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 띄운 편지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10월
구판절판


그러니까 너, 리오르 사데,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예루살렘의 일개 시민인 네가 테러가 뭔 줄은 알고 있기나 해? 응? 네가 테러로 죽어봤어? 테러로 다쳐봤어? 가까이서 테러를 본 적이나 있어? 텔레비전만 켜면 보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리오르, 텔레비전은 네가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하지도, 폭발이 일어나는 그 찰나의 침묵을 들려주지도 못한다고!..................................아무도 알 수 없는 거야. 아침에 출근하러 나간 사람들이 죽음의 입장권을 사고서 그걸 확인까지 받고는 오후에 묻힐게 될 거라는 걸. 그래서 그 가족들이 입장료를 환불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제기랄, 리오르! 너마저도 이 모든 걸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세계가 이 지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랄 수 있겠어? 세계가 안다고 해서, 본다고 해서, 이해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무슨 변화가 생길 것 같아? 여기나 가자에서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는, 내일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135쪽

네가 보다시피 우리가 분쟁을 멎게 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모두에게 돈을 나눠줄 수도 없고. 하지만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들 속에 있는 상처를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 상처들이 나아질 수도 있겠지.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더 강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거야.

특히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각자 하나의 개체로 존재한다는 걸, 그들이 공통된 운명에 처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닮은꼴인 익명의 존재가 아니란 걸 인식하는 거야. 그 사람들 각자는 둘도 없는 유일한 존재니까.-148쪽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털어놔도 돼, 나임.... 그래, 계속해. 모든 걸 들어줄게. 우린 시간이 있어. 널 판단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을게. -150쪽

우리 두 민족은 단어를 쓰는 데조차도 절대로 동의하지 않았지. 너희들은 "이스라엘"이라 하고, 우리는 "팔레스타인"이라고 하지. 너희는 "예루샬라임"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알쿠드"라 부르고, 너희는 시켐의 도시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우리 전사들이 나플루즈에서 너희를 손아귀에 넣었다고 말하지.(실제로는 똑같은 도시, 똑같은 사람들이지!) 너희는 "테러리스트"라 하지만 우리는 "마르티르"라 하지. 너희들은 "안전이 우선이고 그 다음엔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평화가 우선이고 그런 다음에 안전은 자연히 이루어진다"고 말하지. 사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수용소를 만들기 전에 우리는 '두 민족 사전'부터 만들어야 할 거야.-167-168쪽

그런 믿음, 이제 지겹지도 않으세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우리의 평화요. 지난 30년 동안 아빠는 그걸 위해 싸워왔지만 갈수록 나빠지고만 있잖아요.

30년이란 시간은 기나긴 역사 속에서 보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란다. 네가 정말 늙게 되면 알게 될 거야.-181-182쪽

탈, 네 모든 꿈들을 온전히 간직하렴. 꿈, 그게 바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거든. 그러니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계속해서 믿고 갈구하렴. 영화를 위해서건 평화를 위해서건."-182쪽

어렸을 때, 아니 그렇게 어리지 않았지만, 뭔가 이루어지길 바랄 때면 나는 눈을 감고서 안간힘을 쓰곤 했어. 그렇게 하면 한 두 번은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그게 전적으로 우연이었다는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깨달은 건 기적을 만들려면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어.-187쪽

언젠가 사람들은 폭력 속에선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전쟁에선 모두가 패자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될 테지.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라는 걸.-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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