료도 그렇고요. 그리고 운동을 하다보면 밥을 안 먹게 돼요.
 

- 왜요?

 이승환 :   닭 가슴살을 양념을 안 하고 먹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맛이 없어요. 그냥 "빨리 먹자"이러고 먹으면서 계속 다른 생각을 해요.(웃음)
 

- 그렇게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몸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단순히 공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승환 :   이거 완전히 나르시시즘의 끝이에요. 몸이 하루하루가 달라요. 내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 정말 다음날 몸이 달라져 있어요. 그럼 얼마나 뿌듯한데요. 그 맛에 하는 거예요. 요즘은 집에서는 다 벗고 있는 편이에요. 트레이너가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그래야 자꾸 근육이 긴장하게 되니까요. 나도 내 몸을 보면서 멋있는 거 같고. 그러니까 자꾸 벗고 있게 돼.(웃음) 남들은 제 골반근육 같은 거 못 보잖아요.

  42년 만에 느끼는 거라 새로워요. 내가 스무 살에만 이런 걸 느꼈어도 ‘그러려니’ 했을 텐데 뒤늦게 느끼다보니 굉장히 흐뭇해요. 내가 사람들한테 그래요. "운동만큼 정직한 것은 없는 거 같다"라고요. 운동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음악은 안 그렇잖아요. 음악뿐 아니라 세상사는 게 다 그런데 정말 노력한 만큼 보답이 오는 것은 운동이 최고인거 같아요.



- 이번 ‘hwantastic 9' 앨범은 반응이 좋아서 팬들도 좋아하던데 이승환씨는 기분이 어떠세요?

 이승환 :   좋죠. 옛날에는 공연을 해도 밴드들이 선물을 더 많이 받았어요. 나는 공연할 때 선물 하나도 안 와. 그래서 밴드들한테 음식 같은 거 선물로 오면 "나 음식 같이 먹어도 돼?"하고 물어보고 뺏어 먹고 했거든요.
 

- 정말요? 이승환씨는 선물을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아서 팬들이 안 준게 아닐까요?

 이승환 :   글쎄요. 저는 클럽도 없고 팬들하고 직접적인 만남이 없어요. 그런데 저희 밴드들은 팬 카페에서 정모도 하고 그러면서 팬들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고 그러나 봐요. 그러면 아무래도 직접 만났던 멤버들한테 더 정이 가겠죠.

  요즘은 저한테 떡 선물이 많이 와요. 저는 떡을 하나도 못 먹으니까 다 나눠줬는데 ‘가오’는 서더라고요. "이제 너희들 보다 많이 와" 그러는 그 재미에 살아요.
 

- 저도 발매일에 음반 샀는데 제 주변에서 음반 보자마자 재킷사진 보고 ‘서태지인 줄 알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 들어보셨어요?

 이승환 :   아, 그래요? 첨 들어요.
 

- 재킷 디자인은 어떻게 하신건가요? 디자인에 참여도 하시나요?

 이승환 :   그렇진 않아요. 디자인한 친구는 원래 우리 회사에서 디자인 하던 직원이었는데 지금은 독립해서 큰 회사를 하고 있어요. 우리 베이시스트의 와이프에요. 사내연애를 나 몰래 6년 동안 하다가 밝히고 7년인가 8년차에 결혼했어요. 아~ 어떻게 6년을 속여?(웃음) 제가 사내연애를 굉장히 싫어했거든요. 몇 번을 겪어 봤는데 팀원이나 직원이랑 사귀다 싸우기라도 하면 연습분위기가 너무 안 좋더라고요. 사귀다가 깨지면 둘 중 한사람이 나가야 하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를 했지만, 밴드 내에서 건반 치는 친구도 코러스랑 결혼했고, 더 클래식에 (박)용준이도 우리 코러스랑 결혼했고 다 그렇게 되더라고요.

  작업하는 사람이 제가 같이 일했던 직원이고 동생의 와이프라 편했어요. 원래 직원한테 반말을 잘 안하는데요, 워낙 편한 사이라 그 친구한테는 반말 하거든요. 앨범 안에 들어간 사진은 제가 좀 고르기도 했는데 디자인은 그 친구가 알아서 했어요. 이전까지는 색이 많이 들어가고 화려한 디자인을 했다면 이번 음반은 좀 편안한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실제로 다른 음반에 비해서 음악들이 편안하니까요.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옆 사진을 처음 찍을 때는 사진 찍는 친구가 "형 이걸 뭐 하러 찍어?" 그랬어요. 언론 홍보 자료용 프로필이면 프로필답게 앞모습을 찍던지 하지 왜 이런 사진을 찍냐고요. 그래서 재킷 사진으로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만류하더라고요.
 

- 왜요?

 이승환 :   재킷 사진으로 찍기에는 밋밋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데 내가 맞았지.(웃음) 나중에 보니까 쓸게 그거 밖에 없었어요.
 

- 재킷 사진으로 쓰겠다고 우기신거 아니고요?

 이승환 :   아니에요. 디자이너도 다른 사진을 써봤는데 제일 잘 어울렸대요.
 

- 전부터 앨범사면 패키지로 선물 한보따리 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화보 사진이 들어가고 쇼케이스 티켓을 받아서 더 좋기도 했지만 이번엔 그런 게 없어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승환 :   전에 앨범에 선물이 많았나요? 특별히 선물이 많진 않았던 것 같은데요.
 

- 귀이개나 열쇠고리도 있었고 에그 로봇 모형도 있었고요.

 이승환 :   에그 로봇 모형은 DVD가 비싼 거니깐 넣었던 거죠. 귀이개도 온라인 이벤트용이었잖아요. 이번에도 온라인 이벤트용으로 핫팩 제공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쇼케이스 티켓 제공한 거예요. 핫팩 되게 예쁜데 못 보셨구나. 그건 저도 없어요. 수량이 없다고 안주더라고요



-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반응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타이틀곡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디시이용자 ID : '누렁이'님 질문)

 이승환 :   타이틀곡 같은 경우는 만들 때는 타이틀인줄 몰랐어요. 다큐멘터리(너는 내 운명)을 보고 감동에 벅차서 만들었던 거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달쯤 지나서 입에 계속 맴돌기에 '이게 타이틀인가?'했어요. 그리고 미국에 녹음하러 가기 전에는 아예 '타이틀'이라고 붙이고 갔죠. 그래서 녹음하면서 신경을 더 많이 썼고, 편곡 같은 경우도 처음에 (황)성제한테 맡겼다가 다음에 (정)지찬이에게 맡겼다가 다시 또 성제한테 맡겼다가 (고)영환이한테 맡기려고 계속 그러다가 다시 성제한테 다시 하라고 줬어요. 성제는 나한테 6번인가, 7번인가 ‘다시 하라’는 소리 들었을 걸요.

  그게 테마 자체가 3개밖에 안 돼요. ABC인데 B테마가 이미 후렴구 같은 느낌을 줘서 후렴구가 두 개인 것 같더라고요. '너만을 사랑해'도 있고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든'도 있고요. 그래서 그 배치에 관한 게 가장 힘들었어요. 마지막 후렴구가 ‘브리지’라고 이야기하는 테마에 넣고 그 브리지가 곧바로 마지막 후렴구가 되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거든요. 그걸 찾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 요즘 방송 출연 꽤 많이 하셨잖아요. 방송 보신 분들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라이브 버전이 마지막을 길게 마무리해서 앨범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평가하시더라고요. 나중에나, 이벤트성 앨범 만들어서 라이브 버전으로 넣을 생각은 없냐는 분도 있었어요. (디시이용자 ID : '박규'님 질문)

 이승환 :   없죠. 지금도 사세 가세 다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그걸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저는 '드팩'게시판에서 나오는 4백 명의 소리가 1천만 명의 소리인줄 알았는데 막상 열어보면 아니더라고요. 반란 라이브도 7천장밖에 안 나갔잖아요. 2만장을 찍어놓고 1만 3천장이 재고로 남아있는데 팬들이 원한다고 모든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그 마지막 여운을 즐기시려면 "그냥 공연에 와라"라고 마케팅적 발언을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올바른 자세인 것 같아요.
 

- 아쉬워하는 분들이 좀 있으시겠네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이 다 좋은데 만드신 입장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이승환 :   두 곡이 있는데요. ‘남편’하고 ‘PRAY FOR ME'요. '남편'은 머리로 상황을 다 그리면서 만든 곡이에요. 처음에는 '천상에서'라는 부제를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남편'이라고만 놓으니까 이상한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왜 서로 달리되었다고 해? 그건 죽어서나 하는 말 아니야?"하고 묻는 사람들한테 "죽은 거예요"라고 설명해줘야 했어요. 영화 '비밀'을 보면 영화에서는 아내가 죽잖아요. 제 노래는 남편이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아내가 결혼하는 걸 보는 설정이에요. 그렇게 머리로 다 생각하고 만들고 나니까 나는 내가 들어도 그 노래가 너무 슬프더라고요.

  예전부터 ‘시인과 촌장’ 하덕규님의 '얼음 무지개'라는 곡처럼 스토리가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이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는 노래라 스스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가요.

  ‘PRAY FOR ME'는 지찬이가 편곡을 너무 잘해줬고 연주도 너무 잘해줘서 소리가 탄탄하게 잘 잡힌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 ‘남편’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달빛소녀’‘소통의 오류’에 국악기가 많이 쓰였어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에서도 국악기를 사용한 편곡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그런 음악을 만들 생각이신가요?

 이승환 :   예. 그럴 것 같아요. 저는 국악에는 관심이 없고 에스닉하게 민속 음악적 느낌이 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아사모사'하게 퓨전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거요. 이번 앨범에는 장구와 꽹과리처럼 서양악기와 섣불리 함께 쓸 수 없는 악기를 쓰려고 했어요. 특히 '남편'에서의 장구는 "난 장구가 그렇게 처연한 소리를 내는지 몰랐어"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프로듀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흡족했어요. '역시 내가~'하는 뿌듯한 생각이 들더라고요.(하하) 지누는 처음에 장구랑 꽹과리 쓰면 이상할 거 같다고 안 쓰겠다고 했는데 제가 "써봐! 괜찮아!"했는데 생각 외로 결과가 좋았어요.


< 이미지 출처 : 드팩 게시판 >

-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때 ‘앤디’라는 잘 생긴 외국인이 가야금 연주해서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신 건가요?

 이승환 :   그 친구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때만 연주해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는 대규모 스트링 주자들하고 여러 연주자를 쓰는데 연말 공연은 쇼 위주의 공연이기 때문에 앤디가 빠지게 되죠. 앤디는 예전에 '조이박스'라는 팀에 있었는데 '거리의 시인'들 하셨던 분들이랑 음악을 했어요. 원래 LA에 살았는데 한국 친구들 때문에 내 음반을 1집부터 8집까지 모르는 노래가 없이 다 외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하기 편했어요.
 

- 외국인이 국악기를 연주하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이승환 :   걔 대금도 불고 다할걸요. 양금도 치고 다 할걸요. 내 노래 코러스도 해요.(웃음) 우리보다 더 예의 바르고 더 한국사람 같아요. 예를 들어서 명태가 얼면 동태가 되고 뭐가 되고 그런 것 있잖아요? 그걸 우리보다 더 잘 알아. 고유 절기, 한자어 같은 것도 더 많이 알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언어와 관련된 책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언어 소통도 어려운 게 없고 편해요.
 

- 앤디처럼 멤버 중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분들이 나오잖아요. 꾸준히 사랑받는 분도 있고 갑자기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분도 있고요. 그럼 어떠세요?

 이승환 :   좋죠. 다른 솔로가수 공연하고 제 공연이 다른 점은 세션이 저와 똑같이 서 있어요. 기타랑 저랑 똑같이 서 있으니까 아무래도 관객들도 좋아하는 멤버가 있으면 즐거움이 배가 될 거고 그 친구들 보기 위해서 공연 오는 분도 있고요. 좋아요.
 

- 살짝 질투는 안 나세요?

 이승환 :   아니요. 질투 같은 것은 안 나는데 멤버들한테 선물 많이 들어올 때 미안했죠. 얻어먹을 때 쪽팔리고.(웃음)
 

- 얼마 전에 ‘낭독의 발견’ 방송됐잖아요. 현장에 가셨던 분들이 올린 사진보니까 예정에 없이 ‘REWIND'불러달라고 해서 갑자기 가사 외우느라고 고생하셨더라고요. 그런 일이 자주 있나요?

 이승환 :   별로 없어요. 문제는 가사를 잘 못 외우니까 그게 문제죠. 밴드들은 다 외우고 있는 데…. 그런데 제가 쓴 가사를 다 외우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많이 고쳤는데 예전에는 한 앨범 안에 똑같은 단어는 절대 안 썼어요. 일관된 패턴의 단어를 쓰거나 자주 쓰는 단어가 많은 게 아니라 외우기가 어렵더라고요.


- ‘건전화합가요’나 ‘소통의 오류’는 멜로디가 참 재밌어요. 그런 곡은 만들 때 특별히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 있나요?

 이승환 :   '건전화합가요'나 '소통의 오류'와 같은 노래는 웃기려고 만든 것은 사실이에요. 전혀 안 웃기게 됐는데 만들 때는 '웃겨야지'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아이디어를 얻는 곳은 없어요. 그냥 발등에 불 떨어지면 만들어요. ‘납기일을 맞춰야 겠다’는 생각에 만들죠. 음….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멜로디를 만들면서 좀 낯간지럽거나 내가 써놓고도 '이런 멜로디는 좀 부끄러워'라고 생각하면서 쓴 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희한하게 '이런 멜로디는 진짜 웃기지 않니? 싼티나지 않아?'하고 만들면 좋아해요. 곡을 만들 때는 유치한 것 같아도 편곡으로 잘 버무리니까요.
 

- 앨범마다 재미있는 곡은 한 곡 이상 꼭 들어가는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ID : '흠...'님 질문)

 이승환 :   거의 있죠. 원래 앨범에 소리도 중요하지만 저는 유머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쉬어가는 느낌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도는 '작사가 4인의 작사법'같은 게시물에 유감인 것이, ‘난 그렇게 유치하게만 쓰는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 비쳐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 ‘작사가 4인의 작사법’이요?

 이승환 :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상황을 놓고 유희열, 박진영, 이승환이 작사를 한다면? 그런 게시물이요. 내가 제일 유치해. ‘장충동 족발’ 막 나오고.
 

- 그런 게시물 보면 기분 나쁘다거나 다음 작업할 때 의식하고 그러세요?

 이승환 :   아뇨. 그냥 재미있게 보고요. '실제로 이렇게 쓴 게 몇 개 있었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봐요. 다만, 그게 전부가 아닌데 전부인 것처럼 비쳐질까봐 그게 좀 안타까웠던 거죠.
 

- 인터넷 자주하시나 봐요.

 이승환 :   예. 자주해요. 드팩이랑 구름물고기가 분리되고 그냥 소속 가수가 된 이후에는 회사에는 안 나와요. 필요한 것 있으면 메일로 받고 그냥 집에 있어요.


- 노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사 만드시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이승환 :   일단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4달 정도 걸렸어요. 타이틀곡을 제외한 다른 곡들은 거의  한곡 당 하루 만에 썼어요. 며칠 남았나 봐서 한 열흘정도 남았으면 '하루에 한곡씩 써야겠네'하고 그냥 써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 것은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서 그래요. 타이틀곡이 좀 오래 걸린 것은 타이틀곡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부담스럽고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말이 많이 나올 테니, 타이틀곡 가사로 인한 억측이나 오해가 없어야 하니까 그런 부분도 장치를 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 가사 쓸 때 ‘피해야 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나요?

 이승환 :   많이 있는데, 예전부터 되게 야한 가사를 써보고 싶었어요. 욕정어린.(웃음) 욕정의 드팩민 답게 야하게 써보고 싶은데 그건 좀 피해요. 1997년에 낸 5집중에서 ‘붉은 낙타’를 포함해 세 곡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노래’로 뽑혔었거든요. 그게 제 본의도 아니고 저는 은유적으로 표현한 걸 즐기는 스타일인데 평가하는 분들이 이해를 못하고 직설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악영향을 끼칠만한 가사는 피하고 '좋게 좋게 써야지'해요.(웃음)
 

- 또 있나요?

 이승환 :   제 노래 들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번에 REWIND도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에 관한 이야기도 넣고 나름대로 가사 속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넣는데 사람들이 잘 못 찾아내요. 그게 좀 제 가사 전달에 문제인 거 같아요.

  그리고 '너무 네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너무 1인칭이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는 데 그 부분은 좀 반론의 여지가 있죠.  내가 내 음악하면서 내 이야기를 써야지 남의 이야기를 빌려와서 '누군가 그랬지'라고 쓸 순 없잖아요.  
 

- 아까 오해가 안 생기게 하려고 조심했다고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보도도 났던데요.

 이승환 :   그분들도 그 내용은 다 알고 있었고 막상 기사에는 아무 내용도 없더라고요. 헤드라인이 잘못 나오긴 했는데 항상 헤드라인은 본인이 안 뽑는다고 하시더라고요.
 

- 기사 보면서 팬들도 그렇고 이승환씨도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진 않았어요.

 이승환 :   아무래도 이제 나이도 훨씬 많고 하니까 이제는 기자들이 저를 어렵게 생각하세요.
 

- 기자를 싫어하는 걸 잘 알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이승환 :   그렇게도 이야기 하더라고요. 인터뷰 잘 안하시는데 웬일이냐고 묻기도 하고요. 그러면 내가 이제는 소속가수인데 무슨 힘이 있냐고 하죠. 그것도 그렇지만 인터넷 뉴스가 활성화 되면서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투명해지고 예의를 갖춰서 한다고 할까요?
 

- 추측성 기사가 줄었다는 뜻인가요?

 이승환 :   추측성 기사보다도 예전에 스포츠 신문이 득세할 때는 오가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대접을 꼭 해줘야 기사가 나는 게 있었는데 요새는 인터넷 언론이 늘면서 좋은 콘텐츠를 찾으려는 분위기니까요. 보다 내용에 충실한 기사가 많아지고 많이 깨끗해졌죠. 그래서 저도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뮤직 비디오 >
 

- 이번 뮤직비디오 특이해요.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좋게 평가하는 분도 많더라고요.

 이승환 :   다행이네요. 우리 팬들은 '그래서 내용이 뭐야?'‘그래서 그 여자애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라면서 스토리 먼저 찾으려고 하던데요.
 

- 립싱크 하느라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이승환 :   그거 6시간 동안 염료 공장에서 찍은 거예요. 모든 스태프들은 무슨 가스 마스크 같은 거 쓰고 있는데 나 혼자만 그러고 있었죠. 안 좋은 거 다 삼키고.
 

- 6시간이요? 그럼 거기 계속 매달려 계셨던 거예요?

 이승환 :   가끔 내려왔어요. 테이프 갈고 그럴 때.(웃음)
 

- 이승환씨는 내놓는 뮤직비디오마다 화제가 되는 편이잖아요. 아이디어도 직접 내시나요?

 이승환 :   아니요. 심장병 때부터 아이디어 안냈어요. 그냥 (차)은택이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대신 “드라마 타이즈로 가지마”라고는 말했죠. 은택이는 드라마 타이즈를 되게 좋아하는데 저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좋아요.
 

- 어떤 분들은 라이브 영상으로 뮤직비디오 만들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디시이용자 ID : 'shangrila'님 질문)

 이승환 :   그렇게 만들면 싸고 좋아요. 그래도 앨범마다 한곡씩 하지 않았나? 만약에 이번 앨범에서 세곡 째 밀만한 여력이 생긴다면 라이브 영상으로도 만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 이번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로봇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가 많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피규어를 좋아하시는 것은 알거 있는데 그 영향인가요? (디시이용자 ID : '중'님 질문)

 이승환 :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Egg때는 캐릭터 사업을 해보려고 디자이너를 11명까지 두고 아~주 전략적으로 에그 로봇을 등장시켰죠. 지금은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이 다 죽어서 사업도 접었지만요. 그때 빼고는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뮤직비디오에 로봇이 나오게 한건 아니에요. 내가 피규어 좋아하는 걸 집에 와서 보고 해서 은택이가 알거든요.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생각이 자꾸 그쪽으로 가나 봐요.



< 이미지 출처 : 블로그 '어니의 작은 세상' >

- 특별히 아끼는 피규어 있으세요?

 이승환 :   아끼는 피규어는 역시 제거요.(웃음) 물론 품질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제거라 좋아요. 저는 집에 자기 사진 걸어놓는 걸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거든요. 집에 제 사진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피규어는 놓게 되더라고요.

  피규어는 웬만한 건 다 있어요. 마이클라우처럼 이베이(ebay)에 한번 나오면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에 팔리는 피규어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일반 마니아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피규어는 다 갖고 있어요. 어니님께 없어요. 사실 제가 갖고 싶은 거는 '어니님'이 만드신 이소룡 시리즈인데 구하기 어렵더라고요. 어니님이 만든 것이라면 대환영이에요. 혹시 피규어 갤러리가 있나요? (토이갤은 있어요) "어니님의 이소룡도 좋고 탐행크스도 좋고 파실 분 연락주세요"

  제가 어니님 피규어는 구하려고 했는데 사기꾼이 많더라고요. 피규어 사이트에 가입을 되어 있는데 누가 나한테 '이소룡 구하시죠?'하고 사진을 보냈어요. 사진을 보니까 홍콩 짜가를 보냈더라고요. 제가 초짜인줄 알았나봐요. 이렇게는 안 된다고 다른 사진 보내 달랬더니 자기가 사진 실력이 없어서 못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연락한 사람의 90%는 사기꾼이었어요.
 

-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에서 ‘이대로 묻히기에는 아깝다’싶은 명곡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ID : '내남자 hwan''착한마음'님 질문)

 이승환 :   '그대는 모릅니다'요.
 

- 이유는요?

 이승환 :   명곡이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제가 만든 노래니까 사실 다 안타까운데요. 사람들이 ‘천일동안’의 슬픔을 뛰어넘는 곡은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걸 뛰어넘은 곡이 ‘그대는 모릅니다’였어요. 하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못 받았죠. 당시에 타이틀곡이 '세 가지 소원'인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 그래요?

 이승환 :   네.



- 여태 작업 함께 하신 분들이 많은 데 가장 작업하기 편하고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디시이용자 ID : '내남자hwan'님 질문)

 이승환 :   (유)희열이도 편하고 성제도 편한데 편하기는 희열이가 제일 편하죠.
 

- 그런데 왜 요새는 작업 안하세요?

 이승환 :   전에 이야기하면서 희열이가 “더 이상 같이 하지 않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라고 말을 꺼내서 저도 "그래 그런 것 같지?"하고 안하게 됐어요. 일단 일이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이번에 희열이한테 편곡 한곡 맡기려고 했는데 그 맡기려고 했던 곡이 최종 녹음한 25곡에서 빠졌어요. 그리고 바로 희열이가 미국을 가버려서 같이 작업을 못했죠.
 

- 그럼 유희열씨나 김동률씨랑 작업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디시이용자 ID : '환빠1''얌얌''다죽자'님 질문)

 이승환 :   아니요. 안할 것 같아요. 점점 취향이나 작업 스타일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요. 이제는 서로 안 맞을 거 같은데요.
 

- 해외 뮤지션과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특별히 좋은 점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ID : '체리'님 질문)

 이승환 :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다 보니까 사담도 적고 오로지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죠.(웃음) 국내 뮤지션은 작업하면 잡담이 반이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그네들의 음악이다 보니까요. 또 제가 쓰는 세션은 그 세션 중에서도 최고를 쓰는데 미국에서는 돈 주는 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어요. 만약에 시간당 100불을 더 주는 사람이라면 정확히 100불만큼 더 잘해요. 그러니까 계속 더 잘하는 사람을 쓰려는 유혹이 생기죠. 그러다보니, 갈 때마다 그냥 그 사람들이 내 노래를 연주를 하는 것뿐인데 "너무 잘해. 감동이야"그러면서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있으니까 가게 되죠.

  그래도 최근에는 기타에서는 김세황이나 홍준호씨 같은 분은 해외 세션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죠. 제가 국내 뮤지션 쓰는 곡이 따로 있고 해외 뮤지션 쓰는 곡이 따로 있어요. 그건 완전히 한국정서를 담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져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곡은 완전히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뮤지션을 쓴 이유는 외국 뮤지션들이 다국적인 사람들과 작업을 하다보니까 이젠 가요를 이해해요. 이젠 웬만한 발라드를 그 사람들이 다 치더라고요. 예전에는 못 쳤어요. 우리식 발라드를 이해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편하게 작업을 하죠.
 

- 혹시 잘 다루는 악기 있으세요? (디시이용자 ID : '얌얌'님 질문)

 이승환 :   없어요. 잘 못해요. 어디 내놓고 이야기할만한 상황이 아니에요.


- 항상 모든 앨범에 좋은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하시잖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알아주진 않고요. 그럴 때면 그냥 대충 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도 고집스럽게 더 나은 소리를 찾으려는 이유가 있나요?

 이승환 :   두 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자기만족. 명예는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고, 자기만족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발전을 더디게 한다던지 내 음반이 소리가 나쁜 것을 견딜 수가 없는 거죠. 나는 그래도 스튜디오를 10년째 하고 있는 사람이고 한국에서 늘 '소리!소리!'하면서 그걸 안 지킬 수는 없잖아요. 사실 드림팩토리나 나나 우린 늘 이 바닥에서 아웃사이더였으니까 그냥 아무도 하지 않은 한 사람이 되자는 거죠. 걷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처럼 외롭겠지만요. 뭐…. 외롭다고도 할 수 없는 게 저에겐 지지자들이 있잖아요. 400명.
 

- 400명이라니요. 대형 공연장이 항상 꽉꽉 차는데요.

 이승환 :   지금 드림팩토리 회원이 14만 명인데 음반은 나가지를 않아.(웃음) 14만 명이 음반을 다 사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 요즘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분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이승환 :   그것도 있겠지만 공짜의 유혹이 너무 큰 거죠.
 

- 아까도 25곡 녹음 하셨다고 했는데 9집까지만 CD로 내겠다고 하셔서요. 그럼 나머지 곡들은 그럼 CD로 안 나오는 건가요? (디시이용자 ID : 'r909-blue' '용산사진관'님 지룸ㄴ)

 이승환 :   제가 말한 건 정규앨범이에요. 만약에 제가 영화음악을 하면 영화사에서 음반을 내겠죠. 제가 기획 앨범을 낸다고 해도 그때까지 CD시장이 살아있으면 아마도 낼 것이고요. 그런데 제가 그런 발언을 했을 때는 2년, 3년 후에 제가 정규 음반을 낼 때는 CD시장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말을 한 거죠. 그리고 그렇게 극단적인 발언을 해야 사회적으로 환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4년 전부터 음악계는 점점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산업은 남아도 문화는 죽을 것이라고 말해도 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계란으로 바위치기고. 그런 말 하면 '너나 잘해라','늙수그레'하고 나만 몰매 맞고요.(웃음) 이렇게 자극적인 발언을 해야 그나마 환기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가수들도 그런 발언을 조금씩 하니까 요즘에는 기획기사들도 좀 나오고 있고요.
 

- 아까 ‘PRAY FOR ME'에 애착이 간다고 하셨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나의 영웅‘’너의 나라‘’영웅‘같은 곡이 이승환씨 노래만의 특색을 잘 살린 것 같다고 그런 곡을 늘릴 예정이 없냐는 의견도 있어요. (디시이용자 ID : 'sss''니가 뭘'님 질문 )

 이승환 :   그것도 400명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팬들도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오빠의 락이 좋아요"라고 하지만 늘 보면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 공연 때 4곡을 불렀어요. '손','이노래','REWIND','PRAY FOR ME'를 불렀는데, 'REWIND'가 제일 얘기가 없었어요. '손'하고 '이노래' 가 좋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락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안 당기는 거죠. 겉으로는 락이 좋다고 하고 싶은데 본심은 그게 안 따라가는 거죠. 돈 많이 벌어서 드림팩토리가 다시 예전에 영광을 다시 찾고 지지 세력이 많이 늘어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음반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해요.

  사실 5집, 6집 명반이라고 꼽는 분들도 있는데, 그 두 음반이 상업적으로는 아주 내리막길을 걷게 한 음반이었어요. ‘그대가 그대를’ 같은 곡도 공연에서 락버전으로 바꿔 부르니까 되게 좋아하잖아요. 아예 처음부터 락으로 만들었다면 잘 듣지 않는 곡이 됐을걸요. 반대로 락으로 만들었던 곡을 발라드로 바꾸면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편곡이 가진 힘이 대단하죠. 그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노래 자체보다는 가수 이미지에 많이 치우치는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딜레마도 커요.

  요즘에도 음반이 나오니까 '비겁하게 타협했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봤는데,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좋아서 음악을 만드는데 누구랑 타협을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 같은 사람은 까기 참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까대는 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25곡 중 음반에 넣을 13곡을 고르다보니 편안한 게 콘셉트라 거기에 맞는 음악을 골랐을 뿐인데 ‘상업적이야’,‘타협했어’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렇지만 너무 앞서서 비난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전에 방송에서도 “돈 벌어서 락할거야”라고 하시던데 스스로 부르는 락에 점수를 주신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어요?

 이승환 :   85점?
 

- 팬들은 더 높게 점수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승환 :   그래요? 저는 되게 후하게 준거에요. 락 매니아들의 맹점은 락이라고 하면 무조건 강력한 목소리에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좀 편협한 생각인 것 같아요. 그건 자신들이 얼마나 경주마처럼 좁은 세계를 보고 있는지 모르고 하는 말 같아요. 저도 음악을 시작하고 밴드를 만들었을 때는 우리 밴드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줄 알았어요. 아마 모든 밴드들이 그렇게 생각할걸요. 앞서가는 밴드가 있어도 "쟤네가 뭔데 저러냐"하면서 비난을 해요.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가 전체인 줄 아는 건데, 그렇진 않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좀 깨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요즘은 비평이든 비난이든 그런 평론이라도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워요. 요즘 음악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 재미없어 하잖아요.
 

- 그래도 이승환씨 팬들은 다 좋아하시잖아요.

 이승환 :   400명?
 

- (웃음) 혹시 음악을 시작한 걸 후회하신 적은 없어요?

 이승환 :   없어요. 후회할 게 뭐가 있겠어요. 언제나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데요. 행복한 거죠. 하고 싶은 음악을 해왔고 하고 싶은 공연 다 해봤고 인기도 있어 봤잖아요. 옛날부터 저는 목표도 없고 야망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난 내일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사실 난 야망이 있는 사람들 보면 무서워. '야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겠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욕정이 있는 게 낫지 않아요? 욕정은 너무 많아요.(웃음)
 

- 그래도 17년 동안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에 계셨는데 힘든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ID : 'Rexa''맥'님 질문)

 이승환 :   제가 가수가 자기 음반을 직접 제작한 1호였어요. 기존의 제작방식도 안 따라, 기존의 홍보 방식도 안 따라, 약간 '삐딱이'였어요. 난 그게 정도(正道)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인데 힘든 일 많았죠. 음해세력도 많았고 앞에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부조리를 막아줄 바람막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봐야 했었어요. 그것 때문에 가수를 그만두고 싶기도 했어요. ‘당부’라는 노래도 그래서 만들었던 거고요. 제일 힘든 것은 어른들의 세계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드느라 힘든 창작의 고통 같은 건 즐거움이죠. 그건 우리 입장에서 '고통마저도 아름다워라'인데요. 특히 언론과 방송사와의 관계도 힘들었어요.


- 일부에서는 이승환씨한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디시이용자 ID : 'r909-blue'님 질문)

 이승환 :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하고요. 그래서 요즘에 제가 “그렇다면! 내 그대들을 위해 아프리라! 내 고통을 숙주로 삼아 그대들의 기쁨을 만들어 놓겠노라” 라고 하죠. 어떻게 보면 듣기 좋은 말이기도 해요 사실. 정말 온건히 내 삶을 내 음악에 녹이고 있고 그걸 사람들이 느낀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잘하고 있고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죠. 더 아파야 겠다. (웃음)
 

- 커뮤니티 사이트가 많지 않던 시기부터 드림팩토리 사이트를 운영하시기 시작했잖아요. 도메인도 간결하면서도 외우기 쉽고요. 드림팩토리를 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승환 :   그쵸. ‘dfs’ 같은 도메인은 면세점 하시는 분들이 갖고 있지 못한 걸 제가 갖고 있으니까요.인터넷 사이트를 빨리 시작한 것은 제가 공식 팬클럽이 없었잖아요. 매달 팬들한테 회비 걷어서 그런 짓을 하느니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관심도 많았고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 기질도 좀 있어서 빨리 도입을 했죠. 그때는 정말 PC통신 시기여서 완전 버벅거렸잖아요.(웃음) 그 당시 서버용 PC를 1천 만 원 넘게 주고 사고 그랬는데….
 

- 공동구매나 캐릭터 판매도 일찍 시작하셔서 좀 더 잘 운영했으면 사업적으로도 좋은 기회를 노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승환 :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전 정말 4백 명의 이야기가 1천만 명의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뭐만 했다하면 상업적이라고들 하는 거예요. 솔직히 앨범만 내면 라이브 앨범내는 친구도 많은데 라이브 앨범 낸다고 하면 '상업적이야'라고 하고, 캐릭터 사업하겠다고 하면 '상업적이야','나 탈퇴할거야'하고 메일 보내고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적자를 보면서 공연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내가 번 걸로 무조건 공연과 음반에만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상업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돈도 없고요.
 

- 드림팩토리가 커지는 걸 바라는 팬도 많지 않았나요?

 이승환 :   4백 명 중 한명이 옹호를 해요. 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이고 드림팩토리도 엄연한 기업이라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 팬들이 ‘예술가가 무슨...’이라는 반응을 보이죠. 그래서 캐릭터 사업을 비롯해서 다 접고 못했어요. 연기자 매니지먼트 하는 것도 말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난리가 났었죠. 그때 탈퇴한 사람도 정말 많아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연기자 매니지먼트해서 번 돈을 음악 잘하는 친구들 음반 내는 데 썼거든요. 비주얼 같은 것은 안 따지고 무조건 음악 잘하는 친구들 찾아다가 음반 내줬어요. 그렇게 좋은 음반 내면 뭐해요. 다 망하잖아요. 엘튼 존이랑 결혼 한 사람이라는데 영국의 유명한 프로듀서가 왔다가 ‘시데리끄’의 음반을 와서 듣고는 10장을 사갔어요.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느냐’고 하면서요... 그런데 철저히 외면당했죠. 한 천장 나갔나? 그러면서 점점 깨닫게 됐죠. 그러한 목소리를 낸 것이 400명이었다는 것을요.
 

- 그럼 앞으로 또 사업을 하실 계획이 있나요?

 이승환 :   아니요. 절대 안 해요.
 

- 팬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이승환 :   한마디요? '즐'(웃음) 요즘 내가 너무 ‘샤방샤방’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 된 모습을 보일게요.


- 별명 많으시잖아요. 공연 때마다 하나씩 나오고요.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무엇인가요? 정력화신?

 이승환 :   별명이요? 라디오에서 한 청취자가 지어주신 건데, '불끈훈남'좋아해요.
 

- 쉬실 때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이승환 :   저는 완전 집돌이라 집 사방에서 2Km를 벗어나지 않아요. 취미는 완전 운동이고,(웃음) 요즘에는 스쿠터를 타기 시작했어요. AV마니아라 기기들 관심 많고 DVD모으고 영화 보는 거 좋아하죠.
 

- 최근에 보신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승환 :   최근에요? '나니아 연대기'인가 봤어요. DVD를 사 놓고 음반작업 하면서 영화를 한 편도 안 봤거든요. 얼마 전에 사무실 회식 때 극장가긴 했는데 집에서 본 건 '나니아 연대기'랑 '메멘토'다시 한번 봤어요.
 

-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승환 :   A.I요.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죠. '바이센테니얼 맨'을 보고 egg의 모티브를 찾았고요. 저는 A.I.가 너무 슬프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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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 재미없어 하잖아요"

  인터뷰 도중 이승환이 입 밖으로 꺼낸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유학을 갔던 친구가 10년이 넘는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승환의 공연에 데려간 적 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열광하는 사람들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유학하면서 힘들게 지내던 시절에 이승환의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얻었던 때가 생각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는 이승환의 노래였지만, 지금도 다른 가수의 또 다른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있지 않을까. 음악이 가진 힘은 어쩌면 생각보다 매우 큰 힘이다.

  기자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 평소 좋아하던 사람을 만난 기쁨에 인터뷰를 감상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센스넘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인터뷰였는데 그것을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 인터뷰인 듯 하다. 그래도 4백 명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이승환의 노래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좋은 노래를 만드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한지선 dfjs@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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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간에 나온 인터뷰들이 분위기가 각각이다. 이번 인터뷰는 참 편안하고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