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1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작품으로 내내 궁금했는데, 어쩌다 보니 품절이어서 2권만 먼저 구입한 채 한참 뒤에야 1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오늘은 좀 멀리 이동할 일이 있었는데, 그 구간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 보니 이걸 고르게 되었다.

내 짐작보다 빨리 도착해서 다 못보고 지하철에서 내릴 때는 만나기로 한 사람이 왜 이리 빨리 왔느냐고 원망하는 기분이 들 정도...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탔는데, 나로서는 예외적으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남은 몇 페이지를 다 소화해야 했었다.  정말정말... 궁금했거든.

시미즈 레이코는 미래 사회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제시하고 또 펼쳐나가는 미래의 이야기는 소름이 돋을 만큼 섬뜩하고 무서울 때가 많다.  그녀가 다루면 유독 그 소재는 특별해지고 또 무서워진다.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그 기억을 더듬는 이 이야기의 구조가 그러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미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다루었는데, 그가 생전에 보았던 기억들을 들여다보면서, 작품속 독순술가처럼 나도 뜨끔하는 기분이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그의 기억 영역을 침범하는 것.... 그가 자신의 기억이 드러날 수 있는 세상에 감추고 싶은 마음을 지키기 위해 떠나는 것은 그래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너무 끔찍하고 또 너무 무서운 이야기였는데, 아마도 여기서 등장한 인물들이 앞으로 "비밀"에 계속 등장할 인물들인 듯 보인다.  뇌를 스캔하는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하여서 범죄를 연구하는 하나의 기관으로 자리하였고, 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의 취향 그대로 탐미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아름다운 만큼 잔인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마키씨가 늘 끌어안고 자는 그 두꺼운 책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궁금했는데, 슬쩍 2권을 살펴보니 역시나 이들이 등장한다.  앞으로의 즐거움으로 뒷 이야기를 남겨둬야지.

애석하게도 완결은 아닌데 연재가 엄청 느린 것 같다. 1권이 2001년 연재였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ㅠ.ㅠ

기다리는 것은 선수지만, 좀 다급해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재밌었다는 얘기니까.  이 작품은 웬만한 스릴러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계속해서 반전이 있을 것 같은 긴장감에 씨디 한장이 다 돌아가는 동안 노래가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왔다.(무려 이승환 노래가 말이다!)

감추고 싶은 비밀, 지키고 싶은 비밀... 그러나 드러날 수밖에 없는 비밀... 입밖에 나가는 순간 어떤 비밀도 지켜질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여긴 것들이 절대로 안전하지 않게 되어버리는 순간이 올 수 있는 미래 사회.  그 순기능과 역기능의 가능성을 모두 제시하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아직도 남은 이야기는 "일급비밀"이라고 속삭인다.  아, 잔인한 작가를 만나 작품을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인내심을 키워야 하는 우리는, 그래도 행운을 얻은 편에 속하겠지?  어쨌든, 만났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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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4-0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응~ 시미즈 레이코. 그녀는 지구인이 아닙니다. (웃음)

마노아 2008-04-03 14:0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엘모군의 동족일지도 몰라요.(웃음)

L.SHIN 2008-04-03 14:31   좋아요 0 | URL
우리 엄마입니다.




ㅡ_ㅡ (훗)

마노아 2008-04-03 14:40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다면 형제 자매로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